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는 학교로 가지 않고 곧장 이 강가로 왔다. 밤새, 오빠를 향한 적의에 시달리다가, 새벽이 되었을 때, 나는 그것이 꼭 오빠를 향한 적의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을 향한 모멸감이라는 것을. 나는 왜 나 자신에게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지 분하고 억울하고 속상했다. 분하고 억울하고 속상한 만큼 또한 나는 착하고 친절하고 명랑할 수다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분하고 억울하고 속상하면 화를 내도 모자랄 텐데도. 안개는 쉽게 걷히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안개 밖 세상에서 나는 소리들은 다양해졌다. 나는 그 소리들을 뒤로하고 안개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를 생각했다. 안개 속으로 사라져서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버렸을 때, 아버지가 남긴 문제들은 해결이 되었던가. 왜 엄마는 정말인지 분하고 억울하고 속상할 텐데도 늘 웃고 씩씩한 것일까. 나는 안개 속에서 생각했다. 아버지와 오빠를. 그리고 엄마와 나를. 반장과 담임과 세상 사람들을. 그러느라고 나는 안개가 걷힌 줄도 몰랐다. 내가 안개 속에 있을 때 세상 밖 소리라고 여기던 소리들의 주인공들 또한 나와 같이 강가에 있던 사람들임을. 그들이 아직도 다투고 있었다. 그것은 다정한 다툼이었다. "난 죽지 않는다니까. 다시 말하지만 내가 누가 좋으라고 죽냐 죽기를." 남자가 말했다. "진짜지? 진짜 죽지 않을 거지?" 여자가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었다. 그들은 부부인가, 연인인가. 나는 얼릉 책가방을 등에 메었다. 그리고 강둑을 뛰었다. 안개가 걷히니 모든 것이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 나는 뛸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부끄러운가. 그러나, 부끄러움의 정체를 나는 굳이 알아보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뛰는 것뿐. 아침 햇살이 마악 퍼지기 시작하는 세상 속으로 나는 달려 나갔다. 그러면서 가만히 읊조렸다. 강가에 앉은 남자의 말을. 나. 는. 죽. 지. 않. 겠. 다. 이 부분을 보고 나는 수 많은 생각을 했고 나도 죽고 싶을 땐 "나는 죽지않겠다." 라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