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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중칠우쟁론기
작성자 임태수 등록일 05.05.24 조회수 61
<  이해 및 감상>

 규방의 부인이 침선(針線)에 사용하는 자(척부인), 바늘(세요각시), 가위(교두각시), 실(청홍흑백각시),골무(감토할미), 인두(인화부인), 다리미(울낭자) 등 규중 칠우가 제각기 공을 다투다가 규방 주인의 책망을 듣는다. 그러자 이번에는 번갈아 인간의 인정 없음을 성토(聲討)하다가 주인 여자에게 또 야단을 맞는데, 감투 할미가 죄를 빌어 무사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우선 자, 가위 등 사물을 의인화하되, 각시, 부인, 낭자, 할미 등 구체적 인물로 설정하여 생김새와 쓰임새를 박진감있게 그린 점에 있다. 그리고 공을 다투는 부분과 원망을 하소연하는 부분이 뚜렷이 대조되는 구성을 통해 인간 심리의 변화, 이해 관계에 따라 변하는 세태 등이 의미 심장하게 함축되어 있다. 이 작품은 가전체의 전통을 이으면서 극적 구성과 섬세한 표현으로 묘미를 살리고 있다.

이 작품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밀도 있는 구성을 갖추면서, 규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정서를 잘 표출하고 있다. 바느질 용구들의 생김새나 쓰임새에 따르는 명칭이나 거동을 적실하게 묘사하는 데 발휘한 탁월한 솜씨도 주목할 만하다. 자기 공을 내세우느라 남을 헐뜯는 것을 능사로 삼는 등장 인물을 통해 인정 세태를 풍자하면서, 동시에 작중 인물들의 그러한 행위가 세상 남성들의 억지스런 형태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리도록 하여,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을 빈정대는 함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작품은 여성 취향의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문방사우를 소재로 삼은 <모영전보>나 <사우열전> 같은 남성 취향의 작품과는 반대의 위치에 놓인다. 이 작품은 사람의 일생이나 국가의 흥망 같은 거창한 문제를 다루는 가전체의 형식을 빌리면서도, 한문이 아닌 국문으로 여성의 관심사를 흥미롭게 서술하여 가전체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으나, 공감의 폭이 좁은 가전체으 한계를 벗어나기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 요점 정리>
■ 지은이 연대 미상
■ 갈래 : 고전 수필, 한글 수필, 의인체 수필, 풍자문학
■ 표현 : 의인법. 풍유법
■ 문체 : 내간체
■ 성격 : 풍자적, 계세적, 우의적, 교훈적
■ 주제 : 직분에 따른 성실한 삶 추구
 
◆ 등장인물의 성격
⑴ 칠우의 공통적인 성격 :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연대의식이 전혀 없이 모든 것은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사소한 일에도 공을 다투고 비난을 퍼붓는 성격
  # 울낭자(다리미) → 강력한 동류에게 일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자기를 강화하려는 성격
  # 감투할미(골무) → 현실에 잘 순응하는 성격, 그 나름의 계산에 밝은 인물

⑵ 규중부인의 성격 : 자기의 공을 내세우거나 남을 비난하는 데서 칠우와 마찬가지의 자기 중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고, 한편으로 지도자로서의 포용력을 지니지 못한 사람으로 나타남.


◆ 표현상의 특징
⑴ 시점 : 3인칭 작가 관찰자 시점
 →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극적이고도 객관적으로 제시하여, 독자들의 자유로운 해석을 통한 공감을 획득하기 위해서 수필이면서도 이 시점을 활용함.

⑵ 의인화
 → 칠우를 완전 의인화시켜서, 인간에게 가하고자 하는 풍자를 비교적 자유롭게, 그리고 독자의 쾌감을 증대시키면서 행하는 데 이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함.

 #부분의인화 : 대상에다 사고와 감정(인간의 내면)만을 부여
 #완전의인화 : 대상에다 인간의 내면과 언어와 행동같은 외면적 요인까지 부여

⑶ 내용상의 모순 극복(구성상 ‘승,전’ 부분에서)
    규중부인의 잠 ⇒ 칠우의 공 다투기,  규중부인의 꾸중 ⇒ 칠우의 불평 촉발,  규중부인의 잠 ⇒ 칠우의 불평 토로
  → 규중부인은 잠을 자면서도 모든 이야기를 다 들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 논리상 모순이다. 이 모순을 극복시켜 주는 것이 ‘묵계에 의한 양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작품은 작품의 효과를 위해서 ‘모순’을 활용하고, 그것이 독자의 묵계에 의한 양해를 통해 해소된다.

