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순환 주도하며 지구상 모든 삶을 부양하는 ‘작은 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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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주재석 | 등록일 | 24.08.09 | 조회수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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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대중매체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게놈(genome)’을 합친 합성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전자는 미생물 무리를, 후자는 한 생명체가 지니는 모든 유전정보를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나름 간단명료해 보이는 정의다. 하지만 함축하는 의미가 생각보다 깊다.
‘바이오타(biota)’란, 정해진 지역에 분포하는 모든 생물을 일컫는다. ‘생물상’으로 번역하는 이 용어가 만들어진 1901년 당시에는 동물상과 식물상을 합쳐서 이르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1916년, 일반적인 생물 무리가 아니라 특정 조건에 따라 구분되는 동식물을 총칭하는 ‘바이옴(biome)’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를테면 바이옴은 열대우림, 툰드라, 사막 따위처럼 주로 기후 조건으로 구분되는 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동식물을 아우른다. 참고로 우리말로는 바이옴을 ‘생물군계’라고 한다.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생물학 연구자 대부분에게 미생물은 생명체이기 전에 병원체로 다가왔다. 미생물은 동식물처럼 인간과 함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악마 같은 존재였고 박멸 대상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미생물학은 미생물과의 전쟁을 통해서 발전해온 학문이다. 그러다가 20세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존재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탄소와 질소를 비롯하여 생명체의 구성과 생존에 필요한 원소는 자연계에 풍부하지만, 항상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미생물이 이들 원소를 식물과 동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주는 핵심 역할을 한다. 예컨대, 미생물은 쓰레기와 동식물 사체 따위를 분해하여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돌려보냄으로써 광합성을 가능케 한다. 이뿐만 아니라 공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 가스도 특정 미생물 덕분에 천연 질소 비료로 거듭난다. 지구 차원에서 보면 물질이 생물과 환경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물질순환’이다. 한마디로 미생물은 물질순환을 주도하여 지구상의 모든 삶을 부양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의 참모습과 그 중요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특정 서식지에 사는 미생물을 총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용어다. 공식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52년의 일이다. ‘바이오타’가 아니라 ‘바이옴’ 앞에 ‘작은’을 뜻하는 접두사 ‘마이크로(micro)’를 붙인 것은 특정 조건 또는 환경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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