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누나 미안해
자식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어렵다.
어느 날, 문득 초등학교 3학년인 작은아이 가방을 검사해 보았다. 쓸 만한 연필은 한 자루뿐
이고 부러진 연필, 몽당연필, 쑤셔 넣은 교과서가 뒤죽박죽이었다.
“너 연필도 안 깎고 다니는 거야? 그리고 책은 똑바로 꽂아놔야 꺼내기도 쉽잖아. 힘들면
엄마나 누나한테 물어봐야지. 나중에 또 이렇게 책가방 정리가 엉망이면 혼난다!”
“네.”
이번에는 5학년인 딸을 불렀다.
“넌 동생 책가방도 한번 안 쳐다보는 거야?”
짐짓 화난 목소리로 야단을 쳤다.
“며칠 뒤에 다시 확인해서 그때도 제대로 안 되어 있을 때는 동생하고 똑같이 벌을 줄 거
야. 명심해!”
며칠이 지났다.
“진명아, 책가방 가져와 봐.”
순간 아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예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부러진 연필, 거꾸
로 처박힌 책들, 지우개 하나 없는 필통…. 여기서 그냥 웃어넘기면 나중에 똑같은 잔소리
를 되풀이하게 되고, 잔소리꾼 아빠로 여겨질 게 뻔했다. 아이들을 세워 놓고 무섭게 말했
다.
“분명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벌을 준다고 했지? 그런데 오늘도 지난번하고 똑같이 엉망이
야. 다빈이 네가 동생 가방 한번 봐!”
딸은 이미 상황을 파악하고 내 눈치를 보고, 동생을 흘겨보더니 가방 안을 쳐다보았다.
“동생을 챙겨 주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들었으니 벌 받을 각오는 되어 있지?”
분위기가 제법 살벌했다. 좀처럼 회초리를 들지 않는 아빠의 화난 모습을 아이들은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누나가 더 크니까 세 대, 넌 동생이니까 두 대 때린다. 알았어?”
겁에 질린 아들은 선뜻 대답을 못하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제가 세 대 맞고 누나가 두 대 맞으면 안돼요?”
그래도 녀석, 양심은 있구나. 기특했다.
“찰싹, 찰싹!”
일그러진 아들 얼굴. 억울한 듯한 딸의 얼굴을 보고 벼르던 말들을 그냥 삼켰다.
“손 씻고 학교 갈 준비해!”
힘없이 세면장으로 들어가는 남매를 보며 내가 너무했나, 하고 있는데 순간 들려오는 나지막
한 아들아이의 말에 내 가슴이 찡해 왔다.
“누나, 미안해….”
김일곤 / 광주시 남구 월산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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