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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교실 게시판입니다.
초판본 월든 : 숲속의 생활
작성자 주재석 등록일 23.01.03 조회수 50

 

 

 

초판본 월든 : 숲속의 생활

 

185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전행선 역 | 더스토리 | 2025년 03월 31일



목차

책소개

“돈도 능력!”이라는 자본주의적 메시지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나라, 전 세계를 자본주의로 재편해낸 원동력, 바로 ‘미국’이다. 그런데 그 미국에서 자본주의 초창기인 1800년대 중후반에 이미 ‘자본에 종속되는 인간’,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의 위험성을 꿰뚫는 경고가 있었으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다. 모두가 산업혁명이 보여주는 마법 같은 생산력만 예찬할 때, 이면에서 평생 빚더미에 깔리는 개개인의 삶을 간파하고,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파괴되는 자연의 비명을 직시한, 그야말로 선구적인 책이다. 거기에 더해, 월든 호숫가의 고요한 정경을 세밀하게 포착한 문장들과 깊은 고독 속에서 건져올린 영롱한 묵상들이 경이로운,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에세이다.

《월든》은 소로가 월든 호숫가의 오두막에서 2년여 동안 홀로 자급자족의 '자연인'으로 살았던 이야기다. 오두막을 떠나며 곧장 일기로 발표하려던 것이, 판매 부진의 염려로 출간이 미뤄지면서 ‘월든 호숫가의 사계(1년)’라는 에세이로 다듬어졌고, 덕분에 문학적 완성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월든》의 특출한 점은, “검소하고 근면해서 부유해져야 한다!”고 부추기는 사회에 “소유를 줄여서 일을 덜 하라!”고, 1년에 딱 6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연속에서 사색하는 기쁨을 누리라고 일갈한 데 있다. 무려 170여 년 전에 오늘날 ‘신자유주의, 무한개발’에 지친 현대인들이 시도하는 돌파구(YOLO족, 귀촌 등)와 일치하는 실험이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파격성 때문에 《월든》은 소로 사후 100년이 넘도록 조명받지 못하다가, 산업에 짓밟혔던 인간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인류와 지구의 위기에 대한 자성이 일면서 ‘미국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책 속으로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당신이 처해 있는 상황, 특히 이 세상과 이 마을에서 당신이 놓인 외적인 처지와 상황이 어떠한지, 왜 이렇게까지 나쁜 것인지, 개선될 여지는 없는지 등에 관한 내용이다. (…) 어떤 이는 너무 가난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힘에 부쳐 숨을 헐떡인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서 빚에서 헤어나려 애쓰고는 있지만 빚은 늘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늘 ‘내일 갚겠다, 내일은 꼭 갚겠다’라고 약속하면서 오늘은 파산한 채로 죽어 간다.
--- 「생활의 경제학」 중에서

지금 사는 집보다 훨씬 편리하고 호화로운 집을 짓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그럴 여력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왜 늘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애쓸 뿐, 적은 것에 만족하는 법은 배우려 하지 않을까?
--- 「생활의 경제학」 중에서

내가 숲으로 들어간 건 의도한 대로, 삶의 정수만을 직면하며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그랬을 때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을 다 배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고, 죽음이 닥쳤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었다. 삶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삶이 아니라면 살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체념한 채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삶이 아닌 것은 모두 파괴해 버리고 강인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아가길 바랐다.
---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중에서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자! 부디 바라건대, 할 일을 백 가지 천 가지로 늘리지 말고, 두세 개로 줄이자. 백만 대신에 여섯까지만 세고 (…) 하루 세끼 대신 필요할 때만 한끼를 먹자. 백 가지 요리는 다섯 가지로 줄이고, 다른 것도 그 비율로 줄이자. (…) 왜 우리는 이처럼 바쁘게 삶을 낭비하며 살아갈까? 마치 배고프기도 전에 굶어죽기로 작정한 사람들 같다. 제때 뜨는 한 땀의 바느질이 훗날 아홉 땀의 수고를 줄여 준다고 말하면서, 정작 내일 뜰 아홉 바늘을 줄이려고 오늘 천 땀의 바느질을 한다. 내내 일만 하면서도 중요한 일은 하나도 해내지 못한다.
---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중에서

나는 태어나던 날만큼 슬기롭지 못함을 늘 한탄해 왔다. 지성은 커다란 칼이다. 만물의 비밀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것을 식별하고 갈라낸다. 나는 필요 이상으로 내 손을 바쁘게 놀리지 않겠다. 내 머리가 손이자 발이다. 어떤 동물이 주둥이와 앞발로 굴을 파듯이, 나는 머리로 굴을 판다고 내 본능이 말해 준다. 이 머리로 나는 주변의 산들을 파고들어 볼까 한다. 이 근처 어딘가 금덩이가 넘쳐 나는 광맥이 있으리라. 바로 여기서 채굴을 시작하자.
---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중에서

한밤중 달빛에 의지해 배를 타고 몇 시간이고 앉아 낚시를 했다. 간혹 올빼미와 여우가 불러주는 소야곡도 들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의 날카로운 울음도 가까이에서 이따금 들렸다. 물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닻을 내리고, 달빛 속에서 꼬리로 수면을 쳐 올려 잔물결을 일으키는 작은 농어나 은빛 피라미 떼 수천 마리에 둘러싸인 채, 기다란 아마실 낚싯줄로 10미터 아래의 신비로운 밤 물고기와 교감을 나누었다. (…) 특히 캄캄한 밤에, 생각이 다른 천체의 광활하고 우주론적인 주제를 넘나들며 방황할 때, 낚싯줄의 가벼운 떨림에 퍼뜩 꿈에서 깨어나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느낌은 참으로 묘했다. 마치 낚싯줄을 물 아래뿐만 아니라 공중으로도 던져 올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하나의 바늘로 두 마리의 고기를 낚았다.
--- 「호수들」 중에서

