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하는 놀이 유아가 놀이를 좋아한다는 것은 학령기 아이들이 공부를 좋아하는 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유아에게 있어서 놀이는 바로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유아는 놀이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배울 수 없습니다. 유아는 이 놀이가 너무 즐겁고, 즐겁기 때문에 더 하고 싶은 것입니다. 자녀가 공부를 즐거워하고 계속 하고 싶다는데 이것을 말릴 부모가 있을까요? 유아기 놀이는 배움의 수단이고 통로이며,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줄 뿐 아니라, 자기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학습을 경험하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잘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놀이로 즐겁게 배우기 유아를 키우는 가정은 저마다 빼곡하게 책이 꽂혀있는 책장과 적지 않은 양의 장난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교구를 유아가 자발적으로 가지고 놀지 않을 때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발달에 뒤쳐질까봐, 그리고 비싼 교구가 무용지물이 될까봐 조바심을 가지게 됩니다. 잠시 기다리며 아이의 눈치를 살피던 부모는 드디어 놀이를 강요하기 시작합니다. "엄마랑 이 놀이 하자!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 건지 알아? 박사님이 그러는데 이거 하면 우리 00가 아주 똑똑해진대!" 아이가 시큰둥하게 반응하거나, 한두 번 가지고 놀다가 교구를 다시 멀리하면 그때는 하소연을 하기 시작합니다. "너 이게 얼마나 비싼 건 줄 알아? 너 이거 안 갖고 놀면 00에게 갖다 준다." 놀이는 유아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고, 아무 목적과 이유 없이 하는 것이며, 즐거워서 하는 것이기에 강요된 놀이나 해야만 하는 놀이, 놀이를 통해 즐겁게 배우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놀이를 또 다른 숙제로 인식하게하여 아이가 자발적으로 놀기를 거부하게 하고 놀 줄 모르는 아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놀아 주기'가 아닌 '함께 놀기' 얼마 전 유치원의 만 5세 유아들과 함께 '아빠・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 유치원에서 집단 토의를 한 적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엄마가 집에 와서도 회사 일을 할 때, 나에게 동생을 돌보는 일을 시킬 때, 나와 놀아주지 않을 때, 엄마・아빠에게 혼이 나거나 매 맞았을 때'라는 의견을 말하였습니다. 부모의 삶이 곤고함과 부모와 함께 놀고 싶은 아이들의 간절함이 함께 느껴지면서 저는 부모와 자녀가 모두 행복 할 수 있는 놀이의 모습을 궁리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놀이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놀아 주기'란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은 놀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위해 억지로 놀이의 상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놀아주는 상황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것은 자발적인 놀이가 아니라 어느 정도 강요된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쌍방 모두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놀이는 대부분 쌍방의 불만족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에 반해 '함께 놀기'는 누가 누구를 위해 억지로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쌍방이 서로 자발적으로 함께 노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쉽게 모두에게 만족과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함께 놀기'를 잘 하는 방법 먼저 놀이 제안 아이가 놀자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때로는 부모가 먼저 아이에게 놀이를 제안해 보세요. "야! 이거 참 재미있겠는걸! 나랑~~놀이 할 사람!" 어린 시절 "00놀이 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노래하며 놀이 친구를 찾았던 기억을 살려서 재활용해 보면 어떨까요? 아이의 눈에 호기심에 반짝거림을 경험하게 되실 것입니다. 놀이 친구를 적극적으로 구하는 부모를 경험한 아이는 친구에게 주저하지 않고 "나랑 같이 놀자!"라고 요청 할 용기가 있는 아이로, "00놀이 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놀이 친구들을 불러 모으며, 놀이를 주도하는 놀이대장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유아 리더십의 시작입니다. 