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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백과>도서분류의 원리 - 세상의 모든 것을 분류하다
작성자 이미경 등록일 12.05.02 조회수 481

 

 

 

부엌에 참기름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 보라. 팥빙수를 담는 투명한 그릇은 어딨을까? 아무리 찾기 힘든 물건이라도 어머니는 단번에 찾아내신다. 부엌보다 훨씬 복잡한 도서관에는 어머니처럼 책을 찾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여기 자기 힘으로 원하는 책을 쉽게 찾는 방법이 있다. 바로 기호다.

 

도서 분류의 원리를 이해하면 더 쉽고 빠르게 원하는 책을 찾는다. <출처: gettyimages>

 

 

세상의 모든 것을 분류하다

듀이십진분류법(DDC)과 한국십진분류법(KDC)


도서관에 있는 책은 옆면에 각각의 이름표를 달고 있다. 숫자와 문자가 함께 사용돼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를 알면 놀라움 그 자체다. 먼저 각 책장에는 앞자리가 비슷한 책이 한데 모여 있다. 특히 맨 앞자리 숫자는 지구상의 모든 자료를 0에서 9까지 10개의 ‘주류’로 나눈 것이다. 이들은 인류의 역사와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000은 태초의 인간과 자연이 혼돈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특정 학문이나 주제에 속하지 않는 분야를 모았다. 100은 혼돈에서 질서를 찾기 위한 이성의 노력을 담은 철학을, 200에서는 유한한 인간이 절대적인 신을 숭배한다는 뜻에서 종교를 담았다. 300에는 인간이 가족과 사회, 국가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사회학을, 400에는 사회가 서로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학을 모았다.

 

500에는 생활에 필요한 과학적 지식인 자연과학을 담고, 600에는 지식이 기술로 발전된 기술과학을 담았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예술(700)이 나타나고,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문학(800)도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900에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한 역사를 모았다.

 

이렇게 책을 나누는 방법은 1876년 미국의 멜빌 듀이 (Melvil Dewey, 1851~1931)가 개발한 듀이십진분류법 (DDC)이라고 한다. 듀이는 미국 애머스트칼리지의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불편하게 느낀 점을 고쳐 새로운 분류법을 만들었다. 십진분류법 이라는 말은 앞에서 주류를 10개로 나눈 것처럼 세부 분류도 다시 10개의 숫자로 분류하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이 방법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듀이의 고국인 미국에서는 다른 분류법을 쓴다. 갈수록 도서가 늘면서 10개의 숫자로만 분류하기가 힘들어, 숫자 대신 알파벳을 쓰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의회도서관분류법 (LCC)은 자료를 A부터 Z까지 21개의 알파벳으로 분류한다. 이때 숫자와 헷갈리기 쉬운 I와 O나 발음하기 어려운 W는 제외했다. X와 Y도 새로운 주제가 나올 때를 대비해 비워뒀다.

 

세계에서 서재공간이 가장 넓은 미국의회도서관에는 1900만 권의 장서와 3300만 건의 자료가 있다.

 

 

이름표로 책 미리 읽기

우리나라의 대학 도서관에서는 DDC를 많이 쓴다. 하지만 한글로 된 책이 많은 공공도서관에서는 DDC를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 고친 한국십진분류법 (KDC)을 사용한다. 세계 곳곳에서 쓰는 DDC는 언어학을 400에 두지만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KDC는 언어를 뒤로 미뤄 700에 놓았다. 또한 종교(200)에서 불교의 비중을 높이고, 문학(800) 에서 한국 소설이나 시와 같은 분류 항목도 늘렸다. 공공도서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KDC의 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책의 이름표이자 주소와도 같은 청구기호는 숫자와 문자를 조합해 만든다. 청구기호에는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미리 알 수 있는 비밀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415번 대의 책은 어떤 책일까? 맨 앞자리가 4인 걸 보면 자연과학 쪽의 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400번 대에서 둘째 자리가 1인 것은 수학이다. 수학은 자연과학 중에서 으뜸가는 학문이라는 뜻에서 1번을 차지한다. 세 번째 자리는 수학의 세부 분류를 뜻하는데, 기하학은 산수, 대수학, 확률과 통계, 해석학에 이어 5번에 해당한다. 즉 도서관에서 415번 대의 책장에 꽂힌 책은 제목을 보지 않아도 기하학과 관련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글로 된 책이 많은 공공도서관에서는 DDC를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 고친 한국십진분류법(KDC)을 사용한다.

 

세 자리 숫자 다음에 나타나는 소수점 아래 숫자는 더 구체적인 분류를 나타낸다. KDC 분류표에는 소수점 뒷자리를 분류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타난다. 학문이 끝없이 발전하고 새로운 분야가 계속 나타나기 때문에 분류표도 7~8년에 한 번씩 개정을 한다. 현재 KDC는 5번째 개정판까지 나왔다.

 

 

분류기호 만들기

도서관에 [중학수학 개념 별거 아니야]라는 책이 새로 들어왔다.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할까? 먼저 수학책이므로 맨 앞자리는 자연과학을 뜻하는 4, 그 다음은 수학의 1이 붙는다. 이 책은 수학의 특정 분야가 아닌 수학 이론 전체를 다루기 때문에 셋째 자리는 0이다. KDC 표준구분표에서는 자습서나 문제집을 소수점 아래 076으로 분류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분류기호는 410.76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청구기호는 분류기호에 해당한다. 주소로 치면 ‘구’ 정도까지 나눈 셈이다. 더 구체적인 주소는 분류기호 다음에 오는 도서기호로 알 수 있다. 도서기호는 저자기호라고도 하는데, 글쓴이의 정보에 책 제목을 더해 만든다.

