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많은 위기의 부부들이 칼로 물을 베려고 법정에 들어선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나쁜 사람’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사연을 가만히 들어보면 양쪽 말 모두 일리가 있고, 양쪽 다 억울하기 짝이 없다. 단 한 번만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는 없을까? 최강현 원장이 위기의 부부들에게 명쾌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아내가 말하는 부부 이야기 저와 남편은 같은 회사의 직장동료로 만나 결혼했습니다. 이후 임신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둔 저는 10년간 전업주부로 집안일에 전념했습니다. 1994년 첫아이를 낳고 1998년 둘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해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생활을 하며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2000년에 직장이 멀어 출퇴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남편이 10년간 다니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만두더군요.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경제적으로 많이 쪼들렸지만 남편이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를 치기에 아무 말하지 않고 남편 결정에 따랐습니다. 이후 우리 네 식구는 남편의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놓은 적금을 해지해 생활비로 충당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돈이 바닥날 때까지 직장 구할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제가 동네 마트에 점원으로 취직을 해야 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점포라 월급이 많지 않아 우리 네 식구가 생활하려면 주말과 휴일까지 반납하고 열심히 일해야 했죠. 이런 상황인데도 남편은 집안일을 도와주기는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새벽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아침이 돼서야 잠이 들어 아이들과 제가 나가는 것도 모를 정도였죠. 또 아이들이 있는데도 집 안에서 담배를 피워 두 아이의 기관지가 나빠졌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한 덕분에 2007년에 작은 옷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렸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화장실도 제때 못 갈 정도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가게 일을 단 한 번도 도와주지 않고 여전히 백수로 지내며 빈둥거리기만 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저는 물건을 싸게 구입하려고 새벽마다 동대문시장에 갔는데 이를 두고 외박을 했다며 손찌검까지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돌아가신 시아버지께 상속받은 1억원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며 저와는 상의도 없이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해 하루아침에 그 큰돈을 깡그리 날려버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족들에게 미안해할 줄도 모르고 가장으로서 대접만 받으려고 합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할까요?

남편이 말하는 부부 이야기 저는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와도 중간중간 화장실을 가느라 내리다 보니 9시가 다 돼서야 간신히 회사에 도착한 날도 많았습니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게 저에겐 보통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습니다. 아내에게 몇 번 말해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제 이야기를 성의 있게 들어주지 않더군요. 10년을 참고 다녔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서 결국 퇴사를 했습니다. 이후에 이것저것 일을 해보려고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고, 친한 친구에게 사기까지 당해 1억원이라는 큰돈을 날리고 말았습니다. 저라고 왜 일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직장이 구해지지 않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아내는 늘 “집에서 노는 주제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안 보이는 데 처박혀 있어”라고 말하며 수시로 자존심을 긁어댔습니다. 게다가 일을 한다는 핑계로 남자들과 어울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곤 했습니다. 한번은 새벽 2시에 술 취한 아내를 데리러 간 적이 있는데 아내가 동석한 남자 앞에서 저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등 참을 수 없는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지금 당장이라도 아내와 헤어지고 싶지만 아이들 때문에 아직은 참고 있을 뿐입니다.

최강현 원장의 Solution
부부는 서로를 부양할 의무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가정을 위한 경제활동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건 당연한 책무죠. 개인적인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 이유 없이 가족을 방치하는 행위는 이혼 사유에 해당하므로 가족 부양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최근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율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물론 가족생활에서 ‘경제적’인 부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결혼 전에는 ‘사랑’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았지만 막상 같이 살다 보면 사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많습니다. 결혼생활에 ‘돈’이 없으면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대개 돈이 많은 사람입니다. 사실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불편함이 쌓이고 반복되다 보면 결국에는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 부족함으로 인해 생기는 갈망은 더 강해지고 결국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 때문에 발생하는 싸움은 ‘막말’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부부 간에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특히 ‘돈도 못 버는 주제에’, ‘돈이라도 제대로 갖다 주고 말해’와 같이 배우자의 자존심을 긁는 말이 오가므로 매우 민감합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하는 부부들을 보면 대다수가 남편이 가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적게 버는 것과 아예 돈 벌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직장에 열심히 다니지만 워낙 월급이 적고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은 직장으로 옮길 수 없는 남편을 욕할 아내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 몸이 힘들다고, 적성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일을 그만두고 직장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이는 가장으로서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겁니다.
물론 일을 안 한다고 해서 다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최근에는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부부도 많습니다. 부부 사이에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어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앞에 나온 사례들처럼 아내에게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과 자녀를 돌보는 육아의 부담까지 전가한다면 이는 분명 불공정합니다. 가정은 부부가 서로 힘을 합칠 때 운영되는 집단입니다. 아내는 아내로서, 남편은 남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