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적응기간의 수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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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희 | 등록일 | 09.06.02 | 조회수 | 61 |
유아들이 입학한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그동안의 시간은 전쟁 그자체였다. 유아들이 몇 명만 늘었는데 느낌으로는 몇십명 는 것같이 느껴졌다.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외투를 벗어놓을 여유도 없이 금새 전쟁은 시작된다. 아이들이 등원하는 순간부터 "선생님 신발 어디에 놓아요?" "선생님 제 신발장 어디예요?" " 선생님 저 친구가 나 때렸어요......" 자기 신발을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자기 사물함은 어디인지. ... 유아들의 물건 정리를 도와주고 수첩에 스티커 붙이는 일. 잠바를 옷걸이에 거는 일 등을 도와주는 일로 시작되는 유치원 하루는 유치원 일과안내, 놀이 영역 안내, 간식시간의 약속, 바깥놀이시간의 약속, 식당에서의 약속, 줄서기 지도 등 하루종일 유치원 생활 적응을 위한 활동들로 분주하게 이어져 귀가시간까지 잠깐의 짬도 낼 수 없다. 어린 유아들의 행동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땀을 뻘뻘 흘리면 자기들은 전혀 그런적 없었다는 듯 7세 친구들이 안타까워하며 도움의 손길을 펼친다. 아~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마운지...그동안 수고하며 가르친 보람을 살짝 느껴본다.
올해는 우리 유치원에 형제자매가 함께 다니는 유아들이 6쌍이나 된다. 가족이라 그런지 외모도,목소리도, 또한 말투까지 닮아있는 형제들을 보면 정말 가정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이 난다. 집에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치원에 오면 형들은 자기 동생을 끔찍하게 챙긴다. 어느 날인가 어린 유아들의 발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손을 들고 발표를 하는 어린 유아들에게 사탕을 선물로 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랬더니 자기 동생 발표를 시켜보려고 들지도 않은 동생 팔을 추켜 들고 "선생님 우리 동생 손들었어요~" 라고 교사를 부르며 동생 귀에 정답을 알려주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것이었다. 정말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억척엄마의 모습이 연상되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줄을 서지 않고 이리저리 장난하며 뛰어다니는 동생의 손을 꼭 잡고 줄을 세우는 형의 모습, 동생이 잘못하여 교사에게 꾸중을 들으면 안타까운 얼굴로 지켜보다가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형의 모습, 동생이 발표를 하거나 밥을 잘 먹어도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동생을 지켜보는 그 눈길이 정말 작은 천국의 모습같다. 또한 자기 친동생이 없는 7세 유아들도 어린 유아들을 한 명씩 맡아 친동생 이상으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혼합연령의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유아들의 강한 자기중심성이었다. 가정에서 혼자만 누려왔던 모든 것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었다. 장난감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꼭 하나의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자기것이라고 우기는 아이들... 줄을 서는 것을 어려워하고 무조건 자기가 앞에 서야 한다고 자리 다툼하는 모습... 다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갖고 싶으면 그냥 몸으로 빼앗는 친구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무조건 손이 올라가서 폭력적 행동을 하는 아이들... 모이는 시간인데도 계속 놀겠다고 도망다니며 모이지 않는 유아들,,,, 자유선택활동시간에 꼭 컴퓨터만 하려고 떼를 쓰는 유아들.... 점심시간에 밥을 혼자서 전혀 먹지 않고 그냥 앉아있는 아이들.... 교사가 이름을 불러도 들은척 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 아이들... 교사에게 반말을 하며 하기 싫은 것은 무조건 싫다고 고집부리는 아이들....
3월의 수업은 인지적인 것보다는 사회성 발달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문제 행동이 일어나는 상황마다 계속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같이 놀자, 고마워, 미안해, 차례차례, 너한번 나한번, 사뿐사뿐 " 등 사회적 언어를 집중적으로 반복 연습시켰다. 그리고 그러한 여러가지 상황을 노래로, 동화로, 동시를 통하여 통합적으로 지도하였다. 처음에는 옳고 그름에 대한 계속적인 지도에 반발하려 하고 더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아이들은 스폰지와 같아서 교육을 시키면 그 효과가 참 빨리 나타나는 것 같다. 줄도 잘 서고 친구들과도 다툼이 훨씬 줄었다. 유치원에는 나 혼자가 아님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규칙과 약속을 이해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정말 기특하다.
노는 토요일에도 유치원에 가겠다고 떼를 썼다는 어느 유아의 이야기, 집에서 가족들에게 우리 이순희선생님이 제일 예쁘다고 자랑했다는 학부모의 이야기... 선생님이 금잔디라고 어리게(?) 봐주는 천사같은 우리 아이들이 있어 정말 정말 행복하다. 요즘은 밤에 자려고 누워 눈을 감아도 우리 아이들이 떠오른다. 사랑스런 우리 아이들에게 내일은 어떻게 해줄까?? 아직도 나에게 마음을 다 열지 않은 아이들을 향해 더욱 큰 사랑으로 다가서고자 다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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