매번 같은 행태를 보아왔지만, 교육 현장의 자율과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교원 성과상여금 지급을 둘러싸고 교육 당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을 포함한 교사들이 또다시 대립각을 세웠다. 우선 성과금은 그 취지부터 교육 주체인 교사들의 자율과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또 자율과 책무성은 획일성을 벗어나 다양성을 지향하고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성과금은 교사들 간에 능력과 공과, 즉 노력의 차이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차이를 일절 인정하지 않고, 상여금을 일선 교사들끼리 ‘나눠먹는’ 데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균등 분배’나 이른바 ‘등급돌리기’를 통한 나눠먹기식 성과금 배분을 국가공무원법 및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등으로 처벌하고, 또 이를 어길 경우 업무 방해 행위로 형사처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에도 전교조는 균등 분배와 등급순환제(돌리기)를 강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의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에 이은 전교조의 이 같은 주장은 모순되고 이율배반적이다. 성과금 제도는 달리 보면 획일적인 것을 배척하고자 하는 민주화의 산물이다. 전교조 역시 1980년대 말 민주화의 물결에 편승해 탄생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보면 성과금 거부는 ‘교육민주화’니 ‘참교육’이니 하는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한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태다. 민주사회에서 교육의 성패는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있다. 따라서 교사의 능력과 공과(노력)의 차이에 따른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때 교사의 능력과 공과에 대한 평가는 아이들의 학력 신장 여부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 결정적인 논점을 흐리고 왜곡시키는 전교조의 단골 메뉴가 있다. 이른바 ‘인성교육’이다. 학력 신장을 목표로 하는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은 상반된다고 한다. 그러나 인성은 지식교육을 통해 길러진다는 점을 간과한 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예컨대 ‘정직’은 어떻게 가르칠 수 있는가. 수업 장면에서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정직에 관한 지식과 관련 사실뿐이다. 이 수업을 착실히 듣고 난 아이들의 마음속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 형성되는 것이 ‘정직’이라는 인성이다. 전교조는 1차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지식과 기능이라는 사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 ‘창의력·우애·해결력’ 등과 같은 인성은 지식과 기능을 통해 형성되는 2차적인 것이다. 그러니까 인성교육을 잘 하려면 전교조 주장과는 반대로 지식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아이들의 학력 신장 여부로 결정되는 만큼 지식교육을 악덕인 듯이 몰아 교원평가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교원평가와 성과금 차등지급은 학력 신장을 위해 아이들을 얼마나 열심히 잘 가르쳤는지로 가름해야 한다. 또, 21세기 급변하는 지식기반 사회, 정보화 사회는 창의력을 갖춘 인력을 요구한다. ‘창의력’이 ‘지력’(또는 지적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은 교육학의 기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선진사회로 이끌 인재 육성의 관건인 창의력이 요구된다는 것은 아이들의 학력 신장에 따른 교원평가와 성과금 차등 배분을 정당화한다. 더욱이 선진화를 위한 차등과 경쟁의 논리를 평등이니 공동체니 하며 호도해서도 안 된다. 끝으로, 그동안 성과금 나눠먹기를 할 때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는가. 만약 좌파 정권이 다시 들어서면, 또 좌파의 눈치나 보며 이를 수수방관할 것인가. 자신들이 ‘영혼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전문 관료임을 자처한다면 이참에 교원평가제와 성과금 차등지급을 확고히 정착시켜야 한다.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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