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이고 온 아저씨 “글쎄, 한뫼 마을엔 전화가 없는데 어떻게 알리나? 시간이 돼도 버스가 안 가면 고장 난 줄 알겠지요.” 둔내 마을 이장님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습니다. 아저씨는 안개가 고집쟁이처럼 버티고 서 있는 밖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갔다 와야겠습니다.”/ 아저씨가 일어섰습니다. “예? 기사 양반요? 한뫼 마을은 여기서 십 리나 돼요. 기다리다 차가 안 오면 걸어올 겁니다. 걱정 말고 기술자가 와서 차를 고칠 때까지 우리 집에서 아침밥도 먹고 쉬도록 하시우.” 아저씨의 마음속에 망설임이 피어올랐습니다. 편안한 아랫목이 아저씨의 마음을 꾀었습니다. 십 리면 꽤 먼 거리입니다. 게다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으슥한 고갯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도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버스가 고장 나서 지각했다고 하면 학교에서도 봐 줄 거유. 그러니 마음 놓고 거기 누워 쉬도록 해요.” ‘그럴까? 아이들은 벌써 걸어오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야.’/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버스가 못 가면 나라도 가야 돼.’ 아저씨는 둔내 마을 이장님 집을 나섰습니다. 아저씨는 안개가 자우룩한 새벽길을 걸었습니다. 아저씨는 안개를 걷다가 안개속으로 사라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