⑷ 주제와 플롯
 → 풍자를 테마로 삼고 있고, 해학을 플롯으로 삼고 있음

⑸ 문체와 시간 설정
  ① 문체에 있어, 기교가 없고 허풍이 없고 능청도 없으며 호들갑도 너스레도 없는 천의무봉이요 명경지수이다.
  ② 작품상의 시간을 ‘옛적에’라고 함으로써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날카로운 풍자로 인한 필화(筆禍)를 벗어날 수 있었음.

⑹ 명칭
  ① 부인(자) : 생김새가 의젓하고 늘씬한 모습에서 부인을 연상하게 하고, 용도가 다목적임에 호감이  가서 격조를 높여 준 느낌이 든다.

  ② 각시(가위, 바늘, 실)
        가위 - 열렸다 닫혔다 하는 두 날이 ‘다변(多辯)’의 상징인 것처럼 보임
        바늘 - 새색시의 몸맵시에 빗대어서
        실 - 청실홍실, 녹의홍상의 각시

  ③ 할미(골무) : 골무를 오래 사용하면 군데군데 헝겊이 헤어져서 하얀 바탕이 드러나 반백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음.

[본문]

 [1] 기(起) : 규중부인과 칠우의 관계 및 소개
이른바 규중 칠우(閨中七友)는 부인내 방 가온데 일곱 벗이니 글하는 선배는 필묵(筆墨)과 조희 벼루로 문방 사우(文房四友)를 삼았나니 규중 녀잰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오.

이러므로 침선(針線) 돕는 유를 각각 명호를 정하여 벗을 삼을새, 바늘로 세요 각시(細腰閣氏)라 하고, 척을 척 부인(戚夫人)이라 하고, 가위로 교두 각시(交頭閣氏)라 하고 인도로 인화 부인(引火夫人)이라 하고, 달우리로 울 랑자(熨娘子)라 하고, 실로 청홍흑백 각시(靑紅黑白閣氏)라 하며, 골모로 감토 할미라 하여, 칠우를 삼아 규중 부인내 아츰 소세를 마치매 칠위 일제히 모혀 종시하기를 한가지로 의논하여 각각 소임을 일워 내는지라.

# 규중 :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 규방
# 쟁론 : 서로 다투어 가며 논박함
# 녀잰들 : 여자인들
# 침선 : 바느질
# 소세 : 머리를 빗고 낯을 씻음
# 소임 : 하는 일. 여기서는 ‘침선=바느질’을 의미함

[2] 승(承) : 칠우들의 공 다투기
일일(一日)은 칠위 모혀 침선의 공을 의논하더니 척 부인이 긴 허리를 자히며 이르되,
“제우(諸友)는 들으라, 나는 세명지 굵은 명지 백저포(白紵布) 세승포(細升布)와, 청홍녹라(靑紅綠羅) 자라(紫羅) 홍단(紅緞)을 다 내여 펼처 놓고 남녀의(男女衣)를 마련할 새, 장단 광협(長短廣狹)이며 수품 제도(手品制度)를 나 곧 아니면 어찌 일으리오. 이러므로 의지공(衣之功)이 내 으뜸되리라.”

교두 각시 양각(兩脚)을 빨리 놀려 내다라 이르되,
“척 부인아, 그대 아모리 마련을 잘 한들 버혀 내지 아니하면 모양 제되 되겠느냐. 내 공과 내 덕이니 네 공만 자랑마라.”
세요 각시 가는 허리 구붓기며 날랜 부리 두루혀 이르되,
“양우(兩友)의 말이 불가하다. 진주(眞珠) 열 그릇이나 껜 후에 구슬이라 할 것이니, 재단(裁斷)에 능소 능대(能小能大)하다 하나 나 곧 아니면 작의(作衣)를 어찌 하리오. 세누비 미누비 저른 솔 긴 옷을 이루미 나의 날내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뜨며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 척 부인의 자혀 내고 교두 각시 버혀 내다 하나 내 아니면 공이 없으려든 두 벗이 무삼 공이라 자랑하나뇨.”

