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3반

더 좋은 선생님께

사랑하는 개똥이들을

양보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젠 선생님이 곁에 없어도

내 개똥이들은

분명 잘 해낼 것입니다

  • 선생님 : 김지환
  • 학생수 : 남 14명 / 여 12명

김영란법에 대한 개똥이아빠의 생각풀기

이름 김지환 등록일 16.11.23 조회수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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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김영란법을 들이대면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 도래했습니다.


 

포근한 봄처럼 느껴지던 요며칠 날씨가 어제 오후 들어 코앞이 겨울임을 알리듯 급추워졌습니다. 오전내내 흐린 날씨에 개똥이들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맘같이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내릴 듯 했습니다.

그런데 오전엔 날이 따스하다보니 눈이 아닌 비가 내렸습니다.

2교시때 개똥이들이 ~~”, “에이~~”하는 아쉬움의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터졌습니다. 개똥이아빠는 ~~~~~^^’ 그러고보니 어제가 소설이었습니다. 산간 내륙지방은 이곳저곳 눈이 내렸다는 기사도 보게됩니다. 오후의 쌀쌀한 날씨였다면 분명 눈이 왔을텐데 개똥이아빠도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개똥이들에겐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밤사이 눈이 온 것도 아니고....



수업하다가 첫눈 오는 이벤트는 오래된 개똥이들의 전통입니다. 당첨된 개똥이들은 그 날 만큼의 짜장면 맛을 잊지 못하고 그렇지 않은 개똥이들은 그 아쉬움을 잊지 못하더라구요. 최근에는 2년 전 개똥이 그러니까 우리학교 6학년이 그 맛을 보았습니다.


우리교실은 옛날 안방 화롯가 주변에 모여든 식구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날 이불을 걸치고 아랫목에 모여든 아이들 같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한 것으로 배우게 된 소중한 것들이 머릿속에 가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교실에서 살아 숨쉬고 꽃피우는 진정한 소중한 것이 되면 좋겠습니다.


부정청탁 금품수수 금지법을 일컫는 김영란법이 사라져가고 퇴색되어져가는 중요한 가치마저도 금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우리교실은 그리고 제 아이들은 더불어 사는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뉴스보니 스승의 날 꽃 한 송이, 커피 한 잔, 500원이하라도 아이들에게 받는 그 모든 것이 김영란법에 위배된다고 하네요. 불건전하게 주고 받는 거 물론 막고 이런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관계가 형성되는 것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마음을 전하는 소소한 것마저 법으로 금지한다니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목마른 교사에게 아이들이 건네는 생수 한 잔, 집에서 가져온 따스한 물 한 잔도 부정청탁이 되는거라네요. 더더군다나 교사도 아이들에게 베푸는 것 금지되어 있습니다. 교사가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교원평가를 받는 입장이라 평가자에게 청탁으로 볼 수 있는 일 아예 하지말라고 합니다.

사랑하면 베풀게 되어있는 것을...... 막지말고 권장해도 모자랄 판에......

적어도 교사는 베풀도록 허용해야하는 것 아닌가? 혼잣말의 넋두리는 종일 메아리칩니다.

 이러다간,, 이제 막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착한 사마리아인법도 김영란법에 눈치를 보게 되는 일도 머지않을 듯 싶습니다. 가치전도의 세상의 도래입니다.


사람사는 행복한 교실을 꿈꿔온 우리반은 어쩌면 좋을까요?

우리반은 우리반자체가 김영란법이란 촘촘한 그물에 걸려버렸습니다.

홈페이지에 증거자료도 넘쳐나네요.

전 누군가 제보하면 최소 중징계대상이 되는 겁니다. 징계와 함께 질책성 전출이 됩니다. 추석이 지나 아이들이 가져온 과일과 음식을 우리는 함께 나눠 먹었고

아이들이 스승의 날이라 가져온 꽃도 받은 적 있고

아이들이 다섯 개의 초코파이정으로 만든 케잌 하나를 먹은 적 있고

빼빼로 데이라고 하여 가져온 빼빼로를 아이들과 나눠먹은 적 있고

부모님들이 준비하신 햄버거, 피자, 음료수, 라면을 받아 아이들에게 먹인 적 있고

아이들에게 떡볶이를 사준 적 있고

아이스크림을 사준 적 있고

목이 마르다는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사준 적 있고

어린이날에 선물을 하나씩 나눠준 적이 있고

가을이라 시골에서 감을 따온 아이의 감을 교실에 걸어두기도 했고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반 티셔츠를 만들어 입은 적 있고

