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기관차, 외부 통로 / 운전실 - 아침
외부 통로로 운전실을 향해 걸어가는 세 사람. 무궁화호의 운전실 바로 앞까지 수안의 손을 잡고 이동한 석우, 운전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가 멈칫한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용석, 얼굴과 온 몸에 시퍼런 핏줄이 퍼진 상태다. 쉬익쉬익 숨을 내쉬며 석우를 돌아보는 용석의 어리둥절한 표정. 천천히 문을 닫고 뒷걸음치는 석우, 수안, 성경. 자리에서 일어나서 석우에게 다가오는 용석, 더듬더듬 손잡이를 잡아 열고 나온다. 멈춰서는 석우, 수안과 성경에게 뒤로 물러서라는 손짓을 한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는 수안과 성경.
용석 (겁에 질린 듯 횡설수설) 아…아저씨….무서워요…. 석우 (가만히 살피는) …… 용석 (한걸음 다가서며) 저…지…지…집에 데려다주세요…네?
점점 빨라지는 열차.
용석 (두려움에 질려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네?…저 엄마가 지…집에서 기…기다려요… 아…아저씨….네…. 저 좀 살려 주세요……. 석우 당신… 이미 감염됐어. 용석 뭐…? 내…가…?
자신의 손을 보는 용석.
용석 …아니 부산에 가면 어떻게든…엄…엄마가… 석우 아니… 당신은 가면 안 돼. 용석 내…가….아니에요…아니야……크윽…… 아니야……. (어린아이의 떼쓰는 표정이 되더 니, 입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벌어지면서) 크아악!!!
석우에게 달려드는 용석.
수안 아빠!!!
석우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수안을 잡아채서 안는 성경. 용석과 몸싸움을 하는 석우, 용석의 얼굴이 코앞이다. ‘크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는 용석, 그대로 석우를 물어버린다.
석우 으아악! 수안 아빠!!
그 소리에 수안 쪽을 바라보는 용석, 수안에게 달려들려고 한다.
석우 안돼!
용석을 붙잡는 석우, 괴력을 발휘해 용석을 통로 밖으로 밀어버린다. 석우의 팔을 물고 미친 듯이 발광하는 용석. 피가 흘러나오는 석우의 팔. 빠르게 흘러가는 풍경. 자신의 팔을 물은 용석을 열차 밖으로 밀어버리는 석우.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휙 사라지는 용석의 몸뚱이.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는 석우, 상처에서부터 손끝으로 혈관이 부어오르고 있다. 뒤돌아보는 석우, 눈앞에 수안과 성경의 놀란 모습이 보인다. 가만히 둘을 번갈아 보며 다급해지는 석우의 얼굴. 석우는 재빠르게 무궁화호의 운전석으로 뛰어 들어간다.
무궁화호 기관차, 운전실 - 아침
석우를 따라 운전실로 들어오는 성경. 운전석을 살피더니 다급하게 성경에게 말한다.
석우 (운전석을 가리키며) 이쪽으로 앉으세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운전석에 앉는 성경.
석우 (운전석을 두리번거리며) 저…저도 잘 모르겠는데… (성경의 손에 엔진레버를 쥐어 주 며) 아마 이…이걸 거예요. (같이 레버를 움직여보며) 이렇게 빨라지고, 느려지는 거 예요. (비상정지 버튼을 보며) 그…그리고 부…부산역이 나오면 이걸 눌러요, 알겠죠? 성경 (석우의 물린 손을 보며, 끄덕끄덕) ……. 석우 (다짐받듯) 그래요.
석우는 급하게 수안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수안의 얼굴을 볼 생각을 못하고 수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다급한 석우…
석우 차…수안아….일단…아줌마 옆에…계속 있어야 되고….부…부산에…가면….엄마가…분 명…….
그때 석우의 손을 잡는 수안의 손. 석우는 자신의 손을 잡은 수안의 손을 바라본다. 파르르 떨리는 수안의 작은 손. 그제야 석우는 수안의 얼굴을 바라본다. 수안은 고개를 숙이고 파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감정이 격하게 올라오는 석우. 얼굴을 찌푸리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수안을 뿌리치듯 일어나는 석우. 문을 열고 나가는 석우. 창 너머로 멀어지는 석우를 보는 수안. 외부통로를 걸어가는 석우는 격하게 울고 있다. 문을 향해 주춤 한걸음 다가서는 수안. 그런 수안의 어깨를 잡는 성경.
성경 (고개 저으며) …여기서 아줌마 지켜주기로 했잖아… 가지 마. 수안 (울고 있다…) 아빠……흑흑흑……. 성경 …….
무궁화호 기관차, 외부 통로 - 아침
열차 끝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끅끅…소리를 내지 않고 울고 있는 석우. 그때 석우의 뇌 속으로 무언가 겹쳐지는 기억에 석우는 조금 놀란다.
석우의 눈앞에는 병원이 펼쳐지고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갓난아기를 의사에게 받아 안아드는 석우의 모습. 수안의 탄생이다.
열차 끝에 서 있던 석우는 고개를 든다. 이미 석우의 눈은 탈색되어 있다.
석우의 눈 앞에는 이제 태어난 수안의 작은 발이며 손을 쓰다듬는 석우의 손이 보인다.
열차 끝에 서 있는 석우의 탈색된 눈에는 눈물이 계속 나고 있고 석우는 바로 눈앞에 이제 태어난 수안을 보는 것처럼 미소가 지어진다.
다시 석우의 눈앞의 갓 태어난 수안의 얼굴…
석우는 바로 코앞에서 수안을 보는 것처럼 웃는다.
달리는 열차의 땅에는 무궁화호 뒷부분의 그림자와 석우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석우의 그림자는 열차를 뛰어 내린다. 석우 없이도 계속해서 달려가는 무궁화호 기관차. 그리고 어느새 아빠가 뛰어내렸음을 직감하는 수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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