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못 생긴 것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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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차희 | 등록일 | 12.06.05 | 조회수 | 241 |
못 생긴 것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세상
나는 미운 돌멩이랍니다. 돌멩이들 가운데도 모양이 예쁘고 색깔이 고운 돌멩이가 있다지만, 나는 아무 특징도, 색깔도 없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흔해빠진 돌멩이랍니다. 돌멩이로 태어나 모양이 예쁜들 무엇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게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지금 자리 잡고 있는 이 개울에서만 해도, 벌써 여러 돌멩이들이 놀러 나온 사람들의 눈에 띄어 그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거나 배낭에 실려 먼 곳으로 갔습니다. “야, 이 돌멩이 좀 봐. 아기사슴같이 생겼어!” 착하게 생긴 계집아이가 이렇게 소리 지르며 내 옆에 있던 돌멩이를 집어 드는 것을 보았을 때, 나의 가슴은 저리도록 아팠습니다. 왜 사람들은 예쁘고 고운 돌멩이만 좋아할까요? 생각하면 야속하기조차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못 생긴 자신을 서러워하면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남모르게 눈물짓는 것 뿐입니다. 돌멩이가 어떻게 우느냐고요? 궁금하신 분은 이른 새벽,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에 안개 낀 개울가로 나와 보세요.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여 외롭고 슬픈 돌멩이들마다 이슬방울처럼 맺혀있는 차가운 눈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사람들은 예쁜 돌멩이만 좋아할까요?” 어느 날 나는 작은 물새의 깃털을 입에 물고 내 위를 스쳐 가는 하늬바람에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돌멩이로 자기 방을 아름답게 꾸미지.” 하늬바람은 가던 길을 멈추고 내 곁을 맴돌면서 대답해주었습니다. ‘아, 그런 사람의 방안에서 한 자리 차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도 사람들이 데리고 가줬으면 좋겠지?” 하늬바람이 시무룩해진 나의 마음속을 너무나도 뻔히 들여다보았으므로 나는 더욱더 슬퍼졌습니다. 그러나 하늬바람은 빙글빙글 웃는 얼굴로 나와 다른 못생긴 돌멩이들 둘레를 돌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슬퍼하지 말아라. 이 못생긴 돌멩이들아. 사람들이 가지고 간 돌멩이는 겨우 한 칸 방을 꾸미고 있지만 너희는 이 지구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지 않느냐? 하하하……. 하느님이 지으신 이 세상은 너희같이 못생긴 것들이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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