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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내가 가르친다" 열공 엄마들
작성자 오헌철 등록일 11.06.20 조회수 69

  주부 윤모(38. 서울 강남구 도곡동) 씨는 요즘 학창시절처럼 매일 아침 책가방을 싸는 재미가 쏠쏠하다. 8세 아들을 둔 윤 씨는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어머니반 영어회화 수업을 듣는다. 윤 씨처럼 공부하는 '학생 엄마'는 같은 반에만 10명이 넘는다.

  윤 씨의 영어 공부는 작년 6월 시작됐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어느 정도 읽고 쓸 줄 알게 되면서 순간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

  "평소에도 아들의 영어 공부를 돕기 위해 'Let's read the book'  'Clean the table'처럼 간단한 문장은 영어로 말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하지만 아이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엄마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윤 씨는 학원에 다녀와서도 영어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아들의 기습 질문에 당황하거나 대답을 엄버무리고 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윤 씨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자녀의 숙제 때문에 다음달엔 독해반도 추가로 등록할 계획이다.

  윤 씨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엄마가 가장 중요한 선생님이다. 아이가 무엇을 배우는지, 어떠한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아ㅓㅁ마가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아이의 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윤 씨처럼 '열공'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엄마의 정보력이 곧 자녀의 경쟁력인 시대이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공부하지 않는 엄마는 설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등생 남매를 둔 박은지(40. 경기 성남시) 주부도 '열공파'에 속한다. 박 씨는 매주 도서관에 가 두 세 권의 책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 신문 전단지까지 꼼꼼히 살피며 정보 수집에 공을 들인다. 이렇게 모은 정보는 자녀들을 위한 테마교육에 활용한다.

  박 씨는 수요일은 과학실험의 날', 금요일은 '요리의 날', 토요일은 '체험학습의 날' 식으로 매일 공부 주제를 정한다. 만약 피자를 만든다면 조리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A4용지에 붙이고, 새롭게 알게된 점이나 느낀 점을 자녀가 간단히 적도록 한 뒤 파일에 모아 놓는다. 이렇게 쌓인 자료는 매년 책으로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유용한 학습자료로 이용한다.

  박 씨는 주위에서 '대단한 엄마'라는 평을 듣지만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손사래를 친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세요. 절로 존경이란 단어가 나올 만큼 열심인 엄마가 적지 않아요"

  자녀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아예 전문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는 엄마도 적지 않다. 주부 허연숙(37. 성북구 길음동) 씨는 작년 5월 박물관 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데 이어 9월엔 한우리GNS의 중국어 지도자 양성과정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허 씨는 초등학생인 자녀 둘과 함께 체험학습을 위해 박물관에 찾아갔던 일을 계기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직접 보는 게 '산 교육'이다 싶어 박물관을 찾아갔지만 아무 준비 없이 갔다 오다 보니 유물을 보기만 할 분 역사를 보는 눈은 생기지 않더란 게 허 씨의 설명이다.

     중국어 지도자 과정을 시작하게 된 것도같은 이유에서다. 장기적으로 중국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어학원에 보내려 했지만 교재를 읽고 쓰는 데 그치는 교육과정이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

  허 씨는 학원에서 배운 교수법을 활용해 자녀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낱말카드로 문장을 구성하는 놀이, 한자단어로 하는 빙고게임은 자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부놀이'다. 한자 카드를 여러 장 바닥에 늘어놓고 엄마가 말하는 단어는 누가 먼저 찾는지 경쟁하게 하면 자녀들은 더 신이나 놀이에 열중한다.

  허 씨는 "알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공부하는 엄마들끼리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도 한다. 자기개발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자식 교육이 공부의 목적인 엄마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허 씨의 자녀들은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거실 탁자로 모인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때마다 허 씨가 공부의 목표와 계획, 진행과정을 모두 자녀에게 설명해주고 끝가지 성취해내는 모습을 보인 결과다.

  허 씨는 "이젠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공부를 재미있어 한다. 엄마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자녀들에게 100번 '공부하라' 잔소리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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