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초등학교 로고이미지

따뜻한 품성

RSS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프린트하기
[6] 우정의 문
작성자 이차희 등록일 12.06.05 조회수 241

우정의 문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지.

  내 친구 중에 산골로 들어가 박혀 사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해 겨울이던가, 밤새 눈이 소복이 쌓이던 날 새벽이었어. 뜰 앞에 눈이 하얗게 내려 있는 걸 보니 괜히 그 친구가 간절하게 생각나더군. 그래서 식구들 모르게 혼자 집을 빠져 나와 새벽 눈길을 밟으며 그 친구를 찾아갔어.

  새벽녘 눈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이 아무래도 꿈 속의 일처럼만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무슨 보이지 않는 힘에라도 이끌려 가고 있었다고나 할까. 하여튼 아직도 새벽 어스름이 걷히지 않은 하얀 눈길이 그렇게 고와 보일 수가 없더군. 숲 속은 더욱 아름다웠어.

  난 마침내 내 친구의 집 문 앞에 이르러 벗을 불렀지. 하지만 친구는 새벽 잠에 묻혔는지 대꾸가 없더군. 몇 차례나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쳐봐도 전혀 인기척이 없었어. 그래서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리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 때 내 등 뒤에서 어떤 느낌이 왔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 벗이 우뚝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지 뭐야.

  그래, 이 사람, 왜 부르는 소리에 응답이 없고 거기 그러고 서 있느냐니까, 이러질 않겠나?

  새벽 눈길을 밟고 산골까지 찾아 온 소리를 들으니 머리 속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대. 내 어찌 이 앞뜰에 쌓인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낼 수 있으랴, 벗에게 발자국이 나지 않은 하얀 눈 위로 내 집에 곱게 걸어 들게 하리라…….

  그래, 친구는 앞마당에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내지 않기 위하여 뒷문을 열고 뒤꼍을 돌아서 문간 앞에서 나를 맞으러 나왔던 거야. 그리고 난 친구의 고마운 권유에 따라 발자국이 나지 않은 고운 눈 위를 걸어서 집으로 들어갔지.

이전글 [7] 고사리 저금통
다음글 [5] 못 생긴 것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