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법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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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10.24 | 조회수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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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1976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재향군인회(American Legion)는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수백 명의 노병을 초청하여 필라델피아에서 성대한 행사를 치르고 있었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독립이 선언되고 연방 헌법이 제정된 역사적 도시로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의 최대 도시다. 그런데 갑자기 참전 용사들 가운데 221명이 폐렴 증세를 보였고, 안타깝게도 34명이나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주최 측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보건당국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당장 원인균을 찾아낼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반년 이상을 불철주야 매진한 끝에 마침내 문제의 병원균 색출에 성공했고, 이 범인을 ‘레지오넬라(Legionella)’라고 명명했다. 재향군인회를 뜻하는 영어 단어 ‘레지온(legion)’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감염병은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으로 불리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레지오넬라증은 일명 ‘재향군인병’으로 불리는 폐렴과 특별한 치료 없이도 호전되는 급성 질환인 ‘폰티악열(pontiac fever)’, 이렇게 두 감염병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2016년 이후로 레지오넬라균이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열대야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그해 여름, 한 지역 숙박시설에서 레지오넬라증 환자가 발생했다. 시설 내 곳곳에서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많은 레지오넬라균이 확인되었고, 해당 업소에는 사실상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국내에서 레지오넬라균이 일으킨 첫 사고였다. 이를 언론이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레지오넬라는 폐렴을 일으키는 흉악한 병원균으로 대중에 각인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어디서 갑자기 레지오넬라균이 나타났을까? 사실, 그 자초지종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레지오넬라균에게 전적으로 죄를 돌리는 게 맞는지 싶다. 다음은 미생물학 지식을 바탕으로 역지사지 상상해 본 레지오넬라균을 위한 변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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