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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4.10.31 조회수 14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

 

 

손톱만 한 작은 짐승과 30년간 한솥밥 먹은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저 | 김영사 | 2024년 07월 30일


목차들어가며
1. 숨 가쁜 사랑의 노래
ㆍ 갖고 싶으면 먼저 줘라ㆍ 장단점은 동전 앞뒤와 같다ㆍ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ㆍ 굴복은 정말 패배일까?ㆍ 몰입하면 불만을 가질 틈이 없다ㆍ 숭고한 모성애ㆍ 아기 보살피는 아빠
2. 저마다의 삶의 방식
ㆍ 너무 의지하면 무능해진다ㆍ 생존 없는 미래는 없다ㆍ 기다림의 기쁨을 알고 있니?ㆍ 플랜 B를 준비하라ㆍ 개성은 하늘의 별만큼 많아ㆍ 상식은 또 다른 편견ㆍ 한 템포 쉬어가기
3. 치열한 생존의 현장
ㆍ 나를 바꾸는 게 더 편해ㆍ 공포에 대처하는 자세ㆍ 감정이 담긴 몸짓ㆍ 위험 없이 얻는 것은 없다ㆍ 기울어진 운동장ㆍ 무엇을 지키느냐 무엇을 내려놓느냐ㆍ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4.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
ㆍ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ㆍ 혼자보단 함께 사는 것이 좋아ㆍ 모두의 행복 VS 개인의 행복ㆍ 왜 우리는 식물만 사랑할까?ㆍ 꽃은 사람을 위해 피지 않는다ㆍ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멸망한다ㆍ 나를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어
나가며

책소개

30년간 곤충과 동고동락한 곤충학자의 인생과

자신만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충생에 관한 이야기

꽃이 좋아 꽃구경하러 다니다 그만 꽃 속에 사는 곤충에 홀려 나이 마흔에 곤충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정부희 박사. 그가 겪었던 진솔한 삶의 에피소드와 소탈한 단상, 그리고 경이롭고도 고달픈 곤충의 생을 들여다보는 매혹적인 에세이. 곤충의 생태와 습성 그리고 지구에서 곤충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 관해 재치 있고 깊이 있는 입담으로 풀어낸다. 관찰·연구에 뿌리를 둔 유쾌한 스토리텔링과 곤충을 바라보는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이 어우러져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왜 곤충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 넌지시 들려준다. 곤충을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이 반길 만한 책이다.

그동안 책에 나의 인생사, 나의 개인 생활을 불러들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내 관심은 오로지 충생에 쏠려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무슨 맘을 먹었는지 이 책에는 모든 글마다 그간 살아온 소소한 인생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뒤를 이어 경이롭고도 고달픈 곤충의 삶, 즉 충생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자연스레 나의 인생과 충생이 동격화된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내게 곤충은 인성이 부여된 존재입니다.”

책 속으로

드디어 심사 통과! 선물이 맘에 들었는지 암컷은 조심조심 수컷이 지키고 있는 선물로 다가가 곧바로 주둥이를 푹 찔러 넣고 식사를 시작합니다. 선물 증정식은 밀당과정 없이 싱겁게 끝나버렸고, 수컷은 바로 이때다하며 짝짓기에 들어갑니다. 선물을 구하기까진 힘든 노력이 들어가지만, ‘갖고 싶으면 먼저 줘라란 수컷의 작전은 일단 성공한 것 같습니다.

--- p.15

사실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처럼 우람한 뿔을 달고 사는 건 생존에 매우 불리합니다. 먼저 뿔이 크니 천적에게 들키기 쉽고, 천적을 만나 피한다 해도 뿔의 구조가 복잡해 나무껍질 속으로 잘 숨지 못합니다. 또 머리에 붙어 있는 뿔 때문에 식사하기도 불편하고,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뿔이 커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암컷의 선택 조건이 우람한 뿔이기 때문입니다.

--- p.23

이제부터 육아는 아빠 몫입니다. 알들이 붙어 있는 풀줄기를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도록 우람한 앞다리로 감싸 안습니다. 때때로 알이 햇빛에 마를세라 자기 몸에 물을 묻혀 와서 알에다 발라주기도 하고, 햇볕이 뜨거울세라 육중한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알이 썩지 않도록 공기가 잘 통하게 알과 알 사이를 뾰족한 주둥이로 벌려주기도 하지요.

--- p.54

종종 곤충을 관찰하러 산과 하천을 다닐 때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란 팻말을 보곤 합니다. 물론 재난 상태에 빠져 굶주리는 야생동물에겐 구호 차원에서 먹이를 주는 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은 인간에게 의지하는 취약한 동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성을 잃으면 동물은 무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p.62

기다림의 끝, 드디어 반딧불이가 날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수풀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어두운 숲속에서 반딧불이 수십 마리가 나와 반짝반짝 춤을 춥니다. 영롱한 불빛을 내면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휘리릭 날아갑니다. 그 모습이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기다림 끝에 받은 보상,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 p.78

하루하루를 너무 열심히 살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조차 까먹을 때가 많습니다. 이따금 몸이 멈추어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달리다, 세게 한 방 얻어맞은 후에야 비로소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여정에서 잠시 멈추어 이제 쉬어도 괜찮아하며, 자신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보세요. 쉼은 재충전입니다.

--- p.114

곤충의 행동 변화는 소소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자 생존 전략입니다. 곤충의 희로애락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들 방식대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합니다. 곤충을 하등동물 또는 미물이라 치부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감정이 담긴 몸짓에 관심 가져볼 일입니다. 곤충은 좋으나 싫으나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니까요.

