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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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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큰 모녀
작성자 박성은 등록일 10.11.08 조회수 33

시간을 달라고 하면 어린 딸에게

돈을 주었다

천 원짜리 한 장 들고

울려고 하다 말고 학교로 가던 딸

 

시간을 달라고 하면

돈을 주는 딸

만 원짜리 몇 장 들고

울려고 하다 말고 마트로 간다

 

우리는 입이 컸었는데

꿀꺽거리며 페트병으로 하나쯤

서로를 단숨에 들이키고 싶었는데

너무 뻣뻣한 종이

너무 목마른 지폐로

목을 축이고

눈물 어린 눈을 가리고

둘 다 학교로 갔었다

 

시간은 참지 못하고

우리를 들이마시고

우리는 시간의 뱃속에 들어가

그 뒤틀린 내장을 지나는 동안

 

커피 한 잔을 타서 반씩 나누고

마들렌 과자 봉지를 뜯어 놔도

잠깐만, 잠깐만 딸은 외출하고

모래밭에 혼자 남는다

 

우리는 입이 컸었는데

큰 입에서 술술 나오던 타액처럼

하고 싶은 말이 혀 밑에 그렇게 많이 고였었는데

그래서 죽어라고 목말랐었는데

시간의 생목 자른 자리

모래만 수북하게 남아 있다

 

최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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