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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 민영
작성자 한윤정 등록일 10.12.09 조회수 413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 아들에게

                              

                                 -민 영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늘 약골이라 놀림받았다.

큰 아이들한테는 떼밀려 쓰러지고

힘센 아이한테는 얻어맞았다.

 

어떤 아이는 나에게

아버지 담배를 가져오라 시키고,

어떤 아이는 나에게

엄마 돈을 훔쳐 오라고 시켰다.

 

그럴 때마다 약골인 나는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갖다 주었다.

떼밀리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얻어맞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떼밀리고 얻어맞으며 지내야 하나?

그래서 나는 약골들을 모았다.

 

모두 가랑잎 같은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비굴할 수 없다.

얻어맞고 떼밀리며 살 수는 없다.

어깨를 겨누고 힘을 모으자.

 

처음에 친구들은 주춤거렸다.

비실대며 꽁무니 빼는 아이도 있었다.

일곱이 가고 셋이 남았다.

모두 가랑잎 같은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약골이다.

떼밀리고 얻어맞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약골도 뭉치면 힘이 커진다.

가랑잎도 모이면 산이 된다.

 

한 마리의 개미는 짓밟히지만

열 마리가 모이면 지렁이를 움직이고

십만 마리가 덤벼들면 쥐도 잡니다.

백만 마리가 덤벼들면 어떻게 될까?

 

코끼리도 그 앞에서는 뼈만 남는다.

떼밀리면 다시 일어나자!

맞더라도 울지 말라!

약골의 송곳 같은 가시를 보여 주자!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우리 나라도 약골이라 불렸다.

왜놈들은 우리 겨레를 채찍질하고

나라 없는 노예라고 업신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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