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이후 중3 교실은 어수선하다. 11월 중순 이후 출결, 봉사활동, 성적 등 고입 석차 백분율 산출을 위한 모든 과정이 완료된다.

최종 고입 석차 백분율이 산출되면 12월 10일부터 후기고 지원이 시작된다.

자칫 중3들은 이 기간에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기 쉽다. 1년 전 이 시기를 보낸 고1 학부모들은 학생부의 비중이 커진 수시 전형을 준비하려면 학업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1 때부터 착실하게 내신 성적을 다질 필요가 있기 때문. 고교 입학 전, 학습 면에서는 무엇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지 선배 학부모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취재 정남순 리포터 emjns@naeil.com 도움말 임태형 대표(학원멘토)

keyword 1_선행과 후행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고등 선행은 필수’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져 나갔어요. 앞뒤 잴 것 없이 학원으로 달려가 과목별 고교 과정 강좌를 등록한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보면 너무 후회돼요. 아이의 현재 학업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선행이라는 몸에 맞지도 않은 옷을 입힌 격이었어요. 선행할 과목과 후행할 과목이 다르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_김단아(45·대전 서구 둔산동)

선행이 답은 아니더라

고교 과정을 어느 수준까지 예습해야 할지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기다. 하지만 선행이 반드시 고교 진학 이후를 더 유리하게 하는 건 아니다.

학원멘토 임태형 대표는 “수학·과학은 후행하고 국어와 영어는 예습 위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학교 전 교육과정이 고교 과정을 이해하는 기본 바탕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중학 내용 복습을 가볍게 여긴다고 지적한다. 임 대표는 “중학 수학 평균 성적이 70점대 이하인 학생이 고교 수학 예습에 주력하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 지난해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학력평가) 기출문제를 시간에 맞춰 풀어봤을 때 80점대가 미치지 못했을 때도 중학 과정 후행에 주력할 것을 권한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진도에 급급하기 보다는 중학 범위 복습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는 조금만 소홀히 해도 등급이 달라지는 만큼 꾸준한 학습량 설정이 필요하다. 매일 꾸준히 단원별로 문법을 정리하고 어휘 암기와 독해력 향상에 힘써야 한다. 국어를 예습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최근 변별력을 가르는 과목인 만큼 예·복습이 필수다. 임 대표는 “진학할 고교의 교과서를 구해 지문을 반복해서 읽고 문법을 정리하고 문학작품을 미리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keyword 2 _<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이과 계열 전공을 염두에 둔 아들에게 <통합사회>는 부담 그 자체였어요. 학생부 종합 전형 내신에 <통합사회>가 반영되고 교과 이수 단위도 높기 때문이었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첫해, 이 두 과목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연했어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탐구 과목별 2~4명의 선생님들이 파트를 나눠 번갈아 수업을 진행하고 과목별로 특정 주제를 가르칩니다. 어떻게 구성됐고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미리 살펴보기를 권합니다.”_정혜민(47·경기 성남 분당구 서현동)

자칫 소홀하면 수시에서 불리?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수능 과목에 포함되지 않지만, 내신에는 반영된다. 수업시간이 많고 수시 전형 비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소홀할 수 없는 과목이다.

<통합사회>는 일반사회·윤리·역사 영역의 자연환경·생활공간·시장·정의·문화·세계화·지속 가능한 삶·인권·행복 등 9가지 주제에 맞춰 구성돼 있다. <통합과학>은 과학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과학Ⅰ 4과목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 도입될 때 교육부는 난도가 높지 않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달랐다. <통합과학>을 가르치는 고교 교사는 “암기 위주로 과학 공부를 해왔던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한다. <통합과학>은 과정과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의 통합적 사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학 과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이라면 <통합과학>의 핵심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eyword 3 _내신등급 산출법