 

 

도서기호 만들기

도서기호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두 가지를 소개한다. [중학수학 개념 별거 아니야]의 저자는 ‘하지연’이다.

 

한글순도서기호법을 적용한 도서기호의 예.

동서저자기호표를 적용한 도서기호의 예.

 

 

첫 번째 방법은 리재철의 한글순도서기호법 제5표에 따른 것이다. 저자의 성에 해당하는 ‘하’를 그대로 쓰고 이름의 첫 자인 ‘지’에서 ‘ㅈ’에 해당하는 7과 ‘ㅣ’에 해당하는 8을 붙여 ‘하78’로 쓴다. 마지막에는 책 제목의 첫 글자인 ‘중’에서 초성인 ‘ㅈ’을 붙인다. 결국 ‘하78ㅈ’이 된다.

 

두 번째 방법은 동서저자기호표에 따른 것이다. 저자인 성인 ‘하’에서 ‘ㅎ’을 먼저 쓴 뒤, 기호표에서 ‘하지연’을 찾으면 가장 가까운 표현으로 ‘하지스가’가 151, ‘한’이 152로 나타난다. 둘 중 앞의 것을 택해서 ‘ㅎ151’로 쓴다. 마지막에는 책 제목 첫 글자의 초성인 ‘ㅈ’을 붙인다. 결국 ‘ㅎ151ㅈ’이 된다.

 

리재철의 한글순도서기호법(제5표).

 

 

도서관에서 책 쉽게 찾는 법


도서관에서 책을 찾으려면 먼저 컴퓨터로 검색을 한다. 컴퓨터는 책의 청구기호를 알려줄 뿐 책을 직접 찾아 주진 않는다. 청구기호를 들고 책을 찾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책을 찾는 방법은 청구기호를 붙이는 방법과 비슷하다.

 

청구기호가 ‘410.912 ㅈ794ㅅ’인 책이 필요하다면 먼저 410번 대의 책이 있는 책장을 찾아야 한다. 이때 수많은 책장을 하나 하나 살피지 말고 책장 옆면을 보자. 옆면에 400~413.8이라고 적힌 책장을 발견했다면 410.912에 해당하는 책은 이 책장의 오른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분류기호가 낮은 책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책을 꽂기 때문이다. 또한 맨 위층에 있는 책일수록 분류기호가 낮고 아래로 갈수록 커진다.

 

도서 청구기호의 구성.


분류기호가 비슷한 책 사이에서는 숫자의 크기를 비교하자. 410.9가 있다면 그 오른쪽에 410.911이 있고, 410.912는 그 오른쪽에 있다. 모든 숫자가 같다면 도서기호의 문자를 확인하자. 도서기호의 문자는 한글사전에서처럼 ㄱㄴㄷㄹㅁㅂ… 또는 ㅏㅐㅑㅒㅓㅔㅕㅗ… 순으로 비교하면 된다.

 

청구기호에는 지금까지 설명한 것 외에 몇 가지가 더 붙은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분류기호 앞에 한글이나 영어 알파벳이 붙어 있는 청구기호가 있다. 이것을 ‘별치기호’라고 하는데, 책의 특성이나 이용목적에 따라 별도의 장소에 책을 보관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라고 적힌 책은 일반 단행본 서고가 아닌 어린이실에 가야 찾을 수 있다.

 

한 명의 저자가 같은 제목의 책을 시리즈로 내는 경우는 ‘-’ 기호를 써서 분류한다.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여러 권 보관하고 있다면 ‘=’을 써서 분류하기도 한다. ‘-1=2’라는 표시는 시리즈물의 제1권이며, 같은 책을 적어도 2권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중 두 번째 책이라는 뜻이다. 때로는 책이 나온 해를 표현하기 위해 ‘2011’과 같은 연도를 마지막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도서관보다 쉬운 대형서점 분류법

대형서점은 웬만한 도서관보다 많은 책을 보관하고 있다. 그만큼 책을 효율적으로 분류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대형서점은 고객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분류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 대형서점의 분류표다.

 

이 서점에는 수학 관련 도서를 I11 구역에 보관한다. 그중에서도 공업수학·미적분학이 가장 먼저 있고 대수학·선형대수와 수학이론 순으로 꽂혀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이 찾는 책의 순서와 비슷하다. 일반인을 위한 수학 책은 I8-5에 따로 보관하기도 한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김기영 교수팀은 2008년 공공도서관과 대형서점 이용자를 대상으로 연구해 대형서점에서 책을 찾는 것이 공공도서관에서 찾는 것보다 편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용자가 보기에 대형서점에서 책을 분류하는 방식이 더 쉽다는 뜻이다. 또한 대형서점의 분류표는 이용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를 잘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서점 분류표의 예. <출처: 교보문고>

 

공공도서관과 대형서점 분류표의 편의도 차이.

 

 

이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책을 쉽게 찾게 만드는 정도를 계산할 수 있는 식도 개발 했다.

 

도서탐색용이도 = 1.630+0.213×A+0.221×B+0.015×C+0.122×D+0.095×E+0.149×F+0.074×G

 

이 식을 활용하면 공공도서관에서 더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분류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웅 / 자료제공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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