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이후 맞는 두번째 봄,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에게 지난 2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제1부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나」에는 그들이 겪은 참사 당일의 경험 그리고 참사 이후의 일상이 담겨 있다. 그들의 슬픔과 죄책감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일상 곳곳을 지배한다. ‘나만 살아나왔다’라는 자책감, 혹은 ‘엄마아빠도 힘든데 나까지’라는 지레짐작으로 그들은 선뜻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다. 대화상대를 찾지 못해 묻어두었지만 말하고 싶었고 결국 입을 열게 된 10대들의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많은 울림을 준다.
“힘든 걸 말씀드리진 못했어요. 엄마아빠 앞에서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걸리는 거… 참 많은데… 걔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에 제 겉옷이 하나 있는데, 빌려달라고 빌려달라고 하는데 안 빌려줬거든요. 그걸… 계속 그걸… 빌려줄 걸, 그 생각이… 근데 이런 얘기, 다른 사람이랑은 딱히 안 해요.”
제2부 「이름의 무게」는 ‘살아 돌아온 사람’(생존학생) ‘유가족’(희생학생의 형제자매)이라는 이름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무게감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이들의 당혹함이 이야기 곳곳에 배어 있다. 학교에서 혹은 거리에서 자신의 이름이 지닌 무게를 실감하는 순간들, 하지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상황들이 이어진다.
“제가 ‘유가족입니다’ 해도 유가족이 되기 싫을 때가 있어요. ‘유가족이네’ 하는 눈초리는 안 받고 싶어요. ‘아직도 우냐’ ‘어떻게 웃냐’ 이런 감정의 억압도 당하고 싶지 않고.”
“일년 넘게 똑같은 악플을 보니까 감정이 많이 딱딱해진 거 같아요. 악플을 안 보려고 해도 계속 보게 돼요. 이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니까요. 아무래도 저희 일이니까…”
참사를 겪으며 경험한 여러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맺기는 구술자들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제3부 「우리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합니다」는 구술자들이 맞닥뜨린 또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담고 있다.
“엄마에 대한 믿음은 더 깊어진 것 같아요. 엄마아빠가 하는 걸 봤잖아요.”
“추모제 때 사람들도 진짜 많이 왔었어요. 저희가 애들 학교생활 했던 거 찾아서 영상 만들었거든요. 그 아이들 생각을. 그 자리를 우리가 만들었다는 게… 너무 벅찬 거예요.”
“제가 사고 이후에 양말을 모아요. 윤민이가 알록달록한 양말을 사던 게 기억나서 이것저것 샀어요. 윤민이한테 해줄 수 있는 선물? ‘100개 모이면 윤민이 이름으로 기부하자.’”
세월호 이후 2년, 그들의 관계는 크고 작게 변화해왔다. 잃어버린 친구를 애도하며 자신의 우정을 되새겨보기도 하고, 다시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야 했다. 가족 안에서는 자신의 달라진 역할을 실감하며 이제는 누군가를 돌봐야 하기도 했다. 관계의 변화는 그들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기대와 불안과 겹치면서, 그들이 발디딜 새로운 여행의 모습도 바꿔놓았다.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사람으로 커나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그들 스스로 내리는 답이 한편으로는 뭉클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뿌듯하게 다가온다.
* 책에 참여한 스물여섯명의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에게 SNS를 통해 물었다.
1. 생존학생들에게 “당신에게 이 책은 무엇인가요?"
- 이 책은 나에게 의지, 용기입니다.
- 거품 뺀 우리들의 진실된 이야기입니다.
- 친구들을 위한 책입니다.
- 아픔과 추억을 기억해낼 일기장입니다.
- 이 책은 작은 희망이에요. 여태까지 세월호에 관련한 많은 활동과 행사 등을 보았고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아직도 싸우고 있고 변한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고 서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것이 이 책을 쓰는 데에 동참한 이유기도 하고요. 이 책으로나마 우리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작은 변화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 나에게 이 책은 대나무숲입니다. 지금까지 어디 못 말했던 거 말하고 나니까 답답했던 거 다 풀린 느낌이라서!
- 이 책은 ‘희망’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저희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줄 것 같기 때문이다.
2. 형제자매들은 “이 책이 사람들에게 000로서 읽혔으면 좋겠다”.
- 엄마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어떠한 것을 바라기보단 그저 엄마가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하고 이해하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와 우리의 존재를 우리 스스로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 언론에서 비춰지는 유가족, 생존학생 들의 모습을 오해하지 말고,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 형제자매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줬으면 좋겠어요!
- 많은 분들이 조금이라도 저희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의 마음, 우리가 겪었던 모든 것들을 보고 조금이라도 바꿔야겠다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 세월호에 대해 무감각해져가는 지금 이 순간부터, 잊지만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 이 책을 읽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아픔을, 슬픔을, 또 얼마나 힘든지를요.
- 우리에게 미안할 짓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는 우리에게, 우리 미래세대에게 미안할 짓 하지 말자고 부탁하고 싶어요.
- 지금까지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 책을 읽고 우리들의 이야기에 진정으로 공감해서, 전보다는 좀더 배려할 줄 아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참사 피해자의 실상뿐 아니라 그들의 미래를 담아내다
그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곧 위로의 출발점
‘학생’ ‘자식’ ‘어린 피해자’로만 살아온 이 ‘사회적 10대’들은 참사 이후 각자의 고유한 시간을 겪어냈다. 자신의 기억과 타인의 망각과 싸웠으며, 자신이 무뎌지길 바라면서도 또다시 그 무뎌짐을 미안해했다. 휴대전화의 지워진 연락처가 다른 누군가의 이름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그 시간을 겪어내며 이들은 절망하기도 했고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기도 했다. 생존학생과 형제자매의 이야기는 이처럼 수많은 세계의 종합이며 다양한 빛깔의 수렴이다.
세월호참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책임에는 이 사회가 이 ‘어린 존재’들을 대해온 방식을 성찰하고 그들과 어떻게 동료시민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려는 도전도 함께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 고민의 출발점에 선 한국사회의 전 구성원에게 이 책이 하나의 ‘대화의 지침’이자 ‘이해의 선물’이 되길 바란다.
작가단은 이 책의 출간에 즈음해 만화가 다섯명과 함께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웹툰을 제작했다. 박건웅, 윤필, 김한조, 소복이, 남펭 등의 만화가들은 수백장 분량의 인터뷰를 같이 읽고 구술자 고유의 언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만화적 상상력을 고민했고 이를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총 5화 웹툰으로 공개한다. 더 많은 이들과 참사의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