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순왕 vs 마의태자
후삼국 신라의 운명은...?
경순왕 : 네가 남산성의 백성과 함께 끝까지 고려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너와 백성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고려의 왕건은 자신에게 항복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끝까지 저항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인정을 베풀지 않을 것이다. 태자야, 잘 생각해 보아라. 끝까지 나라를 지키겠다는 그 마음은 아름다운 것이나 결국 그것은 헛된 희생일 뿐이다. 난 태자가 이 아비보다 먼저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것은 크나큰 불효이다.
마의 태자 : 어버마마, 소자에게는 어버이에 대한 효보다 나라에 대한 충성이 더 소중하옵니다. 소자를 용서하소서.
경순왕 : 그곳에 모인 가엾은 백성 생각은 안 해 보았느냐? 그들의 희생또한 아무 의미도 없는 헛된 희생일 뿐이다.
마의 태자 : 그곳에 모인 백성은 모두 스스로 원하여 그곳으로 왔사옵니다. 그들이 원한는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지, 항복하여 편히 사는 것이 결코 아니옵니다. 이 세상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진정으로 사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경순왕과 마의태자의 대화 - 국어(가)126p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