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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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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
작성자 박지영 등록일 17.11.24 조회수 33

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

 

보고 싶은 언니에게, 만약 제가 사용하는 언어의 사용자가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면 말을 조심해야겠어요.

나에게 아빠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영웅이고, 우상이야. 나는 아빠를 존경하고 진심으로 사랑해.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등등 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했었거든, 현주에게 또한 그랬겠지. 물론 아빠에 대한 존경심이 뜨거웠을 때만 말이야. 원래 더 뜨겁고 따스할수록 더 차갑고 냉철하게 식어지는 법이잖아. 현주는 애초에 세상에 아빠와 현주 , 오직 두 사람만 존재하던 것이 아닐까? 현주는 더 잘했기에, 아빠는 그런 현주가 대견했기에, 또 현주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아빠가 좋았기에 서로에게 더 의지할 수 있었고 서로를 아껴주었고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의 언어가 생겼으니까 말이야. 아빠와 현주가 여행을 갔을 때 말이야, 그 때 아빠는 현주만큼 두려워했고 현주는 아빠가 두려워 한 만큼 두려워했지. 둘 다 처음이었기에 섣부르고 서툴러서 서로를 눈 감아 주었잖아. 그렇게 시간이 야속하게 흐르는 동안 둘은 그냥 이냥저냥 살았지, , 아마 살아진 거겠지. 현주야 내가 널 만난 적은 없지만 충고 하나 하자면, 나는 절대 태어나서 아빠로 태어나지 않을 거야. 나는 나로 태어날 거 거든, 나만의 생각으로 말이야. 아빠의 생각으로 아빠의 꼭두각시가 되어서 아빠에게 인생을 한 번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이야기야. 왜냐하면 그건 아빠에게만 해당되는 특혜거든, 그런데 말이야. 신은 그런 아빠에게 벌을 주지 않아. 왜냐고? 네가 자초한 일이니까 말이야. 네가 아빠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준거 아니니? 내가 보기엔, 너희 아버지보다 네가 더 일찍 죽은 것 같아. 아니 어쩌면 태어나지도 않았겠구나. 애초에 넌 살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모든 일의 원인은 아빠에게로 돌리지 말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도 말고 그를 벗어나려고도 하지 마. 언제 건 네가 자초한 일은 네가 책임지게 되어 있으니 말이야. 쉽게 말하자면, 아빠도 너의 삶을 빼앗은 잘못이 있지. 네가 선택한 잘못도 있지만 아빠가 존재했으므로 일어난 일이니까 아빠에게 잘못이 아예 없다는 말이 아니야. 그래서 아빠도 죽은 것이 아닐까? 진짜로 죽기 전에 너처럼 말이야. 신은 동등하기에, 너는 애초에 벗어나지 못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벗어난다고 표현하지 않고 극복한다고 표현하지.

너는 모든 것을 극복하지 못했고, 벗어나려고만 했지. 병에 걸리면 모두들 이겨내고 일어나지만 너는 , 너라는 아이는 병이 걸렸다는 것을 부정하고 달아난 셈이야. 그것만은 사실이니 인정하길 바라. 내가 이렇게 너에게 충고를 하는 것은 너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의도는 아니야. 단지 네가 더 나은 삶은 살 기회가 있었기에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소리야. 세상에 너와 아빠였던 오직 두 사람이 모두 죽었으니 그 세상에서 너는 다시 태어날 거야. 그게 윤회 사상이니까, 물론 난 종교가 불교는 아니야. 세상엔 사람이 있어야 살 텐데 두 사람 다 죽었으니 세상은 무슨 죄야. 그러니 신께서 불쌍한 세상에게 내린 상이니까 그렇게 믿는 거야. 아무튼 너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졌고, 너는 다시 살아가면 돼. 단지 깨끗한 도화지가 아님을, 자국과 상처가 가득한 도화지임을 잊지 말고 살아갔으면 해. 걱정 마. 세상에 깨끗한 도화지란 하나도 없어. 단지 네가 조금 더 더러 울 뿐이야. 이 악물고 살아. 그리고 다시는 누구를 위해 죽지 말고 살아주지도 마. 너를 위해 살고 죽음이 닥쳐올 때 딱 그 순간에만 죽음을 맞이하는 거야. 죽음이 닥쳐오기 전에 죽으면 운이 좋으면 너희 아버지처럼 장례식을 치를 수 있지만, 아마 대부분 죽음이 닥쳐오기 전에 죽으면 사람들은 모두 떠나기에 장례식도 못 치르고 울고 또 우겠지. 그러니 그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렴. 너는 이미 한번 죽었지만 장례식은 치를 수 있을 거야. 왜냐하면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지. 그것에 대해 감사드려야해. 그건 기적이니까, 신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의 사랑이니까. 나는 너를 항상 응원한단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도 절대 떨지 말고, 두렵지 않으면 정말 다행이고 쓸쓸할 때면 나를 불러. 희귀 언어의 마지막 사용자는 맞지만, 이제 너는 희귀 언어의 첫 번째 사용자 인 걸.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 너도 건강히 잘 지내


 -미래의 현주가, 과거의 현주에게-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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