놀이 시간 약속 그다음, 아이와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놀이 시간을 미리 정하고 그 시간을 일관성 있게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면, 놀이 시간으로 인한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00야, 오늘은 우리 00시 까지만 놀자. 시계의 긴 바늘이 6에 갈 때까지만 놀자. 00시가 되면 씻고 자는 거야. 잘 자야 또 내일 놀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 "아이쿠! 약속한 놀이 시간이 10분 남았네! 이제 무얼 더 하고 싶니?" "아! 참 재미있게 놀았다! 지금은 무얼 해야 할 시간이지?"라는 대화는 아이로 하여금 놀이의 시작과 끝을 예측하게 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간의 불필요한 실랑이를 줄여 줄 것입니다. 솔직한 대화 마지막으로 부모가 너무 피곤해서 함께 놀기 힘든 날에는 부모의 형편을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00야! 오늘은 아빠(엄마)가 회사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놀이 할 힘이 안 남았네! 좀 쉬고 나면 힘이 다시 생기겠지? 00가 안마놀이를 하며 기다려줄래?" "나도 00랑 신나게 놀고 싶다! 그런데 이 일을 먼저 다 해야 놀 수가 있어, 아이 속상해!" 그러나 이런 대화가 자녀와의 놀이를 피하기 위한 핑계대기의 수단으로 반복 사용되면, 아이는 부모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뿐 아니라, 부모로부터의 거절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합니다.
셋째,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인 삶에서의 놀이가 필요 아이는 부모의 이벤트성 놀이를 아주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족이란 엄마, 아빠가 놀러 가서 계속 사진을 찍으라고 하셔서 힘들어도 엄마, 아빠 를 이해하는 거예요.", "가족이란 아빠, 엄마가 먼 곳으로 여행 가자고 하셔서 가는 길이 힘들어 마음이 답답해도, 참고 기다리는 거예요." 이 말은 만 5세 유아들이 '가족'에 대한 생각을 나누면서, 부모님이 해주신 이벤트에 대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아마도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마음을 잘 모르셨을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 간 놀이와 관련된 기막힌 에피소드를 한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월요일 주말 지낸 이야기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한 유아가 "나는 주말에 아빠랑 낚시를 했어."라고 말하자, 다른 유아가 "어떤 물고기 잡았어?" " 잡은 물고기를 먹었어?"라고 질문했는데, 소개했던 유아의 대답이 "아니! 컴퓨터로 했는데!"였습니다. 나중에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니, 아빠가 컴퓨터 게임광이신데, 아이가 자꾸 놀아달라고 하니까 컴퓨터 낚시게임을 같이 했다고 합니다. 여가를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으로 소일하는 부모를 보면서 자라난 유아는 놀이를 무엇이라 생각할까요? 또 어떤 유형의 놀이 문화를 즐기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될까요? 참 두려운 일입니다. 우리 부모들에게는 말이 아닌 삶을 통해 자녀를 가르쳐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놀이의 유형은 무엇일까? 유아가 가장 많은 흥미를 보이는 놀이, 유아가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하고 싶어 하는 놀이는 값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벤트형 놀이가 아닙니다. 바로 부모와 함께 서로의 몸을 부비면서 하는 신체 놀이입니다. 얼마 전, 매우 혼잡한 지하철을 탔을 때의 일입니다. 한 쪽에서 쾌활한 목소리로 깔깔 웃어대며, 누군가에게 "이건 뭐야?"를 반복하는 아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소리 나는 방향을 쳐다보니, 한 젊은 아빠가 두 돌배기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안고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이는 아빠의 얼굴을 마치 찰흙 주무르듯이 만지며 계속 종알거렸고, 아빠는 아이의 얼굴이 자기 가까이에 오거나, 아이가 조금 심하다 싶은 스킨십을 할 때 마다 아이의 얼굴에 뽀뽀로 화답하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쉴 틈 없이 들려오는 아이의 웃음과 애교 넘치는 종알거림은 늦은 저녁 지하철을 타고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출처: 놀이, 아이 성장의 무한공간(교육부, 경기도교육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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