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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전(유종원)
작성자 율량중 등록일 19.01.10 조회수 260

"배봉숙의 집이 관덕리에 있는데 건축가[재인梓人] 한 사람이 문을 두드리고 소원을 말하기를 집의 한 부분을 세稅로 얻어 살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는 그의 직업은 긴 줄자와 원과 각을 그리는 기구와 먹줄 먹통을 운용하는 것이고 집안에는 칼을 가는 숫돌이나 자귀 같은 가구도 없었다. 그가 하는 기능을 물으니 답하기를 “나는 재목을 잘 헤아려 재단합니다. 곧 건물의 제도를 보아서 높고 낮고 둥글고 모나고 길고 짧은 것을 알맞게 헤아려 내가 시키면 여러 목수들이 일을 하게 됩니다. 내가 아니면 여러 사람들이 있어도 집하나 짓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관청의 집을 짓게 되면 내가 다른 목수의 3배의 품 싹을 받고, 개인 집을 집을 지으면 집짓는 값의 반을 가져옵니다."하였다.


뒷날 그 집에 들어가 보았더니 평상이 다리가 빠졌는데도 고치지 못하고 이르기를 “목수를 불러다 고치려고 한다”하여 나는 크게 비웃으면서 생각하기를 ‘능력도 없이 재물만 탐내는 자이구나’하였다. 그 뒤에 경조윤[수도의 시장]이 관청을 수리하는데 내가 들러 보았다. 미침 여러 재목을 모아놓고, 여러 목수들이 모였는데 어떤 이는 도끼를 들고 어떤 이는 톱을 들고는 빙 둘러서 있었다.
이때 건축가가 왼손에 줄자를 들고 오른 손에 막대기를 짚은 채 가운데 서 있었다. 그리고 재목의 쓸모를 헤아리고, 나무의 품질을 보면서 짚고 있던 막대기를 휘둘러 지시하기를 “도끼로 쪼아라!”하니, 도끼를 든 자가 오른 쪽에서 달려나오고, 돌아보며 지시하기를 ‘톱으로 잘라라!’하니, 저 톱을 든 자가 빠른 걸음으로 왼 쪽에서 달려 나왔다. 조금 있자니 자귀를 든 자는 쪼고, 칼을 든 자는 깎아내며, 모두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시키는 말을 기다려 일을 했으며, 한 사람도 자기 자신이 감히 결단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임무를 제대로 못한 자는 성을 내며 물러가라고 하니 감히 불평도 못하였다. 지을 집의 설계도를 담에 그렸는데 한 자 남짓 크기에 그 제도를 아주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털끝만한 세밀한 것도 계산하여 큰 건물을 지어내는데 조금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만들어나갔다.
건물이 이루어진 뒤에 대들보에 쓰기를 ‘모년 모월 모일에 아무가 세웠다’라고 하였는데 그의 성과 이름이 써졌다. 그리고 기구를 들고 일하던 여러 목수들은 이름 쓰는데 끼이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둘러보고 크게 놀랐는데, 그리고 나서야 그의 기술이 공사에서 얼마나 큰가를 알았다.

이어서 탄식하기를 “저 사람이 손으로 하는 기술을 버린 것은 마음의 지혜에 전력하여 물체의 요점을 알 수 있게 하려고 한 것이구나!”하였다. 나는 듣자니, 마음으로 노력하는 자는 남을 시키고, 힘으로 노력하는 자는 시킴을 당한다라고 하더니, 그 사람이 곧 마음으로 노력하는 자이구나! 능력이 있는 자는 이용하고, 지혜 있는 자는 계획을 한다라고 하더니 그 사람이 지혜가 있는 자이구나! 이것은 족히 임금을 도와 천하가 법 받도록 도울 사람이다. 사물은 이 이치보다 더 가까운 것이 없다. 저 천하를 영위하는 자는 사람에 근본을 둔다. 저 임금을 보좌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데 돕는 자는 쓸 만한 이를 천거하여 벼슬을 주고, 지시하여 시키며,

기강을 조목조목 만들어 모자란 것은 채워주고, 잡다한 것은 줄이어서, 법과 제도를 간추려 정리하는 것을 마치 건축가가 측량기구와 먹줄 등으로 제도를 정하듯 하여야 한다. 천하의 선비들을 골라 그 능력에 맞게 직책을 주고, 천하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그 직업에 안정을 취하게 하는데, 도시에 사는 사람을 보며 시골 생활을 알고, 시골에 사는 사람을 보며 나라 전체의 생활을 알며, 나라의 생활을 보아 천하를 알게 하여야 한다.

이렇게 멀고 가깝고 가늘고 큰 것을 손수 도면을 그려 연구하기를 마치 건축가가 담에 설계도를 그려 그 설계도대로 건물을 완성시키듯 하여야 한다. 이 때 능력 있는 자는 뽑아서 일을 하게 하되 공치사를 하지 못하게 하고, 능력 없는 자를 물리쳐 쉬게 하더라도 감히 원망하지 못하게 하며, 능력을 자랑하지 못하게 하며, 이름을 내세우지 못하게 하며, 작은 노력은 직접 하지 않으며 여러 관직을 침해하지 않으며, 날마다 천하의 훌륭한 사람들과 나라의 경영을 토론하기를 건축가가 여러 목수들을 잘 이용하되 기술을 자랑하지 않듯 한다면, 정승의 도리가 이루어지고 만국이 잘 다스려 질 것이다.

정승의 도리가 이루어지고 만국이 잘 다스려 지면 천하에서 우러러 바라보며 말하기를 ‘우리 정승의 공이다’라고 할 것이다. 뒷날 사람들은 그 업적을 따라 흠모하기를 ‘정승의 재능이다’라고 하여 마치 건축가가 건축을 완성한 공적으로 자기 이름을 쓰되 그 밑에 일한 자들은 쓰지 못하는 것과 같아질 것이다. 위대하구나! 정승이여. 이 건축가의 도에 통달하면 이른바 정승이 되고야 말 것이다.

나는 건축가의 가는 길이 마치 정승과 같아서 여기에 쓰서 간직한다.

을미년 한로절에 안진경의 글씨 한 부분을 임모하고 나머지는 다 본인이 스스로 썼음 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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