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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김소월)
작성자 임태수 등록일 05.05.20 조회수 51
여성 화자가 전면에 드러나는 소월의 시
발표  1925년 《신여성》 1월호

시집 와서 삼 년
오는 봄은
거친 벌 난 벌에 왔습니다.

거친 벌 난 벌에 피는 꽃은
졌다가도 피노라 이릅디다.
소식 없이 기다린
이태 삼 년

바로 가던 앞 강이 간 봄부터
굽어 돌아 휘돌아 흐른다고
그러나 말 마소, 앞 여울의
물빛은 예대로 푸르렀소.

시집 와서 삼 년
어느 때나
터진 개 개여울의 여울물은
거친 벌 난 벌에 흘렀습니다.



소월 시의 한가지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여성적 정조(情調)가 두드러짐에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여성화자가 직접 드러나서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집오자마자 남편과 이별한 이 여인이 사는 거친 들판 같고 난장판 같은 세상에도 봄은 왔다. 꽃은 졌다가도 피노라 이르건만 무심한 남편은 삼년째 소식 한장 없이 감감하다. 곧게 흐르며 가던 앞 강물이 지난 봄부터 굽어 휘돌아간다고, 소박맞은 새색시의 정조(貞操)를 강물에 빗대어 험담하는 이웃들아 말 말아라, 앞여울 물빛이 여전히 푸르듯이 나 역시 변함없이 남편을 기다리고 있노라. 노여운 내 마음처럼 개여울의 여울물이 거친 세상을 향해 터질 듯 흐른다.
소월 시의 여성적 정조는 그의 시창작이 민요에 토대를 둔 점과 그의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성격 탓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원인은 그의 성장배경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 틈바구니에서 자란 그의 유년기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은 순탄하지 못한 일생을 살아가는 불행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집와서 4년 만에 정신이상이 된 남편 때문에 아들인 소월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소월의 어머니가 그러했고, 무식한 어머니를 대신하여 어린 소월을 보살피면서 집안에서 훗날까지 유일한 말벗이 되어 준 숙모 계희영은 시집오자마자 소박맞다시피 한 새댁이었다. 그 밖에도 부잣집 후처로 시집간 막내고모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외삼촌으로부터 버림받은 막내외숙모 등등. 감수성이 예민한 내성적인 소년인 그의 눈에 비친 여인들의 이런 삶이 그의 시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이 시를 통해서도 불행한 운명을 개척할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 여인들의 한의 정서가 어두운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식민지 지식인이었던 소월에게 자연스럽게 와닿았음을 알 수 있다.

 
▶성격 : 독백적, 여성적
▶표현 : ① 작품의 내용보다도 운율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 작품.
 ② 반복과 대칭 구조- 1·4연 :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정한,
 2·3연 : 봄은 왔지만 임과는 3년간이나 헤어져 있음.
구성 : 1연 - 어려운 시집살이 속에서도 봄은 다시 찾아왔다
 2연 - 꽃은 졌다가도 다시 피는데 한 번 가신 임은 오지 않는다
 3연 - 상황이 변했다고 해도 나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4연 - 어려운 삶이 변함없이 계속된다. 무심한 여울물이 변함없이 계속 흐르듯이
▶제재 : 삼년간의 시집살이
▶주제 : 임을 기다리는 여인의 정한.

 이 시는 시집살이 3년을 겪으면서, 어디론가 떠나 소식이 없는 무심한 남편을 기다리는 젊은 여인의 처지와 심정을 노래한 시이다. 2연의 '꽃'은 서정적 자아를 상징하는 시어로 볼 수 있으며, '거친 벌 난벌'은 험난한 시집살이를 뜻하는 비유라 하겠다.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강물도 그 물줄기를 변화시켰다. 하지만 3년이라는 세월은 서정적 자아에게 있어서 -남편의 소식이 없기에- 무심한 세월이요, 정지된 시간일 뿐이다. 오히려 여전히 '푸른 물빛'은 무심한 남편을 기다리면서 서정적 자아가 갖게 된 '멍든 가슴'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흔히 이 시는 민요 <시집살이요>와 비교된다. 이 시와 <시집살이요>는 그 내용에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시집살이요>가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사촌 자매간의 대화 형태로 풀어- 집단적으로 서로 공감하며 해소하려 했다면, 이 시는 주로 독백으로써 시집살이의 어려움과 소식없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의 정한을 개인적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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