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시 쓰는 마음으로…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야죠 -- 조경가 정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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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09.20 | 조회수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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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의 시인’ 조경가 정영선
정영선은 일을 맡으면 먼저 땅을 본다. 보고 또 본다.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그 땅과 함께할 사람을 생각한다. 그 땅과 함께할 사람의 일상을 그린다. 그 땅과 함께할 사람의 자손의 미래를 그려본다. 다시 땅을 본다. 흙을 만지고 냄새를 맡는다. 그 땅과 사람과 어울리는 시와 그림을 떠올린다. 땅과 사람과 어울리는 시와 그림과 풀과 꽃과 나무를 생각한다. 그 풀과 꽃과 나무는 한국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땅도 살고 사람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올해 나이 여든. 조경가 정영선(사진)은 50년 가까운 시간을 이렇게 일해왔다. 한국전쟁 이후 공사 먼지가 끊이지 않았던 ‘개발공화국’의 한가운데서 정영선은 ‘사람’과 ‘자연’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관철시켜왔다. 예술의전당, 86아시안게임 기념공원, 88올림픽공원, 93대전 EXPO, 인천국제공항, 선유도공원, 여의도 샛강공원, 노무현 전 대통령 자택과 묘역, 호암미술관 희원, 아모레퍼시픽 사옥, 서울식물원 등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마다 정영선의 손길이 담겼다.
지난달 29일 서울식물원에서 만난 그는 호미를 들고 땅에 쭈그려 앉았다. 탁탁탁. 호미질 세 번에 노란 미나리아재비꽃이 잔뿌리 하나 다치지 않고 땅 위로 올라왔다. “예쁘죠. 참 예뻐. <빨강머리 앤>에서 ‘버터컵’이라고 나오는 꽃이에요. ‘빠다’ 색깔 닮았다고. 옛날엔 흔했는데 매연에 약해서 이제 보기가 힘들어. 참 마음이 아파. 구하기가 어려워서 우리집에서 뽑아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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