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고 이렇게 안 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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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헌철 | 등록일 | 11.07.12 | 조회수 | 83 |
"숏다리는 루저"...학교까지 병등게하는 키 지상주의
최근 한 지상파방송 오락프로그램에 나온 여대생이 "키 작은 남성은 루저(loser. 패배자)"라고 발언해 사회적 논란을 빚었다.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키 지상주의'가 한 여성의 입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키로 우열을 가리고, 키 작은 남자들을 사회적 패배자로 몰아가는 사회분위기는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이미 확산됐다. 키 지상주의로 인한 왜곡된 자화상은 가정과 사회 곳곳에서 포착된다. 키가 '권력'이고 '능력'이라는 잘못된 인식속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 교실. 최근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인기투표'를 실시했다. 인기남학생 1, 2, 3위는 공교롭게도 키 175㎝ 이상인 학생들이 차지했다. 반면 여학생들과 키가 비슷한 남학생들에게 친구들은 '루저'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인기투표에선 이렇듯 성적이나 성격보다 외모가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반의 A군에게 '키 높이 깔창'은 필수품이다. 운동화 속에 3㎝ 높이 깔창을 깔아야 또래들과 키가 비슷해지는 A군은 교실에서도 깔창을 깐 운동화를 벗지 않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도록 설계된 노래방에도 A군은 가지 않는다. 반 정원 35명인 A의 반에서 절반 이상의 남학생이 깔창을 사용하거나 가지고 있다.
A 군과 같은 남학생이 적지 않다보니 학교 앞 문구점엔 1㎝부터 3㎝까지 높이가 다른 깔창이 구비돼 있다. 키 작은 남자친구들을 위해 깔창을 선물하는 여학생도 있다. 깔창은 키 작은 남학생들이 친구들의 놀림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뭘 먹고 이렇게 안 큰거니?" "키 좀 커라"는 비난은 차라리 일반적인 경우에 속한다. 짖궂은 여학생들은 "동생처럼 귀엽다"면서 키 작은 나학생의 머리를 쓰다듭기도 한다. 키 작은 친구에 대한 장난은 체육시간에 극에 달한다. 전력질주를 해 8단까지 쌓아올린 뜀틀을 넘는 찰라, 철봉에 오래 매달리거나 턱걸이를 하기 위해 철봉을 향해 손을 쭉 뻗는 찰라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다리가 짧아서 불쌍하다" "팔을 다 뻗은 거냐"는 조롱들을 쏟아낸다. 농구, 배구처럼 키가 큰 학생이 유리한 게임을 편을 갈라 진행할 때 키 작은 학생들은 서로 "다른 팀으로 가라"는 친구들 때문에 난처하나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아무 편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른바 '깍두기' 신세로 전락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아프다는 핑게로 체육시간엔 운동장으로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발끈한 남학생이 장난을 치는 친구들과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선생님이 진화에 나서도 이런 장난은 잦아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오히려 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학생, 학부모 때문에 선생님들도 조심(?)하는 상황이다. 뒷자리에 앉은 학생이 "키 큰 학생이 앞에 앉아 있어 안 보인다"고 말해와 그 학생을 앞자리에 앉히면 "왜 키순으로 앉히느냐"는 학부모의 항의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키가 작아도 중간즘에 앉혀달라"는 민원성 전화도 온다. 사실 키에 대해 자녀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학부모다. 초등학교 6학년 최 모 군은 반 1등을 도맡아한다. 올해엔 전교회장으로 서ㄴ출됐다.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친구도 많다. 올 겨울방학 최 군의 목표는 '키 155㎝까지 크기'다. 최 군의 어머니 B 씨가 정해준 목표다. B 씨는 최 군에게 "목표를 달성하면 최신 휴대전화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최 군이 시험공부 때문에 오전 1시까지 책을 붙들고 있으면 어머니 B 씨는 "일찍 자야 키가 큰다"며 방의 불을 끈다. B 씨는 아들이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기 위해 공부방 형광등의 조도를 조절하는 스위치를 '최하' 단계에 맞춰 놓는다. 또 다른 엄마 C 씨는 '키 성장'에 관한 TV 프로그램은 빠짐없이 시청한다. 중2 아들과 중1 딸 때문이다. 키 크는 법에 대한 신문기사가 나오면 가위로 오린 뒤 아들의 책상머리 앞에 붙여둔다. 직장에 다니는 C 씨는 엄마들과의 모임은 빠짐없이 참석한다. 요즘 멍마들의 관심사는 딱 두 가지다. '성적 올리는 법'과 '키 키우는 법'.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키가 작으면 '무시'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최근 모임에서너 한 엄마가 자녀에게 고가의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C 씨는 올 겨울 아들의 손을 잡고 성장 클리닉에 가 상담을 받아볼 생각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엄마 D 씨는 "대입에서 실패하면 재수하면 되고, 못 생긴 얼굴은 성형하면 된다. 하지만 키는 때를 놓치면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과 불안심리 때문에 특수를 누리는 산업도 있다.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교복, 걸음을 걸을 때 다리에 꼭 필요한 자극을 줘 성장을 돕는다는 운동화는 폭발적 매출을 기록했다. 일반 실내화보다 5배 가량 비싼 '키 높이 실내화'도 불티나게 팔린다. 신학기, 방학 때면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성장 클리닉, 한의원, 어린이전용운동클럽에 학생과 학부모가 몰린다. 한 중학교 교사는 "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학생이 많다보니 신체검사를 할 때도 키만큼은 커튼으로 가려진 공간에서 한 명씩 재고 나오도록 하고 있다. 키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교유관계는 물론 성적가지 하락하는 학생을 보면 세상이 크게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 키 작은 자녀 자신감 쑥쑥 늘리는 법
"엄마, 애들이 무시해서 학교가기 싫어요" 작은 키를 콤플렉스로 여기는 학생이 적지 않다. 키 때문에 위축된 자녀를 보면 부모의 속도 타들어 간다. 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도록 애쓰는 부모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교육전문가들은 키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작은 키로 고민하는 자녀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모가 작은 키를 약점으로 생각하고 불안해하면 자녀도 그런 부모의 인식을 '학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가 작은 키로 고민하는가? 먼저 자녀가 '키 지상주의'에 빠져있진 않은지 생각해보자. 중요한 건 부모가 키에 대한 아이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로 잡아주는 것.
