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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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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원
작성자 추풍령초 등록일 16.11.21 조회수 115
우리나라는 남, 북극에 총 3개의 과학기지를 가지고 있다. 북극에 다산 과학기지, 남극에 세종과학기지와 새로 지어진 장보고 과학기지이다. 이번 호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주형민 연구원을 만나 보았다.
  ‘극지 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의 작은 연구실에서 시작한 극지 연구소는 남·북극이 갖는 정치적·경제적 중요성 증대에 따라 극지 활동의 확대로 인해 만들어진 국제수준의 극지 연구 전문기관입니다. 극지연구소는 현재 2개의 남극 과학기지와 1개의 북극 과학기지를 운용하고 있으며, 첨단설비를 갖춘 쇄빙 연구선 ‘아라온 호’까지 우수한 극지 인프라를 바탕으로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계신 연구는 어떤 분야인지요? 생물학 전공자인 저는 기후 변화에 따른 극지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남극과 북극에 서식하는 식물 플랑크톤의 일반적인 특징, 서식환경, 극지 해양의 환경변화, 환경 변화에 따른 식물 플랑크톤의 영향 등에 대하여 현미경 및 분자기술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물 플랑크톤은 해양 생태계에서 일차 생산자로서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는 생물입니다. 특히 극지 해양 생태계는 우리나라 연안의 해양과는 달리 극한 환경조건 하에 있기 때문에 혹독한 저온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생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환경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극지 식물 플랑크톤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현지 연구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극지 생활은 어떤가요? 제가 입사한 2003년부터 현재까지 남극 및 북극 현장조사를 약 20여회 다녀온 것 같습니다. 극지 연구소의 연구는 크게 쇄빙 연구선 ‘아라온 호’를 이용한 해양연구와 남·북극 과학기지를 활용한 연구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아라온 호‘를 활용한 해양조사연구의 경우 길게는 3달, 짧게는 1달 정도 현장조사를 합니다. 연구기간 동안 모든 연구원은 ’아라온 호‘에 승선하여 함께 생활하며 연구를 진행하게 되는데 연구기간 동안 배에서 내릴 수 없으며 이따금씩 해빙조사를 위해 거대한 얼음 위에 내려 연구조사를 수행해야 합니다.
남·북극 과학기지에서의 연구 역시 하계연구와 월동연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것이라 생각되는 월동연구의 경우, 남극 세종과학지기 및 장보고기지에 약 1년간을 체류하며 장기간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약 16명이 한 팀을 이루어 월동생활을 합니다.

아무래도 극지 연구의 고충은 ‘추위’와의 싸움이 아니까 싶은데요. 말씀하신 대로 극지 환경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추위이기 때문에 모든 연구원은 극지 활동용으로 제작된 방한 작업복을 입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지니고 다닙니다. 해양조사연구 및 과학기지연구 모두 극한지에서의 연구 활동이기에 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합니다. 모든 연구 활동은 주어진 지침에 따라 진행하며 월동연구의 경우 안전전문요원의 확인 하에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극지방의 추위는 상상이 안 되는데요, 어느 정도로 추운가요? 세종기지를 기준으로 관측 이래 최저 온도는 겨울철에 –25.6℃이며, 최고 온도는 여름철에 13.2℃를 기록하였습니다. 연평균 기온으로는 –3.5℃에서 –0.5℃ 정도여서 남극반도의 연평균기온이 - 50℃ 까지 내려가는 것에 비하면 세종기지의 온도는 비교적 온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온도보다 바람이 더 문제인데요, ‘블리자드’라는 바람이 불어오면 성인 남성이 혼자 서있을 수 없을 정도여서 야외 활동이 금지되곤 한답니다.