청홍 각시 얼골이 붉으락 프르락 하야 노왈,
“세요야. 네 공이 내 공이라. 자랑마라. 네 아모리 착한 체하나 한 솔 반 솔인들 내 아니면 네 어찌 성공하리오.”
감토 할미 웃고 이르되,
“각시님네, 위연만 자랑 마소. 이 늙인이 수말 적기로 아가시내 손부리 아프지 아니하게 바느질 도와 드리나니 고어에 운(云), 닭의 입이 될지언정 소 뒤는 되지 말라 하였으니, 청홍 각시는 세요의 뒤를 따라 다니며 무삼 말 하시나뇨. 실로 얼골이 아까왜라. 나는 매양 세요의 귀에 질리었으되 낯가족이 두꺼워 견댈 만하고 아모 말도 아니 하노라.”

인화 낭재 이르되,
“그대네는 다토지 말라. 나도 잠간 공을 말하리라. 미누비 세누비 눌로 하여 저가락 같이 고으며, 혼솔이 나 곧 아니면 어찌 풀로 붙인 듯이 고으리요. 침재(針才) 용속한 재 들락날락 바르지 못한 것도 내의 손바닥을 한번 씻으면 잘못한 흔적이 감초여 세요의 공이 날로 하여 광채 나나니라.”

울 랑재 크나큰 입을 버리고 너털웃음으로 이르되,

“인화야, 너와 나는 소임 같다. 연이나 인화는 침선뿐이라. 나는 천만 가지 의복에 아니 참예하는 곳이 없고, 가증한 여자들은 하로 할 일도 열흘이나 구기여 살이 주역주역한 것을 내의 광둔(廣臀)으로 한번 쓰치면 굵은 살 낱낱이 펴이며 제도와 모양이 고하지고 더욱 하절을 만나면 소님이 다사하야 일일도 한가하지 못한지라. 의복이 나 곧 아니면 어찌 고오며 더욱 세답하는 년들이 게으러 풀먹여 널어 두고 잠만 자면 브듲쳐 말린 것을 나의 광둔 아니면 어찌 고으며, 세상 남녀 어찌 반반한 것을 입으리오. 이러므로 작의 공이 내 제일이 되나니라.”

규중 부인이 이르되,
“칠우의 공으로 의복을 다스리나 그 공이 사람의 쓰기에 있나니 어찌 칠우의 공이라 하리오.”
하고 언필에 칠우를 밀치고 베개를 돋오고 잠을 깊이 드니 척 부인이 탄식고 이르되,
“매야할사 사람이오 공 모르는 것은 녀재로다. 의복 마를 제는 몬저 찾고 일워내면 자기 공이라 하고, 게으른 종 잠 깨오는 막대는 나 곧 아니면 못칠 줄로 알고 내 허리 브러짐도 모르니 어찌 야속하고 노흡지 아니리오.”

# 세명지 : 가늘게 짠 명주
# 백저포 : 흰 모시
# 세승포 : 가는 삼베
# 청홍녹라 자라 홍단 : 비단의 일종들
# 장단광협 : 길고 짧으며 넓고 좁음
# 수품 제도 : 솜씨와 격식(모양)
# 의지공 : 옷 만드는 공
# 두루혀 : 돌려
# 능소능대 : 큰 일이나 작은 일에 모두 두루 능함.
# 세누비 : 잔누비
# 미누비 : 중간 누비
# 저른 : 짧은
# 위연만 : 웬만히
# 수말 적기로 : 머리에서 끝까지가 짧아서
# 낯가죽 : 골무의 가죽을 의인화한 것
# 눌로 하여 : 누구로 인하여
# 혼솔 : 홈질한 옷의 솔기
# 침재 용속한 재 : 바느질 솜씨가 범상하고 속되어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자가
# 연이나 : 그러나
# 주역주역한 : 구깃구깃한
# 광둔 : 넓은 볼기, 여기서는 다리미 바닥을 의인화 한 것.
# 다사하야 : 일이 많아서, 바빠서
# 세답 : 빨래
# 작의 공 : 나의 공
# 언필 : 말을 마침
# 매야할사 : 매정하도다
# 노흡지 : 노엽지, 화나지

