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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학교폭력
작성자 오헌철 등록일 10.10.08 조회수 340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2학년 P군은 이번 겨울방학이 끝나는 것이 두렵다. 학교에 가면 '일진'(싸움 잘하는 학생)인 A군의 '빵셔틀'이 되기 때문이다. 빵셔틀은 권력을 가진 학생들의 빵 심부름을 도맡아 매점을 오가는 학생들을 일컫는 은어. 셔틀이란 단어는 컴퓨터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서 가져온 말로, 유닛(게임 상의 병력)을 실어나르는 수송기의 이름이다.

  체격이 작고 말투가 여성스러웠지만 성적도 상위권이고 이제껏 교우관계에도 문제가 없었던 P군. 1학기 초 A군이 P군을 지목해 몇 차례 매점 심부름을 시킨 뒤 P군은 A군의 빵 셔틀이 됐다. 아침을 먹지 않고 오는 A 군은 매일 P군에게 500원, 1000원을 주며 "빵과 우유를 사오라"고 시켰다. 때론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수업 종이 울리기 직전 다른 건물에 있는 매점까지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엄격한 교사가 감독하는야간자율학습시간에 담배를 사오라고 시켰다. P 군은 "맞거나 돈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이 없다. 바보가 되는 기분"이라면서 "한 번 빵 셔틀이 되면 3년 내내 빵 셔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새 학기가 되는 것이 끔찍하다"고 털어놨다.

  피가 나거나 멍들지 않아도 계속 아프고 마음이 곪는 학생들이 있다. 흔히 생각하는 학교 폭력처럼 폭행을 당하고 욕설을 듣거나 금품을 빼앗기는 것도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교묘한 수법으로 피해학생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신종  학교폭력'이 최근 크게 늘었다. 당하는 학생도, 이를 눈치챈 학부모도 답답하다. 피해자가 신고를 하더라도 피해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점을 가해자는 지능적으로 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법은 다양하다. 반 친구 중 한 명을 찍어 '셔틀'로 삼은 뒤 숙제나 심부름을 시키거나 휴대전화, 전자제품을 마음껏 빌려 쓴다. 극단적으로 무시하면서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하거나 교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의 원인을 그 학생에게 돌리기도 한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1학년 C 군의 벼렴은 얼마 전까지 '투명인간'이었다. 부모에게 넉넉히 용돈을 받았던 C 군은 학기 초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몇 몇 친구들을 매점에 데려가 사주거나 값비싼 MP3플레이어,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를 구입해 자랑하기도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반 친구들이 자신을 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전처럼 매점에 가자고 권해도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게임 비용을 대줄테니 함께 PC방에 가자"고 한다거나 "최신영화를 다운 받아 복사해 주겠다"면서 관심을 끌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 반 일진이 "△△ 하는 짓이 재수 없다"고 말한 후 이 같은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후였다. 아이들은 C 군을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수개월이 지나갔다. C 군은 차라리 누군가의 빵 셔틀이 돼서라도 존재감을 느끼고 싶었다. C 군은 같은 반 서열 2위인 B 군의 셔틀이 됐다. 학교에 오면 일단 휴대전화를 B 군에게 상납했다. 자신의 요금을 다 쓴 B 군은 C 군의 휴대전화로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때론 집 근처 독서실로 불려나가 다른 친구들에게 대신 맞아주는 '샌드백 셔틀'이 됐다. B 군의 아이디로 접속해 새벽 3, 4시까지 게임을 해서 게임레벨을 높여줬다. C 군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할 때보다 심부름이라도 하면서 누군가 내 이름이라도 불러주는 게 낫다"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나가 싶다가도 서열 2위의 보호를 받으니 건드리는 애들이 없어서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자행되는 이런 신종 폭력은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날까. 한 반에 적어도 3, 4명의 셔틀이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셔틀 사이에서도 누구의 셔틀이며 빵, 휴대폰, 게임, 숙제, 시험 등 어떤 심부름을 주로 하느냐에 따라 '레벨'이 있다. 서열 1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셔틀이 최고레벨. 셔틀은 다단계 방식으로 조직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서열 1위의 빵 셔틀이 서열 2, 3위의 빵셔틀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전국 초교 5학년~고교 2학년 4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1명꼴로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유형 중 학생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보는 것은 전체 41.1%르 차지한 '괴롭힘 및 따돌림'이었다. 물리적인 폭력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학교폭력이 학생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김혜민 상담원은 "사소한 장난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학생은 신고하거나 하소연할 곳이 없다"면서 모든 일에 지나치게 예민해져 우울증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 특목고에 다니는 A 양은 최근 학교의 '스타'로 불리기 시작했다. 상위권 성적에 어머니가 학부모회 임원이었던 A 양. 지난해 2학기 초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욕설을 담은 휴대전화 문자 6, 7개가 한꺼번에 도착했다. '스타'에 대한 선포식이었다. 이때부터 반 친구들은 안 좋은 일이 생긱 때마다 "A 때문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A 양을 지칭하는 '스타'는 부정적인 의미의 유명인이었다. A 양은 반친구들 뿐 아니라 본 적도 없는 다른 반 학생들로부터도 "A 때문에 급식 맛이 없었잖아" "A  때문에 수학보충했잖아" 같은 이유 없는 비난에 시달렸다. A 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문제가 나 때문인 것만 같고 누가 이름만 불러도 죽고 싶다"고 털어놨다.

  교육과학기술부 화교폭력대책기획위원회 기획위원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드러나지 않는 지능적인 폭력이 최근 크게 늘었다"면서 "이런 유형의 학교폭력은 피해학생들을 정신분열, 우울증, 자살까지 이르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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