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이모씨는 지난해 9월 서울에 위치한 한 안과에서 노안수술을 받은 후 시련을 맞이했다. 그는 수술 후유증이 없고 바로 일생생활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 백내장 제거와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하게 됐다. 그러나 수술 중 예상치 못한 의료 사고가 발생했다. 수술 직후 왼쪽 눈은 사물을 구별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통증이 계속됐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안압이 높아지면 상태가 심각해져 결국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게 됐다. 대학병원 측에서는 과거 수술 당시 후낭이 파열됐으며 이로 인해 망막이 손상됐다며 최악의 경우 실명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눈이 안보이게 되면서 학자로서의 업무 또한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우울증과 구안와사까지 찾아왔다"고 호소했다. 그는 병원에 항의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지난 18일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의료분쟁 급증...'증상악화' 최다 해마다 의료분쟁이 급증하고 있지만 과실 인정이나 피해 보상을 받는 과정은 까다로워 피해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교통사고 등 일반적인 사고에 비해 피해와 관련한 변수가 제각각이어서 계량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일부 피해자들은 법원의 판단 액수가 변호사 선임료에도 미치지 못할 것을 우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합의에 도달하는 등 피해보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23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의료분쟁 상담 건수는 지난 2014년 4만5096건에서 지난해 6만5176건으로 4년 새 44.5%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분쟁은 증상악화가 26.4%로 가장 높았고 감염이 8.8%, 진단지연 8.7%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의료분쟁 관련 조정이 진행된 사례가 지난해 570여건으로 2010년 97건에 비해 6배 가량 늘었다.
한 피해자 가족은 "피해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검토했지만 변호사 선임료 등을 고려했을 때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병원측과 원만한 합의과정을 거쳤다"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료진의 높은 벽과 소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진료기록부 등 자료 확보가 우선" 이와 관련, 신현호 의료전문변호사는 "의료사고의 경우 당사자의 연령과 지병의 이력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피해보상을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 경우 의사의 치료과정이 얼마나 사고에 영향을 준 것인지 입증을 하기 어렵고 정보 또한 편중돼 있어 인과관계 역시 증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확증돼도 보험사 역시 최소한의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비율을 따지는 과정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의료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으로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보험사가 끼어 있어도 당사자간 의료분쟁 해결이 쉽지 않다"며 "피해자들이 공공기관에 의존해 분쟁조정을 시도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데 무엇보다 진료기록부를 비롯한 자료 확보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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