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를 부탁합니다. - 폴 빌라드(수필, '이해의 선물'의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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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계원 | 등록일 | 09.03.16 | 조회수 | 339 |
안내를 부탁합니다. 폴 빌라드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 가장 먼저 전화를 놓았는데, 나는 이 멋진 기계 속 어딘가에 놀라운 인물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여자이고, 이름은 '안내를 부탁합니다.'였다. 그 여자는 무엇이든 알고 있어서 어머니가 누구네 전화 번호를 물으면 척척 답을 해 주고, 어쩌다 우리 집 시계가 멎기라고 하면 즉시 정확한 시간을 알려 주기도 했다. 어느날, 어머니가 이웃집을 방문하러 갔을 때 나는 지하실의 작업대 앞에서 놀다가 손가락을 다쳤다. 너무나도 아팠지만 달래 줄 사람이 없어 수화기를 들고 엉엉 울었는데,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손가락에 피가 나는지를 묻더니 냉장고에 있는 얼음을 손가락에 대고 있으라고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그 일이 있은 뒤,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게 있으면 '안내를 부탁합니다.'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수학 숙제는 물론이고 우리 집 카나리아가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너무 슬퍼하자 그녀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죽어서도 노래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 모든 일들은 북서 지방 태평양 연안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홉 살이 되던 해, 우리 가족은 대륙을 가로 질러 보스턴으로 이사했다. 10대로 접어들면서도 얼굴도 모르는 꼬마 소년에게 귀중한 시간을 내준, 참을성 있고 친절하며 이해심 깊은 그녀를 잊지 못했다. 나는 방학을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향 마을의 전화국으로 전화를 걸어 그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고,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샐리'이고, 평생 아이를 가져 본 적이 없으므로 늘 내 전화를 기다렸다는 말을 들려 주었다. 석 달 뒤 내가 다시 '안내를 부탁합니다.'를 찾았을 때, 다른 목소리가 대답을 했다. 그녀는 샐리 씨가 병 때문에 한 달 전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하며 내가 '폴 빌라드'인지를 묻고 다음과 같은 메모를 읽어 주었다. '그에게 전해요. 죽어서도 노래 부를 수 있는 다른 세상이 있다고, 그는 내 말뜻을 이해할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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