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자서전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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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세경 | 등록일 | 17.07.11 | 조회수 | 17 |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왔다. 길거리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었다. 저기에는 초록색 나무, 저기에는 빨간색 우체통,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면 내 시야에 가득 찬 파란 하늘. 이 모든 것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
오늘도 역시 똑같았다.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오늘 하늘이 정말 푸르네."라고. 하지만 내가 바라본 하늘은, 온통 흑백 투성이일 뿐이었다. 언제부턴가 그래왔다. 그 '언제'가 정확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남과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남들이 말하는 색깔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나는 남들과 공감하기에 어려움을 느꼈다.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예쁜 색감은 어떨지, 나는 상상 조차 못하니까. 나는 억울했다. 나도 색이란 존재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색이라는 존재를 느끼려고 노력했다.
"안녕하세요."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이 사람은 무언가 많이 알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저게 무슨 색인지 하나하나 구별할 순 없지만, 굉장히 많은 색의 물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미술 쪽 일을 하시는 거예요?" "아, 아뇨. 그냥 취미로..." "되게 좋네요. 취미 생활도 마음껏 즐기시고." "저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서."
남자가 수줍게 웃어보였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 그와 딱 어울리는 이미지였다. 그의 웃음에는 순수함이 절로 묻어나 있었다. 나는 그가 팔레트에 묻어 있는 많은 색깔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다. 저런 따뜻한 색깔들이 나를 감싸고돌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내게 존재 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색을 감히 상상해 보곤 했다. "아, 저는..."
이제 본격적으로 나에 대해 소개하려고 남자와 악수를 한 순간, 무언가가 번쩍하더니 나의 눈앞에 진하고 선명한 어떤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남들이 말하는 색인 것 같았다. 어지러웠다. 내가 생각하던 색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비로소 내가 색들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는 색의 아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움은 배제된 채 말이다. 뭐, 그 아찔함이 나에겐 지독히 아름다운 어떤 것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색들을 견디지 못한 나는 결국 쓰러지고야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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