--- p.141

외래종의 부정적 영향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생명체의 처지에선 외래종이면 어떻고, 토종이면 또 어떻습니까? 생태계에선 다 제 역할이 있으니 이 풀은 이래서 있어야 하고 저 풀은 저래서 없애야 하고, 저 곤충은 이래서 없애야 하고.’ 논리가 안 통합니다. 저마다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외래종과 토종의 균형을 맞추는 묘수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 p.159

어머니는 세상 뜨기 십여 년 전부터 죽음 맞이를 준비하셨습니다. 삼베를 직접 골라 마을 어른들과 함께 손수 수의를 지으셨고, 양지바른 선산 자락에 가묘를 만드셨습니다. 그리곤 때때로 그 수의를 꺼내보며 흐뭇해하시곤 했지요. 철들고 생각해보니 어머니 나름의 방식으로 죽음을 준비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비록 몇 달은 누워 계셨지만, 큰 병 앓지 않고 평안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 p.160

모든 곤충이 편식하지 않았다면, 결국 먹잇감이 모자라 곤충은 공멸했을 겁니다. 음식을 식성별로 나누어 먹으면 음식 경쟁이 심하지 않아 모두 공존할 기회가 높아집니다. () 현명하게도 곤충은 자신들만의 영역을 정해놓고 각각의 입맛에 맞게 식사함으로써, 식물도 살리고 자신들의 식량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곤충의 지혜가 위대할 뿐입니다.

--- p.171

꽃은 왜 예쁠까요? 식물은 왜 예쁜 꽃을 피울까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피울까요? 물론 단연코 아닙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곤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따지고 보면 곤충 덕분에 사람들이 예쁜 꽃구경을 할 수 있는 겁니다.

--- p.202

그 어떤 곤충도 꿀벌만큼 효율적으로 중매를 서지 못합니다. 세계적으로 모든 속씨식물 가운데 80퍼센트를 곤충이 중매를 서는데, 그중 약 85퍼센트를 꿀벌이 맡습니다. 특히 과일나무의 경우, 90퍼센트를 꿀벌이 책임진다고 합니다. 결국 식물의 번성은 단 9종의 꿀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p.210

사실 그러한 지구의 경고는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인간은 이를 계속 무시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곤충학자인 나는 그 시작점이 곤충을 자세히 살피고 곤충에게 관심을 갖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아닌 존재에게 눈길을 돌리는 일이지요.

--- p.224

: 정부희

저자는 부여에서 나고 자랐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성신여자대학교 생물학과에서 곤충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던 산골 오지, 산 아래 시골집에서 어린 시절과 사춘기 시절을 보내며 자연 속에 묻혀 살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자연은 저자의 정신적 원형(archetype)’이 되어 삶의 샘이자 지주이며 곳간으로 늘 함께하고 있다.

30대 초반부터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전국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자연에 눈뜨기 시작한 저자는 이때부터 우리 식물, 특히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되어 식물을 공부했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며 새와 버섯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생태 공원인 길동자연생태공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자연과 곤충에 대한 열정을 키워 나갔고, 우리나라 딱정벌레목의 대가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성신여자대학교 생물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석사 학위를 받고 이어 박사 과정에 입학한 저자는 버섯살이 곤충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했고, 아무도 연구하지 않는 한국의 버섯살이 곤충들을 정리할 원대한 꿈을 향해 가고 있다. 한국산 거저리과의 분류 및 균식성 거저리의 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최근까지 거저리과 곤충과 버섯살이 곤충에 관한 논문을 60편 넘게 발표하면서 연구 활동에 왕성하게 매진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연구소와 고려대학교 한국곤충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 한양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건국대학교 같은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현재는 우리곤충연구소를 열어 곤충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국립생물자원관 등에서 주관하는, 자생 생물 발굴 사업, 생물지 사업, 전국 해안사구 정밀 조사, 각종 환경 평가 등에 참여해 곤충 조사 및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왕성한 연구 작업과 동시에 곤충의 대중화에도 큰 관심을 가진 저자는 각종 환경 단체 및 환경 관련 프로그램에서 곤충 생태에 관한 강연, 여러 방송에서 곤충을 쉽게 풀어 소개하며 곤충 사랑 풀뿌리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15올해의 이화인 상을 수상하였으며, 저서로는 정부희 곤충기곤충의 밥상, 곤충의 보금자리, 곤충의 살아남기, 곤충과 들꽃, 곤충의 짝짓기, 나무와 곤충의 오랜 동행, 갈참나무의 죽음과 곤충왕국이 있고, 곤충들의 수다, 버섯살이 곤충의 사생활, 생물학 미리보기, 사계절 우리 숲에서 만나는 곤충. 우리 땅 곤충 관찰기(1~4), 먹이식물로 찾아보는 곤충도감, 세밀화로 보는 정부희 선생님 곤충교실(1~5), 정부희 곤충학 강의들이 있다. 학술 저서로는 한국의 곤충(딱정벌레목: 거저리아과)1, 2, 3, 한국의 곤충(딱정벌레목: 개미붙이과), 한국의 곤충(딱정벌레목: 버섯벌레과), 한국의 곤충(딱정벌레목: 긴썩덩벌레과), 한국의 곤충(딱정벌레목: 허리머리대장과, 머리대장과, 무당벌레붙이과, 꽃알벌레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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