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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수 “쓰러트리지 못하면 쓰러진다”
작성자 이상호 등록일 17.09.26 조회수 249
류한수 “쓰러트리지 못하면 쓰러진다”
 
 
“레슬링의 법칙? 아주 간단해요. 쓰러트리지 못하면 무너지는 거죠.”
 
세계챔피언 류한수(29·삼성생명)가 밝힌 레슬링의 기본이다. 류한수는 8월 23일(한국시간) 파리 아코르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2017프랑스 세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66kg급 결승에서 마테우시 베르나테크(폴란드)를 2-1로 누르고 정상에 우뚝 섰다. 2013년 대회에 이은 4년 만의 세계정복이다.
 
2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근 3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전부 결승에 올랐다. 레슬링 남녀 국가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진행한 강원도 평창에서 최근 만난 류한수는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면 쓰러지는 건 나 자신이다. 매트에 오를 때마다 혼잣말을 한다. ‘언제 어디서나 난 챔피언’이라고. 마음부터 정리하고 결전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국내든, 국제대회든 텅 빈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징크스 아닌 징크스다. 파리 대회 때도 그랬다. 일찌감치 탈락한 개최국 프랑스 선수의 라커룸에 홀로 앉아 잠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정작 경기에서는 이런저런 생각할 틈이 없다. 감각적으로 움직이고, 본능에 의존할 뿐이다. 

이번에도 동료의 덕을 봤다. 최대 고비는 유럽선수권자이자 세계랭킹 1위 아르템 수르코프(러시아)와의 4강전이었다. 워낙 힘이 좋아 손아귀에 걸리면 빠져나오기가 힘들어 집중 대비가 필요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파테르가 폐지돼 스탠딩 플레이가 특히 중요했다.

류한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29·삼성생명)가 도우미로 나섰다. 손을 빼고, 손을 다시 덮어 잡는 연습을 계속 했다. 아니나 다를까. 수르코프는 1회전 내내 류한수의 손을 낚아채려 무진 애를 썼다. 

다행히 걸려들지 않았다. 결국 상대는 자포자기.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류한수가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김)현우가 없었다면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거다. 늘 곁에서 힘을 불어넣어줬기에 지금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국가대표 2진으로 9년여를 보낸 류한수는 김현우의 오랜 훈련 파트너였다. 친구가 2012런던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섰을 때도 묵묵히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훈련을 도왔고, 이번에는 도움을 받았다.

세계선수권 그레코로만형 노 골드에 그친 러시아의 주도로 국제레슬링연맹(UWW)은 내년부터 파테르를 재도입한다.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이 바뀐 규정이 적용될 첫 메이저 대회다. 스탠딩에선 1점도 내주지 않을 자신이 강한 류한수이지만 수시로 바뀌는 국제 룰은 당혹스러울 뿐이다. 

자신감이 없지는 않다. “주변에서는 내게 그라운드가 약하다고 하지만 절대로 약하지 않다. 바라보는 기준을 살짝 바꾸면 된다. 스탠딩이 더 강하다고 봐주시면 좋겠다.”

이제 류한수의 시선은 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체중을 올려 67kg급에 도전한다. 마음가짐은 물론, 체력도 부족하지 않다. 버티고 맞잡고 부딪히는 특기 기술을 갖춘 만큼 강한 피지컬이 필수다. “생각과 마음에 달렸다. 자꾸 나이를 의식하고 체력훈련을 덜하면 체력이 떨어진다. 훈련과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20도쿄올림픽에도 욕심을 낸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가파르게 성장한 일본이 부릴 홈 텃세조차 두렵지 않다. “도쿄는 우리의 홈이다. 그레코로만형에 일본은 없다. 판정시비조차 이겨낼 수 있도록 혹독하게 준비 하겠다”며 류한수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풀어낼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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