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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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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닮아가는 느낌 / 인솔교사 (김현석,엄재민) 보고서
작성자 엄재민 등록일 05.03.02 조회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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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솔교사 (김현석,엄재민) 보고서 
인솔교사 김현석, 엄재민 
모두가 닮아가는 느낌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이 두려움에 가득찬 것이든, 아니면 설레임에 가슴이 떨리는 것이든….

출발하기에 앞서 많은 준비를 하고, 대비도 했건만 느닷없이 부딪히는 상황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는 떠나는데 흔적 없이 사라져버리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비행기표나 지갑을 흘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위장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 애들이니까. 지금 와서 생각하니 이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추억일 수 있겠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보다는 무슨 사고라도 친 것이 더 기억에 남을 테니까 말이다.

 나중에는 스스로에게 유리한 쪽만을 편집해서 대단한 무용담을 만들어낸 녀석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름대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 이것도 그만큼 컸으니까 가능하리라 싶다. 샌프란시스코를 보고 나서 덴버에서 미네소타행 비행기를 갈아타는 때부터 긴장감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말 하나 들리지 않고, 비슷한 색깔의 사람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제 낯선 곳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30명이나 되는 대가족의 행차라 머리 수를 세어 보고, 또 세어 봐도 영 불안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낯선 곳에서는 항상 조심을 하게 되는 본능을 갖게 되는지라 무사히 목적지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보는 미네소타. 수많은 호수와 하얀 궤적을 남기는 보트의 행렬, 온통 비행기 유리창을 파란 색으로 수놓고 있는 그 풍경들은 이방인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드디어 도착. 교외의 어느 교회에서 많은 가족들을 처음 대면했다. 다들 입양아들을 한둘 이상씩 끼고 모여 있다. 미네소타 주에 한인 입양아들이 많다는데, 비로소 실감이 났다. 하지만 행복한 표정들이다. 사실 피부 색이 다르다는 것은 별 새로울 것이 못된다.

마음으로 잘 대해주는 새로운 부모님이 계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 애들의 긴장감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잔뜩 겁을 먹은 표정들이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자 다들 잘들 적응해 나갔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애들이라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너그러워질 수 있으니까….

우리 애들에게 미네소타의 경험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초 호화판의 생활도 해보았을 테고, 현지인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들 삶의 단면들을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설령 그 느낌이 어떻다고 밖으로 표현은 못하더라도 마음 깊숙하게는 남아있을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학교 수업을 하면서 애들은 대부분 즐거워했다. 다행이다. 속으로는 향수병을 앓을지 모르지만, 겉으로는 아주 대범한 척을 했다. 이 상황들을 스스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고마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느낌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그들의 마음이 내게는 고맙다. 그렇게 그렇게 커나가는 게 다행이다. 인간적인 모습들을 볼 때 마음 속으로 감동하는 것처럼…. 작은 도시라고 하지만 이국적인 풍경이기에 몇 배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그들 삶의 모든 부분들이 새로운 경험이니까. 몇 번인가는 애들이 우리 어른들 마음같지 않다는 데에서 화를 내기도 했다. 많은 돈을 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럴 수가 있냐는 등의…. 하지만 그건 기성세대의 생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시선이 있고, 그만의 가치 기준이 있는 것처럼. 그러기에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을 가슴속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웃기는 녀석들, 그리고 내게는 고맙고도 재미있는 녀석들이다. 큰형 같은 너그러움과 순간을 즐기는 재미를 이미 알아버린 주영이. 어눌하면서도 소박한 웃음과 뛰어난 학구열을 보여준 솔이. 모범생다운 성의와 단정한 모습으로 늘 알차게 생활하던 영배. 언제나 즐겁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성용이. 인간다움을 느낄 줄 알고, 만족함을 아는 준재. 무엇인가를 늘 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는 용선이. 덩치와는 상반된 소박함을 보이고, 정 많은 한국인임을 자각하게 만든 규호. 우리를 마음 놓이게 하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던 원규. 천방지축이지만 그래서 더욱 많은 웃음을 만들어주었던 명랑한 윤석이. 웃음을 흘리고 다니며, 유일한 충청도 도민같이 보이던 우석이. 최고의 운동선수이자, 우리를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 준 수호. 없는 듯하지만 언제나, 누구에게나 물처럼 잘 스며드는 민수. 모범적인 태도와 적극성으로 우리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준 대영이. 스스로의 여러 경험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주형이. 늘 겸손하고, 받아들임의 미덕을 아는 근우. 여린 마음의 소유자, 몰입할 줄 아는 승현이. 출발부터 재롱을 떨던 아주 귀여운 범준이. 친구들을 잘 이끌어주면서 뛰어난 성취도를 보인 진호. 특유의 박식함과 영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석훈이. 씩씩하고 당당한, 진짜 사나이 현규. 나름대로의 생각이 언젠가는 그를 키워줄 것 같은 용우. 당찬, 사막에 떨어뜨려도 잘 살 것 같은 장근이. 아주 얌전하지만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기웅이. 최고의 학구열과 열의로 우리를 감동시키던 성현이. 못할 것 같은데도 꿋꿋하게, 뛰어난 활약을 보이던 병창이. 새롭게 사귄 친구. 스스로의 레벨을 교사 수준까지 끌어올린 원이. 1학년같지 않은 성취도와 호기심으로 늘 주목을 끌던 하영이. 늘 잠만 자지만 깨어있을 때 발휘하는 호기심은 최고인 동혁이. 화장실을 멀리해서 우리를 긴장시킨, 다물 줄 모르는 입의 소유자 준민이. 단어 한두 개로 모든 상황을 극복해 낸 실력의 보유자 신우. 이들 모두가 있기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게다가 함께 했던 현지 교사 다섯 명의 활약도 우리를 서로서로 마음으로 이어주게 했다.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하다보면 서로 닮는다고 하던가…. 생활 습관 및 태도까지도. 한국에 돌아오고 난 다음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된다. 비록 채 한 달이 안되는 기간이지만 모두들 많이 닮아가지고 돌아왔다. 한국 공항에 도착한 후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들의 외모까지 서로 닮아져 있다는 느낌. 마음 속에 함께 나눈 그 기억들이 있기에, 그 추억들이 소중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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