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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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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릴 때 내 꿈은
작성자 김기훈 등록일 17.05.26 조회수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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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여는 행복한 시 읽기_2017.05.15.

 

어릴 때 내 꿈은

도 종 환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 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1. 시를 함께 낭송해보고, 눈을 감고 어릴 때 꿈은, 도종환의 장면을 떠올려봅시다.

 

2. [짝과 함께] 시에 대해 대화를 나눠볼까요?

-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디인가요?

- 시적화자가 좋은 선생님이 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현실, 지금도 있나요?

- 시적화자는 이런 현실에 맞서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나요?

- [실천하기]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고마움의 마음을 전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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