또래에 비해 키가 작아도 전교회장, 학급임원을 도맡아하며 학교생활에 적극적인 학생이 있는가하면, '키가 작아 창피하다'며 매사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학생도 있다. 둘 사이의 차이는 뭘가? 바로 키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허진오 와이즈멘토 평가기획팀장은 "키 자체보다 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콤플렉스의 주범이다. 자녀가 키에 대해 신경을 쓰기보다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반견하고 키워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만의 장점을 찾고 그 분야에서 '성공의 경험'을 꾸준히 쌓으면 자존감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녀가 작은 키를 신경쓰면서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부모가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엔 무엇이 있을까? 부모는 먼저 "우리 아들은 날쌘 박지성처럼 축구를 참 잘하는구나" "만화 그리기에선 우리 딸이 대한민국 최고다"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다. 이때 자녀가 받앗던 각종 상장이나 성적표 같은 객관적인 자료를 슬쩍 언급하는 것도 방법. 그렇지 않으면 사춘기에 접어든 초드으 고학년이나 중고생들은 이런 부모의 말을 '뻔한 위로'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나이에 따라 지도방법도 달라야 한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장점 찾기' 활동을 하는 게 좋다. 자녀에게 '관심분야' '내가 잘하는 과목' '미래의 목표' '현재까지 내가 성취한 것들'을 쭉 쓰게 한다. 먼저 자녀의 강점을 크게 칭찬하고, 앞으로 강점을 어떻게 개발해 나갈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영어를 좋아하고 잘 한다면 '겨울방학 동안 영어 동화책 ○권 읽기'식으로 목표를 정한다. 부모는 이를 통해 자녀가 성공의 경험을 쌓도록 유도한다. 자녀에게 구체적인 비전이 담긴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은 키가 작지만 성장기에 들어서면 네 키가 클 가능성이 높다"는 막연한 이야기보다는 "키 작은 ○○선수는 매일 15시간 이상 연습해 키 큰 선수들을 누르고 올해의 선수상을 탔다" "세계적인 요리사 ○○○는 단신이지만 그가 성공하는 데 있어 키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성공담이 좋다. 자녀가 초등 고학년 또는 중고생이라면 음악 미술 같은 특기활동이나 봉사, 여행 등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장점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기회를 만들어준다. 좋아하는 과목의 캠프나 리더십 캠프 등도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녀가 원하는 활동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위인들의 전기를 읽고 '나의 위인전'을 써 보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의 과거, 현재를 뒤돌아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위인전 형식으로 써 보는 것. 자녀는 글을 쓰면서 자기 꿈을 실현시켜주는 궁극적 가치는 성실성과 사교성, 근면함 같은 내적요소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TV 시청도 면밀한 지도가 중요하다. 자녀가 연예인이나 드라마 속의 주인공을 평가할 때 외적 요소보단 내적 요소에 중점을 두도록 유도한다. 초중고생은 연예인의 외모를 미적 기준으로 삼고 주변 사람들도 '멋있어서 좋다' '키가 커서 좋다'는 식으로 평가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미경 빨간펜 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부모가 자녀와 TV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면서 '진자 멋진 사람은 최선을 다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자기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역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자녀의 키 콤플렉스는 부모의 잘못된 행동과 사고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일부 부모는 "아빠는 키가 큰데 너는 작아서 걱정"이라거나 "엄마는 이렇게 키가 작으니 넌 어떻게든 커야 한다"면서 자녀의 키를 또래와 비교하거나 병원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는다. 또 매일 아침 우유를 들이대며 "우유를 많이 마셔야 빨리 큰다"거나 "남자는 키가 커야 한다"고 다그치면서 운동전문학원에 보내는 부모도 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정작 키에 관심이 없던 아이도 작은 키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불안해한다. 부모는 키를 언급하며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마다 성장시기와 정도는 차이가 있으므로 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심각하게 작지 않다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린다. 만약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면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지시하지 말고 자녀와 충분히 상의한 뒤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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