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강 탈락 '중학교의 높은 벽' 실감 4회 사연 소개 후 청주동중 장학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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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동중 씨름부 김성식(오른쪽)이 유인엽 교감에게 장학증서를 전달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 임장규기자 | |
| 분했다. 중학교의 벽은 역시 높았다.
지난달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전국 회장기 장사씨름대회. 초등학교 전국 모래판을 호령했던 김성식(14·청주동중 1학년·-75㎏ 용장급)은 8강에서 떨어졌다. 3학년 형에게 졌다. 32강과 16강에선 각각 3학년, 2학년을 눌렀다. 하지만 8강에선 별 힘을 못썼다. 자세를 제대로 못 잡은 게 패인이었다. 단판이라 더 분했다.
충북일보 나눔의 행복 4회(4월11일자 3면)에 소개된 김성식을 한 달 만에 다시 만났다. 손가락 마디마디 물집이 잡혀 있었다. 14살 소년의 '식스팩'은 더 빨래판 같아졌다.
김성식은 아직도 그날 시합을 잊지 못했다. "어떻게 할 겨를이 없었어요. 기우뚱 하면서 일어났는데 심판이 곧바로 시작하더라고요. '밀어치기'로 넘어갔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복수'와 '우승'이다. 올해 안에 3학년 형들을 모두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포부다.
실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음성 대소초등학교 6학년 시절 이미 씨름판을 호령했던 그다. 회장기 전국장사씨름대회 1위, 7회 학산 김성률배 전국장사씨름대회 1위, 47회 대통령기 전국장사씨름대회 1위, 39회 전국소년체육대회 1위. 김성식이 1년 동안 따낸 타이틀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샅바를 처음 잡은 김성식은 1년 만에 '제2의 이만기' 소리를 들었다. 타고난 씨름 천재였다.
이런 천재가 씨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황당하면서도 슬프다. 배고파서다.
때는 5학년 가을 소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돼 집을 나간 엄마, 8년 전 사업을 한다며 소식이 끊긴 아빠. 몸이 아픈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싸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최형욱 체육교사가 성식이의 가방을 열었다. 생각대로였다. 물통 하나뿐이었다. 식당으로 데려가 밥을 사 먹였다. "씨름 한 번 해볼래? 배고플 일은 없을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대회 3등을 했다. 걸음마를 갓 뗀 아이가 육상대회 3등을 한 것과 다름없었다. '신동'. 김성식을 위한 단어였다.
6학년에 올라가선 전국을 제패했다. 6개 전국대회 중 4개를 휩쓸었다. 나머지 2개 대회에서도 2위와 3위를 했다. 적수가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는 달랐다. 8강 탈락. 처음 느껴본 패배감이었다. 기운이 쏙 빠졌다.
지난 13일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 "다시 일어나야지!". 청주동중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성식이의 재도약을 위해 조금씩 정성을 모았다. 135만원의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성식이가 땀을 닦으며 멋쩍게 웃는다. "고맙습니다. 꼭 다음 대회에선 우승하겠습니다." 충북이 낳고 기르는 소년장사 김성식. 그가 다시 샅바를 힘차게 잡는다. (김성식 후원 문의 : 청주동중학교 교무실 043-256-0530)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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