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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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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통을 읽고
작성자 김세경 등록일 17.09.26 조회수 22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리 열정적으로 사랑하는가?



 환상통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제목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꺼내들었던 책이었는데, 빌리고 나니까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의 이야기였다. 나 또한 아이돌을 좋아해서 그런지 반가운 감이 있었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담은 것 같았다. 이 작가는 아이돌 N그룹의 스케줄을 될 수 있는대로 따라다니다가 그만 둔 과정을 이 책에다가 담았다. 아침 일찍부터 공개방송이나 사전녹화를 보기 위해 아이돌보다 먼저 출근하는 사람들. 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등장인물도 사전녹화 입장줄에서 만난 사람들로 이루어지곤 한다. 작가가 사전녹화 입장줄에서 대기하는 부분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는 사랑하고 있는 걸까? - 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 (생략) 사랑하지 않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이 부분이었다. 이 부분이 왜 인상적이었을까.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머리를 망치로 맞기라도한듯 입을 벌리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나도 연예인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내가 왜 이 사람들에 미쳐서 이토록 망가져가는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싫어하겠단 이야기가 아니라... 어쨌든, 내가 아직은 학생이고 지방에 살아서 아침부터 사전녹화를 보러갈 수는 없지만  밤새도록 그 사람들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소중한 돈 모아서 그 사람들한테 쏟아붙고, 콘서트에 가서 일년치 체력을 다 소비한 뒤 밤늦게 집에 돌아가는 정도는 해봤다. 내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연예인이 한그룹 말고도 또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좋아하지 않아 그때는 내가 왜 그랬었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저 문장에서도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작가는 사랑에 대한 의문을 품고, 알고보면 부질없음에 대해 말한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그 사람들을 놓지 못한다.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이다. 위험한 걸 아는데 헤어나올 수 없다. 사람들도 거기서 빠져나올 방법이 있다면 빠져나오고 싶을 것이다. 환상통을 읽고 마음이 아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환상통, 그야말로 환상 속에서 작가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작가는 그 환상 속에서 무엇을 보고 달렸던 걸까. 그저 그 사람의 얼굴뿐이었을까. 우리를 열정적이게 만드는 것은 '환상'에 대한 달콤함이다. 우리는 그것을 맛보고, 심장이 뛰며, 그것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른 채, 그것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환상이란 것에 속아 아픔을 느끼지 못한 우리는 환상에서 깨어나고서야 비로소 아픔을 느끼게 된다. 환상통이라는 책은 그것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다. 한두번 정도 읽으면,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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