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김남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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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임태수 | 등록일 | 05.05.20 | 조회수 | 37 |
생 명
김 남 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 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充電)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 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 ● 작품 해설 1연 :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는 당위성의 강조가 나타나 있다. (주제 연) 2연 : 생명이 진실로 대치되면서 대구로 구사된 언어가 힘차게 전달된다. 3연 : 겨울 나무의 줄기찬 인내와 추위의 날카로움을 면도날에 비유 4연 : 내용에 경구를 담고 있으면서 가락의 호흡이 빠르다. '강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의 표현미가 뛰어남. 5연 : 1연의 반복이면서도 1연과 뉘앙스가 전연 다르다. 1연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나 5연은 다사롭고 포근한 느낌으로 만족과 여유를 보여 준다. 이 시는 생명을 지닌 물상(物象)에 대해서 정의를 내림과 동시에 생명의 원천과 어려움을 알지 못하는 이는 삶과 진실을 모른다는 의지를 표출시키고 있다. 자칫 이런 시가 생경한 관념이나 사실이 붙기 쉬우나 이 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은 건전한 철학적 바탕 위에서 생명감 넘치는 비유가 커다란 작용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 시는 구사된 언어가 생명력이 있고 튼튼한 논리가 뒷바침되었다고 하겠다. ● 주제 : 인내로 인한 생명력의 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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