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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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5.07.26 | 조회수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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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식물학자가 자연에서 찾은 풍요로운 삶의 비밀 로빈 월 키머러 저/노승영 역 | 다산북스 | 2025년 05월 27일
목차
들어가는 글
선물은 관계의 방식을 바꾼다 모든 번영은 상호적이다 나누고 베푸는 부의 재분배 각자가 모든 것을 가질 필요는 없다 생명의 기반은 경쟁이 아니라 공생이다 우리에게는 기쁨과 정의가 있다, 베리도
선물 경제에 참여하라는 초대장 감사의 글 바침 참고 문헌
책소개
끊임없이 일하고, 소비하고, 소유하고…. 가진 것은 점점 많아지는데 왜 계속 부족한 기분만 드는 걸까?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더 먼 곳으로 여행하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한다. 동시에 모두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더 큰 불안을 느끼고, 더 많은 숲과 동물을 베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삶은 복잡하고, 관계는 불안정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자연과 단절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삶에 고립되어 있다. 홀로 절망하기 쉬운 이 시기에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비추며, 무한정 경쟁하고 착취하고 고립되는 대신 존중하고 감사하고 나누며 연결되는 새로운 세계를 꿈꿔 보자고 권한다.
아메리카 선주민 출신 생태학자인 로빈 월 키머러는 새들과 함께 서비스베리(채진목) 열매를 따면서 자연과 인간 세계의 경제 체제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 자원을 비축하고 나누지 않으려 하지만, 숲에서 키머러가 발견한 것은 오히려 내어줌으로써 순환하고 번영하는 식물의 모습이었다. 우리가 함께 풍요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되찾기 위해, 선주민의 지혜와 식물 세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의 대표작 『향모를 땋으며』는 출간 당시 언론사와 서점 3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리터러리 허브가 꼽은 ‘2010년대 최고의 에세이 TOP 10’에 오르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200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책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사랑받으며 이 시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첫 책 『이끼와 함께』는 소설가 한강이 아버지에게 선물하고, 아버지 한승원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알려지며 다시금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자연과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연결을 되찾는 길을 모색해 온 키머러는 세 번째 책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에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호혜와 상호 연결의 세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영혼이 투명해지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자연의 초대장이자 충만하고 아름다운 삶, 진정으로 지키고 싶은 가치를 돌아보자는 제안이다. 추천사를 쓴 김겨울 작가의 말대로 “우리는 모르는 이에게도 기꺼이 선물을 주는 존재”다. 이 책을 통해 가장 힘겨운 날에도 꺼지지 않는 빛 한줄기를 마음속에 품게 되기를, 각자가 꿈꾸는 더 아름다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책 속으로
내 손가락을 파랗게 물들인 들통 속 준베리님들은 수백 가지 선물 교환을 대표한다. 단풍나무님은 잎을 땅에 내어주었다. 무수한 무척추동물과 미생물은 영양소와 에너지를 교환하여 부식질을 만들어 서비스베리님의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했다. 애기여새님은 서비스베리님의 씨앗을 땅에 떨어뜨렸다. 해, 비, 이른 봄의 파리는 꽃가루받이를 했다. 농부는 어린나무가 자리 잡도록 삽을 놀려 땅을 세심하게 다듬었다. 모두가 선물 교환의 일부이며 모두가 필요한 것을 얻는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세상에 선물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자신이 호혜성의 그물망 안에 속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당신은 행복과 책임감을 느낀다. 무언가를 선물로 인식하면 설령 ‘그것’의 물리적 구성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관계가 심오하게 달라진다. 상점에서 구입한 털모자도 당신을 따뜻하게 해줄 순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모가 손뜨개질해 준 것이라면 ‘그것’과 전혀 다른 관계를 맺게 된다. 당신은 책임감을 느끼게 되며 당신의 감사는 세상에서 추진력을 발휘한다. 상품으로서의 모자보다는 선물로서의 모자를 더 귀하게 다룰 가능성이 크다. 선물로서의 모자에는 관계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선물 사고방식의 힘이다. --- 「선물은 관계의 방식을 바꾼다」 중에서