극지방에서는 현지식을 드시나요? 장기간 체류하시다 보면 한식이 생각날 때도 있으시겠어요. 일반인들은 저희가 현지식을 할 거라고 생각하시던데 사실은 한국음식을 기본으로 먹고 있습니다. ‘아라온 호’ 및 남극 과학기지 모두 조리사가 있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답니다. 식자재의 경우, 일부는 한국에서 운송하며 일부는 현지에서 조달하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는 탓에 장기 현장조사를 다녀온 뒤에 체중이 느는 경우도 생깁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두 가지 정도가 생각나는데요, 하나는 남극 세종과학지에서 연구 활동을 할 때입니다. 남극의 여름철에는 기지 주변에 융설수에 의해 일시적으로 호수가 생성됩니다. 이러한 호수에서의 생물상을 연구하기 위해 물을 채수해야만 했었는데요, 물을 떠야 할 장소가 마땅치가 않아서 물가 주변 얼음 위를 조금 걸어 들어가서 채수를 해야만 했었습니다. 남극의 여름철이라 그렇게 춥지 않은 상태여서 방수작업복을 안 입었었는데 제 체중을 못이긴 얼음이 깨져버렸습니다. 다행히 깊지 않은 호수여서 허벅지 아래까지 물속으로 빠졌었는데, 살아오면서 그런 차가움은 처음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빨리 먹으면 머릿속이 빳빳해 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야외 현장조사 시에는 물가에 가지 않는 상황이어도 반드시 안전장비를 모두 갖추고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북극 해양조사를 나갔을 때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현재는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 호’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주도하여 해양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라온 호’ 건조 이전에는 외국배에 한 두 자리를 빌려서 타고 해양조사를 실시했었는데요, 2003년도에 러시아 배를 탄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해상 날씨도 무척 안 좋은 탓에 배 멀미도 심하게 하고, 러시아 음식을 처음 접해본 저로서는 입에 맞지 않아 배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0일 정도 배에서의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녁 한 러시아 연구원이 러시아에서 한국 컵라면이 매우 인기가 있다고 하면서 도시락 모양의 컵라면을 하나 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접해보는 한국 음식에 저는 너무 반가워서 고마운 인사도 대충하고 뜨거운 물을 넣어 배 뒤 갑판으로 나가서 허겁지겁 라면을 먹었습니다. 한참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러시아 연구원이 제 곁으로 와서 하늘을 바라보라고 하더군요. 손짓을 해주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보니 까만 하늘에 녹색의 오로라가 환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아 왔었던 오로라를 실제로 보니 제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습니다. 마치 녹색 커튼이 하늘의 바람을 맞아 찰랑 찰랑 흔들리고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그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때 제가 눈물이 났던 이유가 라면 때문인지, 오로라 때문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계기로 극지 연구원이 되셨나요? 또 연구원으로 일하시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88년 추운 겨울, 뉴스에서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건설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곳에서의 생활을 보여주었는데 아마도 그 때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어린 저는 남극이라는 곳을 처음 보았기에 신기하게 뉴스를 보았었고 그로부터 14년 후 연구원이 되어서 남극 세종과학기지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세종기지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성취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극지라는 연구지역의 특성상 극지 연구소의 연구원 대부분들은 일 년에 최소 두 달 정도는 현장조사를 수행해야 합니다. 잦은 장기 출장으로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위험한 극지환경 탓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급격한 기후변화가 우려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후변화의 최전방, 극지를 연구하는 것에 대한 도전의식과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연구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극지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의 전공학위가 필수입니다. 또한 관련 분야의 논문게재 성과도 중요 항목 중 하나입니다. 현재 극지 연구소에는 박사급 연구원뿐만 아니라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도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극지 연구소 연구원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 연구소에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하면서 학위과정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학위와 더불어 국제협력연구가 많이 이루어지는 연구소의 특성상 영어실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타 연구소도 그렇듯 현재 극지 연구소에서도 일정 수준의 영어 실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기상 이변 등 극지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 직업의 전망도 밝아 보입니다. 연구원님은 직업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이 극지입니다. 현재 급격한 기후변화에 의해 북극 해빙이 매우 빠르게 녹고 있으며 2050년 이후 여름철 북극해의 해빙 대부분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를 하기 위해서는 극지 연구는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극지 연구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원에 대한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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