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내가 쓸 감상문은 전영택의 화수분이다. 아범의 식구들은 금년 9월 '나'의 집 행랑방에 들었다. 아범은 지게로 벌이를 하고, 그의 아내는 집안의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항상 벌이가 신통치 않아 굶기를 밥먹듯이 하며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나의 내외는 아범의 서러운 통곡 소리를 듣게 된다. 이튿날, 나는 어멈으로부터 아범이 왕년에는 남부럽지 않은 양평 부농의 셋째아들이었으며 이름이 '화수분'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어젯밤 그가 울던 까닭을 듣게 된다.화수분은 큰딸 귀동이를 제대로 못 먹이며 키우느니 남에게 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쌀집 마누라의 중개로 남의 집 양녀로 보냈지만, 막상 보내고 난 뒤 그만 서러워 그렇게 통곡하였다는 것이다. 얼마 후 화수분은 시골에 있는 형 '거부'가 일을 하다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행장을 꾸려 고향으로 떠난다. 한편 겨울 나기 저에 곧 오겠다던 남편이 입동 지나고 매서운 추위가 닥쳐와도 소식이 끊어지자, 남아 있던 어멈과 작은아이도 아범을 찾아 시골로 간다. 그 후 출가한 나의 동생 S가 오랜만에 놀러와 화수분의 소식을 전해준다. 시골에 도착한 화수분은 형인 거부의 몫까지 일하다가 자신도 몸져 드러누웠다. 열에 떠서 큰딸을 부르며 울다가, 마침 어멈이 시골로 떠나기 전 나의 대소로 보낸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받고 그는 또 어멈과 작은아이를 부르며 흐느끼다가 벌떡 일어나 서울로 불쑥 떠났다. 백 리쯤 온 그는 해 저무는 어느 고개의 나무 밑에서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아내와 어린것을 발견하고는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는다. 화수분과 어멈은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게 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 지나가는 나무장수가 서로 껴안은 남녀의 시체와, 그 사이에서 장난하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곤 아이만 소에 싣고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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