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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께 드리는 선물6(자기소개서를 빛나게 쓰는 법)
작성자 청주중앙중 등록일 15.12.04 조회수 207

자기소개서를 빛나게 쓰는 법

 

몇 년 전 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 고3 연희를 처음 만났다. 자폐를 가진 남동생을 너무 예뻐해서 어디든 같이 다니는 아이였다. 아버지가 트럭 운전을 하는 어려운 형편에도 성적이 전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동생을 보살피며 의학에 관심을 갖게 돼 생명과학과에 대입 원서를 냈다.

 

연희의 자기소개서가 궁금해 한번 보여달라고 했다. '지원 동기''어려서부터 생물 공부를 좋아했다'고만 적혀 있었다. 동생의 장애를 밝히기 싫었던 것인지 조심스레 물어보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그게 자기소개서에 쓸 만큼 중요한 얘기인가요?"

 

우리 반 또 다른 학생이던 단비는 수도권 미대 졸업을 앞두고 있다. 대학 시절 수첩을 디자인해 온라인 판매에 도전했는데 꽤 손해를 보고 반년 만에 접었다. 몇 달 뒤 학교 과제로 만든 신발 수십 켤레를 벼룩시장에 들고 나가 한 시간여 만에 몽땅 팔아치웠다. 실패에서 깨달은 '마케팅 원리' 적용한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단비의 취업 자기소개서에는 '완판' 사례만 있을 뿐 성공을 있게 해준 실패 사례는 빠져 있었다. 실패를 통해 뼈저리게 배운 얘기를 쓰면 어떨까 묻자 단비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자기소개서에는 좋은 얘기만 써야 하는 줄 알았는데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향해 인사 담당자들은 '스펙보다 스토리를 내세우라'고 조언한다. 젊은이들은 "평범하게 살아온 내 인생엔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고 푸념한다. 남들보다 더 '' 스토리를 만들려고 번지점프도 해보고 오지로 봉사활동을 떠나기도 한다.

 

스토리가 아니라 스토리를 보는 ''이 부족한 건 아닐까. 크든 작든 시련과 실패를 전혀 겪어보지 않은 인생은 없다. 고통을 나름대로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저마다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흔드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시련과 실패가 얼마나 귀한 이야기 재료가 되는지, 우리는 배우지 못하고 자랐다. 학교와 사회는 '남들보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야 한다' '실수하면 끝장이다'라고 끊임없이 다그쳤다. 역경과 악조건은 창피한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숨겨야 했다. 그러니 고통을 잘 견뎌내고 맛본 성공의 경험이 평생 재산이 될 거라는 생각을 못한다.

 

그때 동생 얘기를 밝혀 쓰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 다닌 연희는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되는 연구를 하겠다'며 의학전문대학원에 도전해 한 달 전 합격했다. 실패를 성공으로 이끈 이야기를 멋지게 적어낸 단비 역시 대기업 인턴으로 선발돼 바쁘게 일을 배우고 있다. 씩씩하고 기특한 젊은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짜릿한 인생 드라마를 써나갈까. 정말 기대가 된다.

 

<2015. 12. 04일자 조선일보 ‘2030 프리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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