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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와 개미의 사랑
작성자 신은경 등록일 11.03.29 조회수 316
'딱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해바라기는 오늘도 허리를 힘껏 구부립니다.

그러나 개미의 얼굴을 보기에는 아직 역부족입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내려가면 볼 수 있으련만

땅바닥까지 내려가기에는

해바라기의 키가 너무나 컸던 것입니다.

해바라기는 여태 개미의 얼굴을

딱 한 번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어느 봄 날,

옆구리가 간지러워 그 곳을 쳐다 보니

어여쁜 개미 한 마리가 빙그르르,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늘 햇님과 바람 그리고 달님만 쳐다보다가

생전 처음 본 개미의 얼굴은 너무나

신선하고 아름다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후로, 해바라기는 개미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해바라기는 개미가 다시 찾아와 주길

간절히 바랬지만 일 년이 지나도록

개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바라기는 오늘도 개미와의 만남을 위해

기다란 허리를 깊숙이 구부렸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개미와 해바라기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간격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바라기는 지나가는 바람을 잡아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간곡하게 부탁을 하였습니다.

"바람님, 제 소원입니다 부디,

세찬 바람으로 저를 때려 주세요"

바람은 해바라기의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유가 뭐죠? 다들 거친 바람을 피하려고 하는데

왜 당신만은 거친 바람을 원하는 거죠?"

"이유는 묻지 마세요 그냥, 그렇게 해주세요"

"잘못하면 당신의 생명이 위험할지도 몰라요"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

해바라기의 간곡한 바램을 바람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람은 있는 힘을 다해

가슴에 담아 두었던 거친 바람을

해바라기에게 쏟아 부었습니다.

매서운 바람은 씽씽, 무서운 소리를 내며

와락 해바라기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해바라기의 몸은 사정없이 흔들거렸고

그의 허리는 서서히 꺾이더니 이내 우두둑,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비록 허리가 부러졌지만 해바라기는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개미가 사는 땅바닥에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바라기는 아픈 몸을 이끌고

개미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찾고 찾고 또 찾아봐도 개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고 간절히 원했던

개미는 그 곳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해바라기는 크게 실망하였습니다.

잘린 허리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미를 만날 수 없는 고통보다는 덜 하였습니다.

"개미야, 개미야∼ 보,고, 싶,다.

넌- 넌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니?"

해바라기는 개미를 그리워하다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 … …

"해바라기님,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개미는 드디어 오늘,

해바라기의 허리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오르고, 떨어지고,

오르고 다시 떨어지기를 수 백 번!

그러나 이처럼 높이 올라온 날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개미는 오늘만큼은 해바라기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 자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해바라기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바라기님,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무참하게 잘린 해바라기의 허리만 아른거릴 뿐

개미는 해바라기의 얼굴을 끝내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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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잔한 동화를 써내려 가면서

내 마음이 참으로 아파 왔습니다.

이 세상에는 이루어지는 사랑보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꺼내 보이지도 못한 사랑이 더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자는, 바라보는 사랑,

기다리는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들을 합니다.

그러나 그건 그리움을 간직한 당사자의 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사랑은 이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랑은 이제 만나야 합니다.

이 세상에 가슴 움켜쥐고 아파하는

사람이 없을 그 날을 위해 우선 나부터

저 만치에 있는 당신에게 못난

내 사랑을 꺼내 보여야겠습니다.




                  -김현태 신간 산문집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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