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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박김치는 약이었다.
작성자 오은정 등록일 10.04.20 조회수 153
[식담] 나박김치는 약이었다
매일경제 2009-03-06 17:03

겨울철 쌓인 체열을 흩어주는 역할

역사의 기록을 보면 조선시대 때 나박김치는 실제 약품으로 사용된 예도 있다.

조선 중종이 즉위한 지 19년이 되던 해인 1524년 평안도에 병이 돌았다.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에 보면 평안도 용천에서 병이 돌아 사망한 자가 670명에 이른다고 적혀 있다.

이로 인해 평양감사가 문책까지 당했다. 이듬해에도 병이 돌았는지 중종은 서둘러 의관인 김순몽과 박세거를 시켜 ‘간이벽온방’이라는 의학서를 펴낸다.

나박김치가 의학서에 나오는데 식품이 아니라 의약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중종이 순무로 나박김치를 담가 어른이나 아이, 대소간에 할 것 없이 모두 마시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대목이 보인다.

역병에 걸리는 것을 막으려고 나박김치 국물을 마시라고 했으니 지금 들으면 웃음이 나올 법도 하지만 옛날 사람들의 근거 없는 민간요법이라고 무시할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고전 한의서에는 무를 약효가 뛰어난 식품으로 여겼는데 나박김치는 기본적으로 무로 재료로 담근 김치인만큼 병에 효험이 있다고 본 것 같다.

명나라 때 의학자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에 무는 채소 중에서 가장 이로운 야채로 과도한 위산 해독에 좋고 소변을 다스려 주며 허한 기를 보충한다고 했다.

또 무는 겨울철 뱃속 깊숙한 곳에 모여 있는 체열을 흩어지게 해 위장 활동을 도와준다고 했다. 얼마나 좋으면 옛 중국 속담에 “시장에 무가 나오기 시작하면 의사가 병원 문을 닫는다”고 했을까.

그러니 무로 담근 나박김치야 말로 봄철 입맛을 돋우는 것은 물론 겨울에 쌓인 각종 노폐물을 없애는데 제격인 음식이었던 모양이다.

‘나박김치’는 무김치라는 뜻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이 지금과 같은 나박김치를 담가 먹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나박김치’라는 명칭이 등장한 것은 조선 중기 이후부터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도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김치의 주류는 아마 나박김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먼저 배추김치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빨라야 조선 전기로 봐야 할 것이고 요즘과 같은 통 배추김치는 조선 후기에 들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주로 무 김치를 담가 먹었는데 나박김치가 바로 무김치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박김치’라는 단어 자체가 무김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박’은 한자어 나복(蘿蔔)에서 나온 말로 ‘무’를 뜻하는 단어다. 현대 중국어에서도 무를 ‘나복(蘿蔔)’으로 쓰고 ‘뤄보’라고 읽는다.

나박김치는 옛날 한자어인 ‘나복저(蘿蔔菹)’에서 ‘나복’이 나박으로 바뀌었고 김치를 뜻하는 한자어 ‘저(菹)’ 대신에 절인 채소라는 뜻의 김치의 어원인 침채(沈菜)’을 썼다가 ‘침채’가 ‘김치’로 변형되어 나박김치가 됐다.

우리나라 김치의 주종을 이루던 무김치에서 별도로 나박김치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것은 조선 중기로 보인다. 중종 때 비로소 간이벽온방이라는 의학서에 ‘나박저’라는 용어가 보인다.

18세기 때 기록인 증보산림경제에도 나박김치처럼 보이는 김치 종류가 보이는데 짠 무김치에 고추 잎을 저며 섞는다고 했으니까 현재의 고춧가루를 넣는 나박김치와는 약간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나박김치의 원형일 가능성이 높지만 동치미와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식품 역사학자들은 나박김치를 동치미에서 갈라져 나온 식품으로 본다. 장아찌 형태의 무김치가 이후 소금물에 무를 절인 김치가 발전하면서 동치미가 되었고 동치미와 나박김치와 같은 국물김치로 분화되었고, 또 총각김치와 무청김치로 진화한 것으로 본다.

무를 소금물에 절인 후 오이 호박 부추 미나리 등과 함께 고춧가루를 풀면서 동치미와는 또 다른 맛이 나는 나박김치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런 나박김치는 임진왜란 이후에 나타나는데 왜냐하면 고추가 임진왜란 무렵 우리나라에 전래됐기 때문이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분홍색을 낼 때 맨드라미꽃을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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