[3] 전(轉) : 칠우들의 불평 토로
교두 각시 이어 가로대,
“그대 말이 가하다. 옷 말라 버힐 때는 나 아니면 못하려마는 드나니 아니 드나니 하고 내어 던지며 양각을 각각 잡아 흔들제는 토심적고 노흡기 어찌 측량하리오. 세요 각시 잠간이나 쉬랴 하고 다라나면 매양 내 탓만 너겨 내게 집탈하니 마치 내가 감촌 듯이 문고리에 거꾸로 달아놓고 좌우로 고면하며 전후로 수험하야 얻어 내기 몇 번인 동 알리오. 그 공을 모르니 어찌 애원하지 아니리오.”
세요 각시 한숨 지고 이르되,
“너는커니와 내 일즉 무삼 일 사람의 손에 보채이며 요악지성(妖惡之聲)을 듣는고. 각골 통한(刻骨痛恨)하며, 더욱 나의 약한 허리 휘드르며 날랜 부리 두루혀 힘껏 침선을 돕는 줄은 모르고 마음 맞지 아니면 나의 허리를 브르질러 화로에 넣으니 어찌 통원하지 아니리요. 사람과는 극한 원수라. 갚을 길 없어 이따감 손톱 밑을 질러 피를 내어 설한(雪恨)하면 조곰 시원하나, 간흉한 감토 할미 밀어 만류하니 더욱 애닯고 못 견디리로다.”
인홰 눈물지어 이르되,
“그대는 데아라 아야라 하는도다. 나는 무삼 죄로 포락지형(炮烙之刑)을 입어 붉은 불 가온데 낯을 지지며 굳은 것 깨치기는 날을 다 시키니 섧고 괴롭기 칙량하지 못할레라.”
울 랑재 척연 왈,
“그대와 소임(所任)이 같고 욕되기 한가지라. 제 옷을 문지르고 멱을 잡아 들까부르며, 우겨 누르니 황천(皇天)이 덮치는 듯 심신이 아득하야 내의 목이 따로 날 적이 몇 번이나 한 동 알리오.”
# 말라 : 마름질하여
# 토심적고 : 불쾌하고, 노엽고
# 집탈하니 : 남의 잘못을 집어 내어 트집하니
# 고면하며 : 돌이켜보며
# 수험하야 : 검사하여
# 요악지성 : 요망하고 간악한 말
# 설한 : 한을 풂
# 데아라 아야라 : 아프다 어떻다
# 포락지형 : 불에 달구어 지지는 형벌
# 척연 :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모양
# 황천 : 크고 넓은 하늘

[4] 결(結) : 감투할미의 사죄와 규중부인의 용서
칠우 이렇듯 담논하며 회포를 이르더니 자던 여재 믄득 깨쳐 칠우다려 왈,
“칠우는 내 허믈을 그대도록 하느냐.”
감토 할미 고두사왈(叩頭謝曰),
“젊은 것들이 망녕도이 헴이 없는지라 족가지 못하리로다. 저희들이 재죄 있이나 공이 많음을 자랑하야 원언(怨言)을 지으니 마땅 결곤(決棍)하암즉 하되, 평일 깊은 정과 저희 조고만 공을 생각하야 용서하심이 옳을가 하나이다.”

여재 답왈,
“할미 말을 좇아 물시(勿施)하리니, 내 손부리 성하미 할미 공이라. 께어 차고 다니며 은혜를 잊지 아니하리니 금낭(錦囊)을 지어 그 가온데 넣어 몸에 진혀 서로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니 할미는 고두배사(叩頭拜謝)하고 제붕(諸朋)은 참안(慙顔)하야 물러나리라.
                                                                            -  <망로각수기(忘老却愁記)> -

# 고두사왈 :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여 말하기를
# 결곤 : 곤장을 침
# 금낭 : 비단 주머니
# 고두배사 : 머리를 조아려 사례함
# 참안하야 :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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