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께 드리는 선물6(자기소개서를 빛나게 쓰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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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청주중앙중 | 등록일 | 15.12.04 | 조회수 | 207 | |
◀몇 년 전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 고3 연희를 처음 만났다. 자폐를 가진 남동생을 너무 예뻐해서 어디든 같이 다니는 아이였다. 아버지가 트럭 운전을 하는 어려운 형편에도 성적이 전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동생을 보살피며 의학에 관심을 갖게 돼 생명과학과에 대입 원서를 냈다. ◀연희의 자기소개서가 궁금해 한번 보여달라고 했다. '지원 동기'에 '어려서부터 생물 공부를 좋아했다'고만 적혀 있었다. 동생의 장애를 밝히기 싫었던 것인지 조심스레 물어보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게 자기소개서에 쓸 만큼 중요한 얘기인가요?" ◀우리 반 또 다른 학생이던 단비는 수도권 미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학 시절 수첩을 디자인해 온라인 판매에 도전했는데 꽤 손해를 보고 반년 만에 접었다. 몇 달 뒤 학교 과제로 만든 신발 수십 켤레를 벼룩시장에 들고 나가 한 시간여 만에 몽땅 팔아치웠다. 실패에서 깨달은 '마케팅 원리'를 적용한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비의 취업 자기소개서에는 '완판' 사례만 있을 뿐 성공을 있게 해준 실패 사례는 빠져 있었다. 실패를 통해 뼈저리게 배운 얘기를 쓰면 어떨까 묻자 단비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자기소개서에는 좋은 얘기만 써야 하는 줄 알았는데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향해 인사 담당자들은 '스펙보다 스토리를 내세우라'고 조언한다. 젊은이들은 "평범하게 살아온 내 인생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고 푸념한다. 남들보다 더 '센' 스토리를 만들려고 번지점프도 해보고 오지로 봉사활동을 떠나기도 한다. ◀스토리가 아니라 스토리를 보는 '눈'이 부족한 건 아닐까. 크든 작든 시련과 실패를 전혀 겪어보지 않은 인생은 없다. 고통을 나름대로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저마다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흔드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시련과 실패가 얼마나 귀한 이야기 재료가 되는지, 우리는 배우지 못하고 자랐다. 학교와 사회는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야 한다' '실수하면 끝장이다'라고 끊임없이 다그쳤다. 역경과 악조건은 창피한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숨겨야 했다. 그러니 고통을 잘 견뎌내고 맛본 성공의 경험이 평생 재산이 될 거라는 생각을 못한다. ◀그때 동생 얘기를 밝혀 쓰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다닌 연희는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되는 연구를 하겠다'며 의학전문대학원에 도전해 한 달 전 합격했다. 실패를 성공으로 이끈 이야기를 멋지게 적어낸 단비 역시 대기업 인턴으로 선발돼 바쁘게 일을 배우고 있다. 이 씩씩하고 기특한 젊은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짜릿한 인생 드라마를 써나갈까. 정말 기대가 된다. <2015. 12. 04일자 조선일보 ‘2030 프리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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