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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3.08.23 조회수 15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저 | 문학동네 | 2021년 02월 22일


목차

프롤로그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1부.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
시간을 날아온 카시니
박사님이시네요
우리만의 유니버스
『실록』 베리에이션
시적 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Re) 교수님께

2부. 이과형 인간입니다
즐기세요
발칙한 우주 산책
백 퍼센트의 별똥별
최고의 우주인
감정의 진폭
지구는 별이 아니다
관측하기 딱 좋은 날
인터뷰를 하시겠습니까
창백한 푸른 점
해 지는 걸 보러 가요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
우주와의 랑데부
우주를 사랑하는 만 가지 방법
하늘의 어디
수분受粉하는 여행자
잘 알려진 천문학사
잘 알려지지 않은 천문학사

4부. 우리는 모두 태양계 사람들
안녕, 고리롱
플라이 미 투 더 문
화성에서 만나요
명왕성이 사라졌다
계절이 지나가는 시간
여행길 음악
우리, 태양계 사람들

에필로그



책소개

‘창백한 푸른 점’ 속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심채경의 첫 에세이
이론물리학자 김상욱, 『씨네21』 김혜리 기자 강력 추천!

천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과 세상, 그리고 멀고도 가까운 우주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천문학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아름다운 무언가에 대해서는 ‘별처럼 빛난다’고 말하고,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면 별자리로 운을 점치며 ‘우주의 기운’이 함께하길 빌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달과 별과 우주란 어떤 의미일까. 할리우드 영화 속 과학자들의 ‘액션’은 스릴이 넘치고 미항공우주국과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일지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그런 뉴스들이 오히려 천문학을 딴 세상의 이야기로 치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속 천문학자 심채경이 보여주는 천문학의 세계는 그러한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다. 빛과 어둠과 우주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천문학자도 누구나처럼 골치 아픈 현실의 숙제들을 그날그날 해결해야 한다. 다만 그 비밀을 풀기 위해 ‘과학적으로’ 골몰할 뿐이다. ‘지구는 돌고 시간은 흐른다’는 우주적이고도 일상적인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천문학자의 이야기는 그러하기에 더욱 새롭고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_「프롤로그」에서)

 

 

책 속으로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p.13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 p.31

여러 길로 갈라진 평행우주 속 용감히 떠난 나와 용감히 남은 나, 모두를 찬양한다. 그렇게 또 한발 내딛는 연습을 한다. May the force be with me.
--- p.32

오늘 내가 할 일은, 애써서 받은 그 ‘연구 면허’가 별무소용인 종잇장이 되지 않도록 연구자로서 할 일을 다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고 평가받는, 누구나와 같은 그 삶 속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뿐이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 p.36

내가 들었던 ‘기본천문학’ 강의는 “천문학이란 미래에도 변함없이 살아남을, 시간에 무관한 기본 지식”이라는 멋진 말씀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걸 포스트잇에 적어 공책 맨 앞에 붙여두었다.
--- p.45

우린 항상 잘 모른다.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 p.95

어떤 사람들은 이소연을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선발된 우주인이 갑자기 교체된 것도 당황스러운데다가, 여성 우주인이 앞으로 나서게 되는 것을 고까워하는 시선이 더해졌다. 여성 우주인이 남성 우주인 옆에 후보로 있다가 역사적인 발사의 순간에 손뼉 치며 환호해주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보기 좋은 그림이었다. 고산이 이소연으로 교체된 사건은, 남자의 자리를 여자가 대신한다는 충격으로 퍼져나갔다.
--- p.100

나는 어느 여자 교수님을 혼자 몰래 존경하고 있다. 분야가 달라서 직접 뵙고 말씀 나눌 기회는 흔치 않았지만, 언젠가 그 학과 대학원생을 우연히 만나 “그 교수님 어떠세요?”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남초사회에서 자리잡은 여성 과학자는 언제나 호기심과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어떤 성향이실까, 연구 스타일은 어떨까, 강의는 어떻게 하실까, 요즘은 주로 뭘 연구하실까, 그런 게 궁금했다. 그런데 내게 돌아온 대답은 “글쎄요. 애가 아프다고 학교 안 오실 때도 있고 그래요”였다. 내가 보기에는 정년을 앞두고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자신의 대학원생들을 늘 자랑스럽게 여기는 멋진 교수님인데, 고작 그런 시선이라니.
--- p.107~108

보이저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 p.156

황홀한 황혼은 태양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지구에서 태어난 나를 칭찬한다.
--- p.158

달에 집을 짓는다면 지구로 향하는 창을 낼 것이다. 창문이 곧 생동하는 액자가 될 테니.
--- p.230

저 : 심채경
천문학자. 행성과학자.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우주탐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신분을 바꿔가며 20여 년간 목성과 토성과 혜성과 타이탄과 성간과 달과 수성을 누볐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했다. 언제 회신될지 모를 신호를 우주에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과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 자연 그리고 우주를 동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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