미동산수목원 소풍때 부모님들이 준비한 김밥에 손을 댄 적이 있고

몇 분의 부모님들이 대절해주신 관광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고

소풍때 아이가 건네온 캔커피를 마신적 있고

가을음악회 공연을 끝내고 부모님들이 건네준 음료수를 먹은 적 있고

상담주간에 부모님들이 가져온 음료에 빨대를 꽂은 적 있고

때에 따라 전해주는 아이들을 향한 선물도 위법이며

첫눈이벤트로 아이들에게 자장면을 쏘다간 저에게 징계이벤트로 돌아 올 수 있고

지금처럼 학부모간담회를 열어 부모님이 준비하신 메리골드차를 마시고 쿠키를 먹은 것 또한 그냥 안 되는 일이 아닌 꼭 하지 말아야 하는 법으로 규정된 사항입니다.



여정이가 시골에서 보기에도 좋은 감을 가져와 교실에 걸어두었습니다.

감을 걸어놓았는데 그것 하나로 교실에 가을을 가져온 기분이 듭니다.

홍시가 되면 몰래 먹어야겠어요.


어기면 범법자입니다. 제보하지 않아 걸리지 않았을 뿐이죠. 웃기는 얘기 같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저는 이제 제보되지 않도록 인간관계까지 신경을 써야 하고 주변 단도리까지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 다른 반 부모님이라도 제보한다면 저는 범법자로 낙인되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게됩니다. 이건 절대 개그콘서트 시나리오가 아니고 현실입니다.


김영란법이 조금씩 개정되고 모순되는 일을 최소화시키겠지만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며 중요한 가치를 배우는 이 교실에서는 그야말로 큰 장애로 남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가져야할 도리와 사람됨이 되기 위해 필요한 법이 울타리가 되어주어야하는데 도리어 덕을 해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도덕과 가치를 지켜내도록 해야하는 법이 최소한의 가치를 결박시켜버렸습니다. 교실현장에서는.


어제도 부장회의때 교사들에게 하달되었습니다. 커피한잔, 생수한잔, 꽃한송이 받지 말라고. “법이야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갑니다.”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현실과 분위기가 아닙니다. 법시행 초기라 당분간은 더 그럴 것 같고요.


개똥이아빠가 지켜오고 행해오던 포맷에 큰 해를 입는 일이고 패러다임을 전환시켜야할지 나름의 대책을 세워야할지 궁색한 변명거리를 늘 준비해놔야 할지 매우 고심되는 부분입니다. 제가 바꾸고 싶은 맘은 전혀 없으니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이 포맷을 유지할건지. 잘못하면 걸립니다. 교장 교감선생님과도 잘 지내야하고요. 회의때 왜 하지 말라는 것 했냐고 하면 할 말도 없습니다. 법으로 명시된 것이기에. 법을 지켜야 좋은 교사인데 걱정입니다.

 

부정청탁과 부정부패인 권력가들과 기업, 재단은 건들지 못하고 사람냄새 나는 고마움의 표시도 법으로 처벌하는 가치전도시대.

 

부정부패방지법을 김영란법이라고 포장되어 도리어 그 목적이 훼손되고 방향과 좌표설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가장 인간다움을 배워야 하는 교실에서 감사와 고마움 베풀고 나누는 것 마저도 부정부패로 몰아가는 이상한 법이 되어버렸습니다. 감사와 고마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베풀고 나누어 주는 것도 눈치 보는 학교가 될 것 같아 씁쓸하네요. 스승과 제자도 부정청탁의 대상이 서로 되어 버리는 결국 가까워질 수 없는 먼 거리의 상대가 되고 교사는 결국 지식전달자로만 남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김영란법 거론하며 정말 말이 길어졌는데

개똥이네는 그냥 개똥이아빠가 하던대로 가겠습니다. 제가 최sunsil의 딸 정U-ra의 담임이 되더라도 부정청탁에 눈이 멀지 않고 개똥이법을 잘 유지해야겠습니다. 학교입장이나 다른 반은 법의 테두리를 지켜나가는데 저만 딴 곳을 향해있어 앞으로의 부담이 커질게 분명하지만 저도 나름 업그레이드 하여 더 세련된 개똥이네를 위해 잘 대처해야할 것 같습니다. 올 해가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교사를 도와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고 봉사해주셨던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앞으로도 우리 부모님들의 헌신과 나눔이 있다면 개똥이들은 감사히 받고 더욱 아름다운 개똥이네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 또한 개똥이 아빠로서 더욱 아이들을 사랑하며 더 좋은 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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