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옛날에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 내외가 있었다. 늙은 어머니가 앓아 누워 병구완을 하느라 살림이 다 거덜나고 마지막 남은 황소 한 마리를 팔기로 하였다. 아들은 황소 판 돈을 가지고 산을 넘다 그만 강도를 만났다. 어머니 약값으로 쓰려고 판 황소 값이니 제발 그냥 보내달라고 애원을 하였지만, 강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쳐들었다. 이 때 마침 장꾼을 보호하고 강도를 잡으러 다니는 포졸들이 다가왔다. “여봐라, 이 깊은 산골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 황소 값을 빼앗기게 된 사람이 포졸에게 강도를 고발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는 강도에게 칼을 치우라고 포졸 몰래 소곤거린 후에 그 강도를 감쌌다. “예, 우리는 장에 갔다가 집에 가는 친구들인데, 내가 전에 돈을 빌어온 것이 있어 이 친구는 지금 주라고 하고, 나는 어머니 건강 되찾으신 후에 주겠다고 지금 승강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자 포졸은 곧 지나갔고, 강도는 그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어머니 약값을 위해 그토록 아끼는 황소를 판 돈을 빼앗으려는 놈을 이렇게 살려주시다니, 한마디면 죽일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살려주시다니…….” 강도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사람에게 한번 실수란 있는 것이 아니겠소? 마음을 돌렸다니 이제 뭐가 걱정이오? 자, 어서 눈물을 거두십시오.” 자기를 일으켜 세우는 손을 부여잡고 강도는 울면서 다짐했다. “그 동안 모든 사람을 미워하고 멋대로 살았던 저는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미워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단 한 번도 사람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누군지도 잘 모르는 저를 이렇게 살려주시다니, 이제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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