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비가 와서 땅이 축축하게 젖은 탓에 오늘 체육은 운동장이 아닌 다목적실에서 하게 되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원래 하던 이어달리기 연습은 못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소윤이 화장실 가자고 해서 좀 늦게 올라와서 모르고 있었는데 이미 우리가 오기 전부터 다 같이 피구를 하기로 결정했나보다. 평소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매번 남자, 여자 갈려서 따로 했는데 다같이 피구를 한다는 얘기에 선생님도 놀라신 모양이었다. 나도 좀 의외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전에 했을 때 재밌던게 생각나서 별 다른 말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다. 이 때 나는 뛰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첫 게임부터 원용이가 던진 공에 세게 맞고서 생각이 났다. 다친 무릎도 공에 맞을 수 있다는게 말이다. 그래도 애들이 다리쪽으로는 많이 안 던지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했는데 마지막 즈음에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믿었던 성호에게 무릎을 맞은 것이다. 성호가 나한테 혜수는 계속 남자애들한테 세게 맞는다고 하길래 얘는 좀 봐주려나보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성호의 손 끝을 떠나 나에게로 날아오던 공이 끝내 내 무릎에 맞고 떨어졌다. 그래도 손으로 가려서 어느정도 막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내가 아웃되고 나서 내 뒤에 숨어다니던 문혁진도 아웃되고 그 경기도 끝났다. 그 다음에도 몇 경기 더 했지만 한 번 무릎에 맞고 나니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하겠다고 하고 구경만 했다. 점점 더 여자애들이 빠지고 마지막에는 운동 좀 하는 여자애들이랑 남자애들만 남아서 했는데 몇 명이 몸빵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것 같았다. 신구가 정말 웃겼던 것 같다. 저번에 피구할 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피구는 여자끼리 하는 것보다 남자애들이 섞여서 하는게 더 재밌는 것 같다. 작년 3학년 언니들이랑 할 때는 좀 무섭긴 했지만 언니들이 잘해서 재미있었는데 올해는 잘하는 사람이 딱히 없어서 작년만한 박진감이 없는 것 같았는데 남자, 여자 섞여서 하니까 그런 맛이 좀 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비가 오면 종종 이렇게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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