“공부는 아이 몫이니 알아서 하겠지 했는데 오판이었어요. 같이 살펴봐야 할 것들이 많더군요. 고등학교 내신 등급 산출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대학별 수시 전형에서 내신이 적게는 10%, 많게는 100% 반영되니까요. 그런데 갓 고교에 입학했을 때 내신등급 산출법을 몰라 난감했어요. 또 학생부 반영 시 왜 교과 이수단위가 고려되는지, 어느 과목이 상대평가인지 절대평가인지를 몰랐죠. 기본적인 입시 정보와 동향 파악은 필수인 것 같아요.”_한혜자(45·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이 정도 입시 정보는 알아야

학부모와 학생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받아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시험이 끝난 뒤 성적표를 받고 항상 헷갈리는 부분이 내신등급이다. 성적표에는 원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석차등급이 기재돼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내신을 산출할 때 이수 단위를 고려하는 이유는 과목마다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 동점자 처리 기준에서도 같은 등급일 경우 이수 단위가 더 많은 과목을 우선순위로 둔다.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내신등급의 계산 방법은 까다롭지 않다. 학년별 석차등급(점수)을 계산하는 방법은 과목별 석차등급(점수)을 이수 단위와 곱해서 나온 결과를 모두 합산한다. 그다음 다시 총 이수 단위로 나누면 석차등급이 산출된다(예시).

예시_ 내신등급 산출법

□ 학년별 석차등급 산출Σ(과목별 석차등급×이수 단위)/이수 단위 합계

문학I 이수 단위 4 석차등급 2, 문학II 이수 단위 4 석차등급 2.5 미적분과 통계기본 이수 단위 4 석차 등급 1…, 1학기 이수 단위 18, 2학기 이수 단위 18이라고 가정하자. 문학 I은 4×2=8, 문학II는 4×2,5=10, 미적분과 통계기본은 4×1=4… 다른 과목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계산한 다음 과목별로 합산 후 총 이수 단위 합계로 나누면 학년별 석차등급이 나온다. 문학I 8+문학II 10+미적분과 통계기본4+ …÷36(1·2학기 이수 단위)으로 계산하면 학년별 석차등급이 산출된다.

□ 학생부 최종 성적등급산출 학년별 석차등급×반영 비율

반영 비율-1학년 20%, 2학년 40%, 3학년 40% 학년별 등급-1학년 2.5등급, 2학년 2등급, 3학년 2.5등급이라고 가정하자.

(2.5×0.2)+(2×0.4)+(2.5×0.4)=0.5+0.8+1=2.3=학생부 최종 성적등급이 된다.

학생부 최종 성적을 산출할 때는 학년별 석차등급과 반영 비율을 곱한다. 반영 비율은 대학마다 다른데 보통 입시 요강에 1학년 20%, 2학년 40%, 3학년 40% 정도로 나와 있다. 참고로 수능은 출제 영역마다 평가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 국어 수학 탐구(사회, 과학)는 상대평가이고,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 한문은 절대평가다

keyword 4 _3월 학력평가

“첫 학력평가 결과는 참패였어요. 학교에서 학력평가와 중간고사 결과로 심화반을 편성한다고 해 겨울방학 동안 학력평가 준비에 집중했지만 유형 연습만 한 것이 화근이었어요. 아이에게 수능형 첫 시험인 학력평가가 왜 중요한지, 학력평가의 출제 범위와 난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를 권합니다.” _최재원(43·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전국에서 내 위치는?

고교생이 되면 겪을 여러 상황을 ‘미리 경험’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3월에 치르는 전국 단위 학력평가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모의 수능이다. 전국 단위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고 앞으로 1년간의 공부 방향과 자신감에 영향을 미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학력평가 등 모의고사 성적을 심화반 편성 기준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임 대표는 “EBS 홈페이지에 있는 지난 학년 고1 학력평가 기출문제를 시간에 맞춰 풀어보라. 문제를 얼마나 맞혔는지, 몇 등급을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아직 수능과 모의고사가 낯설지만 수능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과목별 문제를 풀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등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모의고사를 풀어보면 문제 구성과 난도를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학력평가 과목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다. 출제범위는 중학교 전 범위인데 사회의 경우 <사회> <도덕>이 포함된다. 과학이나 수학의 경우 중학 교과 범위 내에서 심화 수준의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