늦여름 더위에 매일같이 호박이 새로 열리면 이곳에서는 남는 것을 보관할 장소를 찾는 게 일이다. 오이만 한 주키니호박은 며칠 만에 야구방망이만큼 커진다. 사람들은 호박을 서로의 우편함에 넣어두거나 주차된 차의 앞자리에 몰래 올려놓는다. 이걸 선물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은밀한 공간 확보 경쟁에 가까울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텃밭이 있고 주키니호박이 골칫거리인 것은 아니다. 샌디는 일터에서 귀가하는 차량이 멈춰 갓 딴 채소 선물을 저녁거리와 식탁 장식용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며 흐뭇해한다. 교환의 화폐는 은밀히 주고받는 미소다. --- 「나누고 베푸는 부의 재분배」 중에서
선물 경제는 어디에나 있다. 관심을 기울이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 보인다. 친구들은 우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유아차를 물려준다. 내 친구 하나는 끝내주는 라사냐를 만드는데, 혼자 먹기엔 너무 많아서 언제나 나이 지긋한 이웃에게 나눠 준다. 내게 남아도는 것은 책이다. 사람들이 늘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넘기면, 때로는 마지막 장을 넘기기도 전에 친구에게 책을 넘겨준다. 당신도 그러길 바란다. 이 단순한 행위가 선물 경제의 핵심이다. 돈은 전혀 오가지 않는다. 어떤 형태로도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책은 쓰레기 매립지에 처박히지 않았으며 친구와 나는 유대감과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내어줌의 행위는 호혜성의 물꼬를 튼다. 이것은 서비스베리님이 하는 일과 별로 다르지 않다. --- 「각자가 모든 것을 가질 필요는 없다」 중에서
희소성, 즉 결핍이 문화적 구성물에 불과하다면, 더 나은 삶의 방식을 가로막는 허구라면 어떻게 될까? 서비스베리님 경제학에서는 결핍이 보이지 않는다. 공유되는 풍요만 보인다. 광합성 산물은 공급이 달리지 않는다. 태양과 공기는 영원히 재생 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관계의 그물망을 따라 결핍의 물결이 퍼져 나간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진짜 결핍이다. 여파와 상실을 낳는 물리적 한계이며, 풍요와 마찬가지로 공유된다. 자연의 변동으로 인해 생겨나는 이런 결핍은 나의 근심거리가 아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만들어진 결핍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돌아가려면 결핍이 있어야 한다. 이 체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결핍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되었다. --- 「생명의 기반은 경쟁이 아니라 공생이다」 중에서
나는 선물 경제라는 개념을 귀하게 여긴다. 우리를 짓누르는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체제는 모든 것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빼앗는다. 소속감, 관계, 목적, 아름다움처럼 결코 상품화할 수 없는 것들 말이다. 부가 ‘나눌 게 많다’라는 의미인 체제의 일원이 되고 싶다.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려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무한히 재생 가능한 자원인 감사와 친절이 교환의 화폐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 이런 화폐는 쓸수록 가치가 낮아지는 게 아니라 나눌 때마다 증가한다. --- 「우리에게는 기쁨과 정의가 있다, 베리도」 중에서
저 : 로빈 월 키머러 (Robin Wall Kimmerer)
엄마, 식물생태학자, 작가이자 뉴욕주립대학교 환경생물학과의 저명 강의교수이며 시티즌 포타와토미 네이션의 성원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포타와토미족 출신으로 자신을 키운 것은 ‘딸기’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미국 역사에서 지워진 인디언 부족의 전통과 토착적 지식을 되살려내 과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인간과 대지의 조각나고 부서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은 어떤 것인지를 모색한다.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식물학을 공부했으며,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식물생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첫 책 『이끼를 모으다Gathering Moss』로 빼어난 자연문학에 주는 존 버로스 메달을 수상했다. 「오라이언」, 「홀 터레인」을 비롯한 여러 학술지에 글을 발표했다. 뉴욕 시러큐스에 살고 있으며, 원주민·환경연구소를 창립하여 소장을 맡고 있다.
역 : 노승영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인지과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고 생각한다. 《향모를 땋으며》,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흙을 살리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들》, 《시간과 물에 대하여》, 《나무의 노래》, 《새의 감각》, 《숲에서 우주를 보다》 등을 옮겼다. 2024년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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