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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사(채만식)
작성자 임태수 등록일 05.05.20 조회수 54
<감상의 길잡이 >
 이 작품은 해방 직후에 미온적이었던 친일파 청산 문제와 허술한 행정 체계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맹순사'는 일제 강점기에 순사 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해방된 뒤 잠시 숨죽여 지내야 하는 어려운 시절을 맞는가 했더니 곧 원직 복귀되어 군정 아래에서 경찰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경찰 동료로 그를 맞이하는 인물이란 것이 옛날 자신이 세 살던 주인댁의 행랑 아들 노마였다. 노마는 일자무식에 우미관을 드나들면서 주먹패의 똘마니로 뼈가 굵은 청년인데, 이제 버젓이 맹순사의 동료 경관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맹순사를 더욱 기막히게 한 것은 전출 간 노마 대신 새로 온 인물이었다. 이 새 동료는 맹순사가 꿈에도 잊지 못할 살인 강도요 무기 징역수인 강봉세로, 그는 해방이 되자 정치범과 사상범이 석방되는 와중에 함께 석방이 되어, 역설적이게도 경찰에 투신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순사 출신인 '맹순사'가 직접적인 풍자와 비판의 대상은 아니다. 친일 경찰을 원대 복귀시킬 뿐 아니라, 해방 전에 우미관 깡패를 하던 일자무식꾼에서부터, 살인 강도로 무기 징역을 살고 있던 흉악범까지 버젓이 경찰관 행세를 하게 만드는 혼탁한 현실이 주된 비판의 대상이다. (한수영, '한 탁월한 리얼리스트의 현실 인식과 소설 미학'에서)

 채만식의 '맹순사'는 일제시대에 설치고 다니 무리들이 해방 후 어떻게 세상을 속이면서 다시 그들의 기득권을 얻는가의 문제와 그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된 작품이다. 주인공 맹순사는 일제시대에 순사 노릇을 하다가 8·15 이후 그 직업을 그만 둔 사람으로서 다른 자기 순사 동료들이 민중들에게 두드려 맞고 돌팔매질 당하는 것에 비해 자기는 덜 해 먹었기 때문에 그런 곤욕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을 오히려 거들먹거릴 정도의 인물이다. 순사를 그만둔 후 먹고 살 길이 막연해지자 군정청 경찰학교에 지원서와 이력서를 내게 되고 과거의 친일 행위와는 관계없이 다시 기용된다. 새로 배속 받은 근무처에서 그는 새로 배치된 신임 경찰원을 보고 그가 일제시대에 살인 강도로 붙잡혀 들어온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만 경찰직을 사임한다.
 이처럼 일제시대의 순사가 해방 후에도 그대로 순사가 되는 것은 일제 잔재의 청산은커녕 그것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런 일이 벌어진 배후에는 미군정이 들어와 우리 민족 자체의 열망과 역량을 억누르고 오히려 일제 식민지 통치 구조를 그대로 지속시켜 일본인 관리와 친일 한국인 관리를 그대로 사용하였다는 사실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해 새로운 질서가 막 자리잡혀 가려고 했던 것들이 낡은 것의 완강한 버팀 때문에 좌절되어 가는 것을 보여 주었다. (김희민, '해방 3년의 소설문학'
 
<작품의 줄거리>
 8·15 해방 바로 뒤에 순사직을 그만 둔 맹순사는 순사 생활 팔 년 동안 아내에게 뉴똥치마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한, 지지리 주변머리 없는 사람이다. 열일곱에 서른 살 난 맹순사에게 후취로 시집온 그의 아내 서분은 신경질적이요, 요망스런 부류의 여자이다. 그녀는 오늘 아침만 하여도 하찮은 일이 시초가 되어 그 뉴똥치마는 기회가 없어서 마련을 못하였지만, 양복벌을 빼앗아 입고 돈을 받아 쓰고 쌀, 나무며 반찬거리를 얻어먹고 술대접을 받았지만, 큰 것을 먹지 아니하였으니 자신은 깨끗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맹순사의 청백관이다.
 맹순사는 생활난에 쫓겨, 배운 도적질이 그 뿐이라 생각하고 군정청 경찰 학교를 찾아가 경찰을 지원한다. 그는 팔 년이나 다닌 경험자라고 간단히 테스트 후에 당장 채용되어 XX파출소에 배속 받는다.
 맹순사는 근무지를 가면서 시민들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에 놀라면서 지난 일을 반성한다. 마침내 XX파출소에 당도해 보니 그를 맞이한 사람은 자신에 세 들어 살았던 주인집의 행랑아들인 '노마'였다. 노마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유미관을 드나들면서 주먹패의 똘마니 생활을 했는데, 주먹질 때문에 파출소에 끌려간 그를 맹순사가 몇 차례 풀려나오게 하기도 하였다. 맹순사는 속으로 '저런 것이 다 순사니, 수모도 받아 싸지'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맹순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전출 간 노마 대신에 온 새로운 동료 때문이다. 이 사람은 재작년 맹순사가 XX경찰서에서 유치장 간수로 있을 때, 살인 강도죄로 붙잡혀 들어 왔던 강봉세였다. 그리고 강봉세는 맹순사에게 복수의 칼을 갈던 사람으로 정치범·사상범이 풀려나올 때 같이 나와 경찰이 된 사람이었다.
 오후에 헐떡거리며 집으로 돌아 온 맹순사는 강봉세의 칼에 배가 찔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직원을 썼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순사라는 게 살인강도와 다를 게 없다고 넋두리한다. <백민.(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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