내가 작은 집에 살아서 경험하는 불편 하나는, 손님과 마주 앉아 거창한 단어들을 쓰며 심오한 사상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 우리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 문장들도 펼쳐서 세우려면 띄엄띄엄 공간을 두어야 한다. 개인 간에도 국가들처럼 널찍하고 자연스러운 경계뿐 아니라 상당한 넓이의 중립지대가 필요하다. 언젠가 나는 호수를 사이에 두고 서서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는 꽤나 독특한 호사를 누렸다. 집에서는 서로 너무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느라 제대로 경청할 수가 없었다. 상대가 귀 기울일 만큼 낮게 이야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잔잔한 수면에 돌 두 개를 너무 가까이 던지면 두 파문이 서로를 방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방문객들」 중에서

그때 갑자기 수리부엉이의 소리가, 내가 숲에서 들어온 그 어떤 소리보다 더 강렬하고 우렁찬 울음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대장 기러기의 울음소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마치 허드슨 만에서 찾아온 침입자들에게 월든 토착민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줘서 멀리 콩코드 지평선 밖으로 쫓아내려는 의도 같았다. ‘내게 바쳐진 이 밤늦은 시간에, 숲의 성채를 놀라게 하는 의도가 무엇이냐? 꺼져라, 사라져라, 부엉!’ 둘의 대화는 끔찍한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 「겨울 동물들」 중에서

해가 뜬 지 1시간쯤 지나자, 언덕 위에서부터 비스듬히 내리비치는 태양 광선의 영향으로 호수가 우르르 울리기 시작했다. 막 잠에서 깬 사람처럼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면서 점차 더 크게 몸을 움직여 갔는데, 그런 상태가 서너 시간 지속됐다. (…) 낚시꾼들은 ‘호수의 천둥소리’가 물고기들을 놀래켜서 전혀 입질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고 했다. (…) 봄이면 어김없이 새싹이 트듯이 호수도 반드시 천둥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대지는 모두 살아 있으며 예민한 돌기로 뒤덮여 있다.
--- 「봄」 중에서

저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Henry David Thoreau)
1817년 7월 12일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 근교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37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으나 학생을 처벌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형 존 소로 주니어와 함께 진보적인 학교를 열어 성공을 거두었으나 형의 건강 악화로 오래 운영하지 못했다. 이후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의 가업 연필제조업을 돕거나 측량사, 목수, 가정교사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강연과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당시는 미국 건국 후 혼란기라 문화적 자산이 빈곤한 지식인들의 새로운 사조인 초월주의 태두 랠프 왈도 에머슨과 깊은 교류를 나누었고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해 인두세 납부를 거부해 투옥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쓴 『시민불복종』은 훗날 간디, 마틴 루터 킹 등의 비폭력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요 초월주의자로는 랠프 월도 에머슨을 비롯하여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인 윌리엄 엘러리 채닝, 월트 휘트먼 등이 손꼽힌다. 이는 소로의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의 가치를 인지하는 사상 체계의 기초가 되어 자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소로는 또한 ‘나는 자연인’이라고 외친 사람들의 원조 장-자크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제안을 몸소 실험하게 된다. 이는 하버드 동창이며 초월파 문우였던 찰스 스턴스 휠러가 1841-1842년 콩코드의 플린트 호수 오두막에서 몇 달의 고적한 명상 치유의 시간을 보냈는데, 휠러의 은둔처를 다녀온 다음 소로는 새로운 체험을 자신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소로는 직접 오두막을 짓고 독립기념일에 입주했다. 그는 오두막에서 “한 주일에 하루는 일하고 엿새는 정신적인 삶에 정진하는 삶이 가능한지” 실험에 착수하여, 엿새 일하고 하루 쉬는 미국인들의 일상을 뒤집어 보려고 했다. 자연인의 삶을 궁금해하는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는 형태로 소로는 1846년부터 『월든 숲속의 생활』을 집필했으며, 그의 오두막은 자연을 관찰하는 집필실이 되었다. 초월주의자 소로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대학 시절부터 그를 괴롭혀온 폐결핵으로 1862년의 45살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며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역 : 전행선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초반까지 영상 번역가로 활동하며 케이블 TV 디스커버리 채널과 디즈니 채널, 그 외 요리 채널 및 여행전문 채널 등에서 240여 편의 영상물을 번역했다. 그 후 바른번역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하는 출판전문 번역가이다. 옮긴 책으로는 『와인의 세계』, 『이웃집 소녀』, 『템플기사단의 검』,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 『무조건 행복할 것』,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3~7세 아이를 위한 사회성 발달 보고서』, 『허풍선이의 죽음』, 『마지막 별』, 『아도니스의 죽음』, 『미라클라이프』, 『예쁜 여자들』, 『전쟁마술사』 등이 있다.

『개의 마음을 읽는 법』 책을 번역한 전행선, 구세희, 고빛샘, 김경희, 전혜상은 ‘꿰어서 보배’ 소속 번역가들이다. ‘꿰어서 보배’는 소설, 인문, 경영, 심리, 교육 등 각 분야의 실력파 번역가들이 독자들에게 빈틈없고 유려한 번역을 선보이고자 뜻을 모아 만든 팀으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에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옮긴 책으로는 『창조의 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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