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5. 중앙일보 '생애 첫 등교, 눈시울 붉힌 진천 할매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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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구정초 | 등록일 | 15.06.05 | 조회수 | 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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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참새는 ‘짹짹’으로 써야죠. 이건 ‘짝짝’이에요.” “아가, 할매도 속 터져 죽것다~.” 지난 2일 오전 충북 진천군 초평면 구정초등학교. 박상일(8)군이 짝꿍인 유근의(79) 할머니가 쓴 글자를 지우개로 박박 지우더니 팔을 펴서 날개짓을 했다. 그러곤 두 손을 입에 모아 “짹짹” 소리를 냈다. 유 할머니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짝꿍 상일이가 빌려준 몽당연필로 글자를 다시 써내려갔다. ‘짹짹’ ‘데굴데굴’ ‘딸랑딸랑’ ‘아장아장’. 이내 4가지 단어가 적힌 시험지엔 ‘100점’이 적혔다. 유 할머니는 “내 짝꿍 상일이가 최고여”라며 웃었다. 진천군 진동마을에 사는 고령의 할머니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초등학교 수업을 받았다. 주인공은 유근의(81)·김가영(77)·김태순(83)·한현자(77)·이길열(78)·함종순(78)·이정순(65)·신병순(74)·이남순(90) 할머니 등 9명. 진천평생학습센터가 운영하는 문해(文解) 교실 수강생들로 글을 배운 지 1년 된 할머니들이다. 1주일에 2번, 총 4시간씩 경로당을 방문하는 강사에게 글을 배웠다. 6개월 만에 이름 석자를 썼을 정도로 실력은 초보 수준이다. 이들은 구정초 1학년 학생 8명과 짝꿍이 돼 1시간 동안 합반 수업을 했다. 합반 수업은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할머니들의 설움을 풀어주기 위해 평생학습센터가 학교에 요청해 준비한 이벤트다. 이날 할머니들은 손자뻘 되는 짝꿍과 함께 낱말 맞추기, 단어 퀴즈 등을 하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생애 첫 등교가 설레어 잠을 못 이뤘다는 김가영 할머니의 짝꿍은 이연주(8·여)양이었다. 연주는 “사랑합니다”란 인사로 할머니 짝꿍을 반겼다. 짝을 자리로 앉히고 손도 말없이 주물러줬다. “이렇게 좋은 걸 여태 몰랐어.” 김 할머니는 수업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눈시울을 붉혔다. 최고령 이남순 할머니는 좀체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뭘 알려줘도 왼 귀로 들어왔다 오른 귀로 나가버려. 당최 눈도 침침하고….” 이 할머니가 고개를 흔들자 짝궁 김고은(8·여)양이 나섰다. 연필을 같이 쥐고는 “아니 아니, 이렇게 이렇게요”라며 함께 글을 썼다. 이어 ‘흉내 내는 말 알아보기’ 과목에선 단어 맞추기 게임이 진행됐다. 선생님이 단어를 부르면 칠판 위에 있는 낱말 카드를 파리채로 재빨리 때리는 놀이다. 첫 주자로 나선 신병순 할머니는 김세빈(8·여)양과 함께 나서 한번에 단어를 맞췄다. 선생님에게 상금으로 간식을 받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들은 첫 등교에 앞서 진동 경로당에 모여 2㎞쯤 떨어진 학교로 함께 이동했다. 유모차를 지팡이 삼거나 전동차를 타고서였다. 한 손에는 공책과 연필·지우개가 든 종이가방도 챙겼다. 이정순 할머니는 “학교 교문을 지나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 평생 소원도 풀었고, 앞으로 글도 열심히 배울 거야”라고 말했다. 진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원기사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960040&cloc=olink|article|defaul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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