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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교실에서 자라는 소중한 꿈
작성자 김채옥 등록일 09.12.07 조회수 283

 우리 학교 조기영선생님의 글인데 아이들 사랑하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

가슴이 찡한 글입니다. 선생님의 허락도 없이 올려봅니다. 너무 고마워서...

노을교실에서 자라는 소중한 꿈


청룡초등학교 교사 조기영


아이를 가르칠 때의 즐거움은 참 여러 맛이다. 학년에 따라도 다르고 남녀에 따라또 다르고 같은 맛이 하나도 없다. 마치 커다랗고 둥그런 통에 가득 담긴 막대사탕 같다고 할까?

 가끔 그 맛에 고마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 공부해주는 고마움, 그것이다.


 우리 학교는 노을교실이라고 하여 4-6학년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학원을 가지 않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교과 보충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인 00는 노을교실을 매일 함께 하는 친구다. 00만 혼자 남으면 다른 아이들에게 주눅이 들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시각도 많이 걱정이 되었는데, 학원을 가지 않는 아이들이 함께 남아 저녁도 같이 해먹고 해질녘까지 함께 공부도 하니 고마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아서 공부하는 날에는 마음이 들떠 오늘은 무슨 공부를 할 것인지, 또 선생님들이 간식으로 무엇을 만들어 주실 건지 궁금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곤 한다. 출장이 있거나 학교 행사가 있어 노을교실을 하지 못하는 날에는 긴 한숨 소리로 집으로 가는 아이들……. 00도 그렇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아 더 신경이 많이 쓰이는 00가 오늘은 학습지 선생님이 오신다 하여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노을교실에 남아 공부하던 아이들을 모두 집에 데려다 주고 학교에 마무리할 일이 있어 들어가던 때, 갑자기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와 함께 집에 가겠다던 정우도 어쩜 그렇게 마음이 잘 맞는지 - 그선생에 그 제자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정우야, 우리 00를 놀려줄까?”

 “예, 그럴까요? 그런데 어떻게 놀려줄까요?”

 “우리 지금 집에 안가고 학교 가니까 학교 데려가 공부시키자.”

 “하하하, 좋아요! 00는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면 분명히 나올 거니까 일단 차에 태우고 데리고 가요.”

 

 정우와 나는 입가에 장난을 가득 베어 물고 00에게 전화를 한다.


 “ 0 0 야 ! 지금 뭐하니? ”

 “ 지금 학습지 끝나고 텔레비전 보는데요.”

 “ 그래? 그럼 지금 선생님이랑 맛난 거 먹으러 가자.”

 “ 에? 진짜요? 잠깐만요…… 지금 어디신데요? ”

 “ 응, 너희 집 앞에 한 3분 뒤면 도착이다. 얼른 나와라!”

 “ 앗싸!”

 ‘앗싸는 무슨~~’


먹을 것이라는 미끼를 덥석 물어 버린 00는 나와 정우와 함께 해가 진 그래서 약간은 무서운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 이야, 우리가 제일 먼저 등교했다.”

 “ 우리 딱 9시까지만 하고 가자. 무슨 공부할까?”

 “ 사회해요. 사회 골든벨.”


00는 사회를 참 좋아한다. 특히 역사를 좋아한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고 매일 읽어주는 책 속에 잘 빠져든다. 국어와 수학은 다소 다른 친구들보다 부족하지만 사회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어 하고 즐긴다. 오늘 선택도 역시 사회! 그것도 매번 90-100점을 맞는 정우와의 골든벨 대결이다.

 

 누가 이겼을까?


 누가 이겼는지 잘 생각이 나질 않지만 아마도 엎치락뒤치락 하며 서로 열심히 문제를 풀고 책상 그득히 쌓인 과자와 간식을 챙겨갔던 것 같다.


 “ 잘 왔지? 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고… 너 집에 있으면 TV이나 보지 뭐. 오늘 하루 보람 있지 않냐?”

 “ 네, 좋아요. 잘 왔네요. 근데 담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 이놈아, 공부를 가르쳐 주면 감사합니다. 해야지!”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캄캄하던 하늘에 어느 새 달이 저만큼 떠 있다. 누가 뭐래도 00는 소중한 나의 제자이고, 우리나라의 미래이다. 이 노을교실 속에서 너의 꿈도 소중히 기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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